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주택자가 받은 대출에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대출이자와 별도로 부담금을 부과하면 다주택자의 금융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 금융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지난 4월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연장을 제한한 데 이어 일반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도 규제 사정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금융분야 부동산정책 토론회에서 제안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다주택자 주택대출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은 대출이자와 별개로 대출자에게 추가 대출액의 1~2% 수준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다주택자에게 징구한 부담금은 청년이나 취약계층의 금융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다주택자가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보유했다면 연 5%의 대출이자와 별도로 2% 수준의 부담금을 부과해 사실상 연 7%의 금리를 부담토록 하는 것이다. 이자비용인 2500만원에 더해 추가로 1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주택 차주는 기존 대출을 상환하거나 주택을 매도하는 식으로 비용부담을 해소할 유인이 생긴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대출에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적용을 검토하는 배경엔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 금융특혜 회수" 비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자신의 X에서 여러 차례 다주택자를 겨냥해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 1월말 기준 다주택자 대출은 총 102조9000억원(전세대출, 이주비·중도금대출 포함)에 달한다. 순수한 주담대 기준으로도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금융당국은 지난 4월17일부터 만기 일시상환 구조의 다주택자 대출의 만기연장을 전면금지했다. 다만 만기연장이 막힌 대출은 대부분 임대사업자 대출로 4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만기 30~40년짜리 다주택자 대출은 만기연장 제한규제가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이 부과되면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일반 다주택자도 규제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주택이나 고액대출에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부담금제도 도입을 제안한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또다른 세금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무한한 것이 아닌 대출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부분엔 일정수준의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