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잔금대출 어쩌나" 민원 빗발...눈치만 보는 은행들 "한도 정해달라"

김도엽 기자, 김미루 기자
2026.08.14 15:25
하반기 입주가 예정된 대형 아파트 단지/그래픽=이지혜

은행권이 하반기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의 집단 잔금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단지별 대출 한도를 구체적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속에서 은행들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확대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은행들은 하반기 집단대출이 필요한 주요 입주 단지에 대해 금융당국이 대출 가능 규모를 사전에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팰루시드의 사례가 나온 것처럼 당국이 단지별로 되는지 안 되는지, 얼마나 되는지 정해주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라며 "늘어난 총량에 맞춰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를 배려하기 위해 은행별로 과도한 눈치싸움을 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8·13 대책을 통해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증가율 3% 안에서 잔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도 취급하되, 집단대출 목표치는 별도로 관리하도록 금융권과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집단대출을 어떤 식으로 관리할 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침이 빠른 시일 내에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이날 "단지별 잔금대출 한도를 정해달라"는 은행권의 제안에 대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명시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금융당국은 이날 나온 제안을 포함해 금융권과 추가 협의를 이어나가 집단대출의 구체적인 취급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최근 경기 수원시 '매교역 팰루시드'의 잔금대출 5000억원을 5대 은행이 나눠 추가로 배정한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위는 5대 은행 부행장과 회의를 연 자리에서 오는 8월 18일부터 입주를 앞둔 팰루시드 단지에 5대 은행이 총 50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마찬가지로 하반기 예정된 대형 단지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내려달라는 주장이다.

은행들은 개별 은행이 자율적으로 잔금대출을 공급할 경우 특정 단지에 쏠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로 인해 대출 경쟁이 과열될 경우 총량 목표를 초과하거나 반대로 특정 은행은 한도를 크게 미달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이 눈치를 보며 대출한도 배정을 미루자 입주를 앞둔 소비자들의 잔금대출 관련 민원이 인근 은행 지점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나서 가이드를 줘서 은행별로 동일한 입장을 내비치면 입주 예정자들의 불확실성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입주 예정 규모를 7만 세대, 26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하반기에는 대규모 입주 단지가 잇따른다. 지난 10일부터 순차적인 입주가 시작된 평택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 1700세대를 시작으로 매교역 팰루시드 2178세대, 9월 디에이치 방배 3064세대와 송내역 푸르지오 센트비엔 1045세대, 10월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2451세대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이날 은행들은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 보완 방안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전날 금융위가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임대차 중이면서 △본인 또는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경우 투기적 목적이 있다고 봤지만, 실제 사례별로 모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3% 증가분'을 어떤 금융사에 얼마나 배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이날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 12일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상반기 추이를 보고 페널티 있는 금융사도 있을 것이다"라며 "개별 금융사 단위로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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