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를 비롯해 공공기관·대학·병원 등 기관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재산상 이익제공 공시는 매년 늘고 있지만 공시되는 출연금이 실제 어느 기관에 제공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공시에서 이익을 제공받은 기관이 지자체·대학·병원 등 유형으로만 표시되고 구체적인 기관명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은행연합회에 등록한 재산상 이익제공공시 건수는 2024년 158건에서 지난해 197건으로 24.7%(39건) 증가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114건이 공시됐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공시 건수가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2024년 32건, 지난해 30건에 이어 올해 9월 말까지 30건을 공시했다. 3년간 총 92건에 이르는 수치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74건을 각각 공시했다. KB국민은행은 70건, 우리은행은 52건이었다. 5대 은행에서만 2024년 이후 총 362건의 이익제공공시가 이뤄진 셈이다.
출연금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은행이 지자체, 병원, 대학교, 공공기관 등에 납부한 출연금이 모두 1년 전보다 늘면서 총액이 400억원 증가한 2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어느 한 거래상대방에 제공했거나 제공을 약속한 한 재산상 이익이 10억원을 넘는 경우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공항 환전소 운영에 발생하는 임차료를 비롯해 지자체 금고나 주거래은행 선정에 따라 출연한 협력사업비도 공시를 해야한다.
재산상 이익제공 공시는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특정 기관에 과다한 이익을 부여해 개인 등 여타 고객의 이익에 상충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하지않도록 감독하기 위해 2013년 도입돼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는 아직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제공을 약정한 경우도 포함하도록 제도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건마다 이익을 제공받은 기관이나 제공목적, 제공한 이익 규모 등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다만, 현행 공시체계가 개별 공시에서는 이익 제공을 받는 기관의 구체적인 명칭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 자금흐름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익을 제공받는 기관을 지자체·대학·병원 등 유형으로만 표시하고 있어 어느 특정 기관에 이익을 줬는지 알 수 없다.
영업상 비밀 또는 거래상대방 정보보호 차원에서 모든 기관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지자체 금고의 경우 협력사업비를 이미 공개하고 있는만큼 지자체 금고에 한해선 기관별·은행별 출연 규모를 보다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체계를 보완할 여지가 있다.
은행들이 특정 기관에 지급하는 출연금 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현행 공시 체계를 보완해 감독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한 출연금 경쟁을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향후 은행 정기검사에서 과도한 출연금 납부로 수익성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