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을 배경으로 국내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은 정책적으로 선제 대응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금융취약성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파른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신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2026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현장에서 국내 언론사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산출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FVI는 신용, 가계·기업대출, 금융기관 레버리지, 유동성, 자산가격 등 60여개 금융 변수를 종합해 금융불균형 수준을 정량화한 지표다. 1997년 2분기 외환위기 직전 수준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9.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금리 인상기에는 65까지 치솟았다. 2024년 1분기 37.6까지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급등하는 추세다.
신 총재는 "현재 FVI가 장기평균(46.5) 수준까지 올라왔고 오는 9월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시점에는 장기평균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더 큰 문제는 상승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신 총재는 특히 통화정책 관점에서 물가와 금융안정의 차이를 '호미'와 '가래'에 비유해 "물가는 뒤늦게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금리를 올려 잡을 수 있지만 금융취약성은 이미 터진 뒤에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가는 호미로 못 막으면 가래로라도 잡을 수 있지만 금융취약성은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는 격이라 호미로 막지 못하면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불균형이 심화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유동성 확대 등을 꼽았다. 신 총재는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두자릿수를 나타내고 있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통화량(M2)은 역사적 평균 수준이지만 광의 유동성 지표는 상당히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다만 당장 위험이 임계점에 달했다기보다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한국은행과 정부가 선제적인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선제 대응 가능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 총재는 "아직까지는 호미를 쓸 여지가 남아있다"며 "상승세가 너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