[기고]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을 제안한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22.04.06 09:39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전세계 경영환경은 주주중심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중심 자본주의로 대전환되고 있다. 이해관계자중심 자본주의의 목적은 지구, 사회, 기업을 지켜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이러한 전환기임에도 우리나라 기업현장에서는 주주의 단기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펀드들과 장기적 주주가치를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충돌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소위 '분기 자본주의(Quarterly Capitalism)' 문제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기별 실적에만 집착하다 보니 기업의 장기적 성장이나 가치가 오히려 희생되는 현상들이 발생한다. 매 분기 단기 실적 발표를 위해서 기업은 미래 이익을 희생해가며 수익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명의로 금융계좌를 개설한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가 투자된 기업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수익률과 주가를 올리기 위해 거칠고 난폭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사모펀드들에 의한 소송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관련 소송 시장이 큰 만큼 거대한 소송전을 대리하고 있는 국내 빅5 법무법인들과 빅5 회계법인들도 이들의 눈치를 본다. 대기업들임에도 사모펀드와 소송으로 엮이면 자신들을 변호해줄 변호사나 회계법인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일부 사모펀드들은 주주간 계약상 상호 비밀유지조항을 이유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그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단기적 주주 이익극대화를 주장하는 논리는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자본주의 이론을 배경으로 한다. 주주중심이론은 주주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기업이 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2000년대 이전까지 로스쿨, 비즈니스스쿨에서 '주인-대리인'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지배구조결정에 지침이 되어왔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며, 주주의 대리인에 불과한 이사와 경영진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무시하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지속 성장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결국 기업이고, 직원이고, 이해관계자다. 매 분기마다 CEO가 기업의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직원 투자에 인색해지고, 협력업체 단가를 인하하고, 사회적 책임 비용을 최소화하는 경영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단기 수익은 올라가지만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해관계자 이론이 ESG 경영과 결합되고 있다. 대세였던 주주중심이론에도 커다란 전환기가 도래했다.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이 보호돼야 하고,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이 기업의 목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과적으로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 투자를 소홀히 해 지속 성장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곡갑증후군(One Hit Wonder Syndrome) '을 가지고 있다.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 하나를 열심히 부르고, 후속 신곡이 없어 무대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단기 이익에만 치중하는 경영은 결국 기업의 건강성을 해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한다. 기업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를 소홀히 하면 미래 수익의 원천이 되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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