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다 '물량' 좇은 보험업계…해약환급금준비금 반년새 9조↑

이창명 기자
2026.09.18 15:00

IFRS17서 준비금 부담 커져…업계도 "수수료 분급 등 유지 중심 영업 필요"

주요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변화/그래픽=김지영

보험업계의 판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주요 보험사 10개사가 적립한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올해 상반기에만 9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무리한 사업비를 써가며 벌어진 신계약 과열경쟁이 별다른 소득없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지난해 말 약 35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44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약 9조원(25%) 가까이 늘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란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한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환급금이 부족한 상황에 대비해 적립하는 준비금이다. 신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생긴 개념으로 보험사입장에선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없어 사실상 묶여있는 자금이다.

일반적으로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용도 커진다. 판매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급증한 원인을 과도한 신계약 경쟁에서 찾는다.

실제로 보험설계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간 판매 경쟁이 격화하면서 늘어나는 모집수수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위 자료를 보면 모집수수료는 2020년 약 10조원에서 지난해 32조원까지 증가하며 5년 만에 3배 이상 불어났다. 보험사들이 신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 현장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면서 계약의 장기 유지 여부보다 당장의 판매 물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험상품의 특성상 계약 초기에 모집수수료를 비롯한 사업비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판매와 유지 간 불균형은 보험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계약이 장기간 유지되지 않고 해지될 경우 신계약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들은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이 계속 쌓이는데도 총 보유계약 CSM이 늘기는커녕 줄어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많이 팔았는데도 총 보유계약이 늘지 않고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해지가 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 무리한 영업으로 계약한 보험이 제대로 유지되진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보험회사 판매 채널 영업효율 및 감독 방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5년(61회차) 유지율은 45.7%로 절반에도 못미치고 전년 대비 0.6%포인트(P) 하락했다. 2년(25회차) 유지율은 73.9% 수준이지만 90%를 훌쩍 넘는 싱가포르나 일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설계사의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보다 계약 유지율이나 고객 만족도 등을 반영해 보상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계약 건수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계약 관리가 실제 영업성과로 인정받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판매 이후 계약이 일정 기간 유지될 때마다 수수료를 나눠 지급하는 수수료 분급제 등을 통해 설계사와 보험사가 계약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의장이 앞장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수료 분급제에 기대를 걸고 전사적 차원에서 영업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올해부터 사업비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계약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단기적인 성장 지표가 될 수 있지만 계약이 빠르게 해지되면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만 발생하게 된다"며 "그동안 판매경쟁이 치열했던 것에 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 외엔 어떤 것도 얻지 못한 만큼 업계가 판매보다 유지에 초점을 춰 영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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