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4세 SNS 규제(上)
① 방미통위 '미이행 과태료' 검토…업계 실효성 우려
정보통신망법상 과태료 부과, 현행 최고 5000만원
전문가 의견은 엇갈려…글로벌 추세 vs 실효성 無

정부가 '청소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규제'를 미이행하는 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태료는 현행법 기준 최대 5000만원 수준이다. '솜방망이' 규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호주·유럽 등 해외 규제가 한국보다 강한 만큼 과태료만 부과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방미통위, '미이행 과태료' 추진 중…국내대리인 제도로 실효성 확보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하반기 발의 예정인 청소년 SNS 규제 법안에 '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 규정'을 삽입하고 집행력 확보를 위해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하는 '국내대리인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과태료를 제재 방안으로 추진중이다. 구체적인 금액·위반 판단 기준 등은 발의 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미통위가 준비하는 청소년 SNS 규제는 △14세 미만 가입 제한 △연령 인증 의무 강화 △부모 감독 기능 의무화 △자동 재생·무한 스크롤 부모 허가제 등이 담긴 법안이다. 방미통위는 그간 간담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정책 동향 등을 파악했다.
방미통위는 국내대리인 제도도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대리인 제도는 국내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할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해외 사업자의 책임 회피를 막고 법 집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외부 전문 대행사나 권한 없는 한국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등 꼼수로 회피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국내대리인을 통한 집행이 쉽진 않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노력"이라며 "그간 개인정보·플랫폼 규제가 그랬듯 정부가 끈질기고 일관성 있게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방미통위도 정부 차원에서 최선의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역차별 우려"…전문가 의견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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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랫폼 업계는 역차별을 우려한다. 해외 SNS 사업자가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막대한 매출에 비하면 과태료 수천만원은 푼돈에 불과해 과태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으로 경중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관련 규제가 시행되면 해외 사업자는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지키고 국내 사업자는 '취지를 반영해 적극 조치'하다 보니 이에 따른 격차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차'가 있겠지만 과태료만으로도 해외 사업자에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SNS 규제가 글로벌 추세인 만큼 해외 사업자도 따르려는 의지가 있다"며 "국가별 시스템을 맞추는데 시간·비용이 들다 보니 국내 사업자보다 적용이 더디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 사례처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통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지 못해 실효성 없는 조치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청소년들은 주로 해외 SNS를 쓰는데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지 못해 효과가 적을 것"이라며 "해외 사업자와 협력 모델을 운영하는 게 역차별 없이 SNS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② 연령 확인부터 책임 소재까지…제도 설계 '빈칸'
인증 방식·개인정보·우회 가입…남은 과제는

정부가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도 연령확인 방식에 대한 관계부처간 구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 보호라는 방향엔 공감하지만 어떤 개인정보로 연령을 확인할지, 우회가입이나 오인차단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지 등 제도의 뼈대는 아직 비어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는 주요 플랫폼에 청소년 연령확인과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짧은 영상에 오래 붙잡힌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그러나 연령확인을 위해 어떤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수집·처리할지 세부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방미통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연령확인 방식과 개인정보 처리기준을 두고 별도 협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방향은 제시됐지만 개인정보 처리기준은 방미통위가 구체안을 마련한 뒤 개인정보위의 검토를 거칠 전망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정책은 방미통위가 주무부처"라며 "연령확인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처리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검토하고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미통위도 개인정보위와 별도로 협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개인정보위가 정책방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정보위는 지난 5월 휴대전화 개통 때 쓰이는 얼굴인증에 대해 "생체정보를 처리할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며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얼굴정보를 활용한 연령확인 방식이 도입될 경우에도 비슷한 법적 쟁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방향과 별개로 실제 인증방식에 대한 심사문턱은 낮지 않다는 뜻이다.
연령확인은 휴대전화 본인확인, 신분증 인증, 얼굴정보를 활용한 나이추정 등이 가능한 방식으로 거론되지만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다. 특히 얼굴정보는 민감정보여서 활용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와 필요성 검토가 필요하다.
플랫폼이 정확한 생년월일을 직접 보관해야 하는지, '14세 이상 여부'만 확인하면 되는지도 정해야 한다. 정부는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디지털 신원지갑처럼 실제 생년월일은 넘기지 않고 나이조건을 충족했는지만 확인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확인한 정보를 언제까지 보관하고 언제 파기할지에 대한 기준도 아직 없다.
우회가입 문제도 있다. 허위로 생년월일을 입력하거나 부모·타인명의를 쓰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다시 가입하는 방식은 어떤 인증을 도입해도 완전히 막기 어렵다. 책임의 경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플랫폼이 정부가 요구한 절차를 모두 거쳤는데도 이용자가 남의 명의로 우회가입했다면 그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 인증업체를 쓰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인증오류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과 인증업체 중 누가 책임질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청소년 보호라는 목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어떤 인증방식을 택하든 우회가입과 오인차단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과 책임범위, 구제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