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사고에 BMW 부품 납품했다? 저축은행 수천억 대출사기 피해, 왜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2026.04.29 16:15
수입차 부품 매출채권 유동화 대출사기 개요/그래픽=김지영
저축은행, 수입차 부품 매출채권 유동화 대출사기/그래픽=김지영

수입차 부품 '가짜' 매출채권을 활용한 대출사기는 이전에는 없던 '신종 사기'다. 수입차 부품이 고가인 점을 악용해 '쏘나타 차사고'가 났는데 "BMW 부품을 납품했다"는 식으로 꾸미거나 아예 거짓으로 매출을 만들어 대출사기를 친 것이다. 특히 보험개발원의 AOS(Automobile repair cost On-line Service) 시스템의 단순 수리비 견적서를 마치 보험금 청구문서인 것처럼 속이는 수법이 동원됐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매출이 진짜인지 추가 확인만 했더라도 대출사기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사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매출채권 담보 대출사기가 발생했다. 동양생명은 당시 담보물(육류)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4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덜컥 내줬다가 대규모 손실을 봤다. 웰컴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 등도 수입차 부품 매출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거액의 사기를 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보험 가운데 물적담보 보험금 지급액은 지난해 기준 10조원이다. 이 중에서 부품비(수리비)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4조3000억원 가량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부품비로 지급된 보험금 중 수입차 비중을 고려할 때 2개 저축은행의 관련 대출만 3000억원을 넘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진위 여부부터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OS는 ID를 부여받은 부품업체나 정비업체가 어렵지 않게 접속할 수 있는데다, 시스템에서 보험금 지급 신청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견적서를 낼 수 있다. 이를 악용해 사기범들이 조직적으로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고 SPC(특수목적법인)를 여럿 앞세워 대출을 받았다. 정작 저축은행은 AOS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금감원 검사 이후 보험개발원은 AOS 견적서가 실제 매출액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추가 안내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대출사기 확인 후 신속하게 조치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즉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피해액 중 일부는 추가 상환이 이뤄지고 있어 최종 피해금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기 가담 주범 및 공범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해 해외 도피를 차단했으며 가압류 등 채권보전조치도 완료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피해 금액은 지난해 충당금으로 모두 털어냈다"며 "일부 회수가 되고 있어 실제 피해로 계상된 것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KB저축은행도 "사기 대출 혐의자에 형사소송 진행 중이며 피해 금액은 지난해 충당금으로 모두 적립했다"고 말했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신종사기에 노출된 원인으로 신규 대출처 부족과 강화된 대출 규제가 꼽힌다. 지난 2023년 이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인낸싱) 대출 부실 사태로 부동산 및 건설업 대출이 막힌 데다 경기 부진으로 영업환경도 좋지 않다. 어렵게 신규 사업을 찾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처음에는 자동차 공업사와 부품사 등 소상공인 지원 목적으로 대출을 운용했는데, 보험사로부터 확실하게 돈을 받을 수 있는데다 50~60%만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안전한 대출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