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의 여신 관련 금융사고 발생이 잇따르는 가운데, NH농협은행이 14개월 넘게 수시공시 대상 대형 금융사고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사회 중심의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의사결정 기능 강화와 함께 14개월에 걸친 고강도 '여신 사고예방 프로젝트'를 추진해 선제적 통제장치를 정밀하게 구축한 결과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여신기획부(여신제도국)와 금융솔루션부(금융상품솔루션국)를 주축으로 '여신 사고예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해서다. 프로젝트 기간 중 도출된 총 120개 개선과제의 전산 개발을 완료해 현장에 적용한 결과, 현재까지 약 16개월간 10억원 이상 수시공시 대상 여신사고 발생 '제로(0건)'를 기록 중이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의 여신사고 건수가 2024년 대비 지난 2년간 증가 추세인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금융기관이 추진한 후속 시스템 정비 조치 중 실효성 있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농협은행은 최근 5년간 자행 및 타행에서 발생한 여신 사고 사례를 전수 분석해 사고 유형별·단계별로 촘촘한 차단망을 설계했다.
허위 담보물을 등록해 대출을 취급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대출 심사 단계에서 외부 부동산 등기정보를 선조회하도록 했다. 한국평가데이터(KoDATA)의 외부 부동산 등기정보와 은행에 입력된 심사정보를 비교해 불일치할 경우 심사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중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실제 거래금액보다 많은 대출을 받는 수법에 대한 검증도 강화했다. 매매계약서의 징구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AI 광학문자인식(OCR)을 활용한 검증 절차를 도입했다. 공인중개사의 날인 여부를 확인하고 매매신고필증을 반드시 받도록 했으며, 필증의 주요 내용과 은행 심사정보가 일치하는지도 확인하도록 했다.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이용한 과다대출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심사 과정에서 임대차조사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임대차계약서 징구 기준을 강화했다.
감정평가 과정의 조작 가능성도 줄였다. 특정 감정평가법인과 결탁해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감정평가 의뢰 횟수를 3회로 제한하고 감정평가법인이 무작위로 지정되도록 의뢰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기존 우편번호를 기반으로 감정평가법인을 의뢰하던 방식도 등기번호 기반으로 바꿔 임의 조작 가능성을 차단했다.
다른 은행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도 농협은행 시스템 개선에 활용됐다. 대출 신청인이 소득이나 재직정보를 허위로 제출해 대출을 받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심사 담당자가 입력한 사업자·소득·재직정보와 공공마이데이터 정보를 비교·검증하도록 했다.
전체 120개 과제는 담보정보 검증 체계 강화 29개를 비롯해 심사 프로세스 고도화, 외부 기업정보 활용 고도화, 감정평가 통제 및 자동화, 서류제출 프로세스 통제, 여신비용 자동화, 사후점검 및 이행관리 체계 강화 등이 포함됐다.
농협은행은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지난 5월 프로젝트 종료 직후 감사부, 준법감시부, 신용감리부 등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여신사고예방 TF(가칭)'를 신설해 상시 운영 중이다.
TF는 여신규정 및 시스템상의 사고 취약점을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하고, 사고예방 프로세스의 모니터링을 전담하게 된다. 앞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중심으로 소비자보호 및 내부통제 감독 기능을 한층 강화한 농협은행의 경영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과거 사고 사례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전수 분석을 토대로 과학적인 예방 장치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상시 모니터링과 선제적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금융소비자 신뢰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