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약 1조원 규모 대환을 예상한 가운데 시행 첫 주 실행 규모는 100억원대에 머물렀다. 가계대출과 달리 한도 증액 대환까지 가능하지만 신청 대비 승인율이 낮아 현장에서는 잔액 대환조차 쉽지 않다는 평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18개 은행에서 실행된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실적은 총 142건에 107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가 개인신용대출 갈아타기 성과를 고려해 제시했던 기대치와 비교하면 초기 확산 속도가 더딘 모습이다.
신청 대비 실행률이 낮은 점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4개 은행에서 약 5200건의 대환 신청이 접수됐지만 실제 실행으로 이어진 건수는 50여건에 그쳤다. 여러 은행에 중복 신청한 뒤 조건을 비교해 한 곳만 실행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승인율 자체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심사 문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들의 신용도 하락과 최근의 금융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 둔화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기존 대출을 받았던 시점과 달리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자영업자 위주로 연체율이 상승하며 상환 능력이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1%로 △2023년 말 0.48% △2024년 말 0.60% △2025년 0.63%에서 꾸준히 올랐다. A은행 관계자는 "몇 년 전에는 안정적으로 대출을 받았던 자영업자도 현재 기준으로는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면서 은행권 심사가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개인사업자대출을 주택구입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자금의 성격을 결정해 심사하기 때문에 잔액 대환이든 증액 대환이든 용도 확인이 기본 절차"라며 "특히 1억원 이상 대출은 자금 사용 계획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본다"고 했다.
비대면 대환의 경우 심사 한계를 고려해 한도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대환 한도를 1억원 이내로, KB국민은행은 2억원 이내로 설정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 역시 비대면 대환 한도를 1억원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리 환경 역시 변수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환 상품의 금리 메리트가 과거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3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이달 3.50~3.95% 사이에서 움직이며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C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갈아타는 이유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인데 최근 금융채가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신용등급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막상 신청해보니 대환 시 금리가 높아서 실행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