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에 "자체 민원·분쟁 처리역량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금융회사 민원 담당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2.1%에 그치는 데다 담당인력 상당수가 55세 이상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임금피크제에 따른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민원처리 역량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콜센터 통화대기시간을 '최대 5분 이내'로 설정하는 방안 등을 담은 모범관행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주요 금융회사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와 인사·조직 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금융회사 민원·분쟁업무 모범관행'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간 금융권에서는 민원 분쟁 처리 및 예방체계 구축을 필수적인 기반시설로서의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했다"며 "상당수 민원 분쟁들이 금융회사에서 직접 해결될 수 있음에도 콜센터 등을 통한 민원 상담 접근성 부족으로 금감원에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로 인해 금융당국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소비자의 구제요청에 대해 적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민원 상담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제고해달라"고 했다.
금융사 민원 담당인력 100명 중 2명뿐…'임금피크' 접어든 직원 상당수
실제로 금감원이 금융사 77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기준 민원·분쟁 처리체계를 점검한 결과 전체 임직원 가운데 민원 담당인력 비중은 평균 2.1%에 그쳤다. 그마저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단축근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 55세 이상 직원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전체 임직원에서 55세 미만 담당인력은 0.7%에 그쳤고 은행은 0.2%, 증권사는 0.3%에 불과했다.
고객 상담 인프라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6개 증권사의 고객센터 통화 지연으로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200여건에 달했다. 일부 금융사는 홈페이지에서 민원신청 창구를 찾기 어렵고 민원 접수 후 담당자의 직통 번호를 안내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에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부서의 권한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모범관행을 마련했다. 소비자보호부서가 민원처리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도록 했다. 고액 분쟁이 발생하면 외부위원 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처리하도록 권고했다.
인력 면에선 금융회사별 고객 수와 민원 건수 등을 고려해 담당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변호사·손해사정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하도록 했다. 매년 인력 현황과 충원 필요인력을 분석해 대표이사나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스페인은 '3분 이내 응대' 법 통과…당국 "대기 목표시간 설정할 것"
콜센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도 나왔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통화대기 목표시간을 '최대 5분 이내' 또는 '95% 이상 3분 이내' 등으로 설정하고 콜백서비스와 예상 대기시간 안내 등을 운영하도록 했다.
해외에서는 콜센터 상담원 연결시간을 법으로 규율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스페인은 지난해 12월 고객서비스법을 개정해 금융·보험회사 등에서 고객이 상담원과 통화를 원할 경우 95% 이상의 전화를 평균 3분 이내에 응대하도록 했다. 위반하면 부당이득의 최대 8배까지 금전 제재를 부과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지난달 연매출 5억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고객이 상담원과의 통화를 요청하면 15분 이내에 연결하거나 1영업일 이내에 구체적인 상담 일정을 지정하도록 하는 법률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경영진과 임직원의 성과평가에도 소비자보호 관련 지표를 반영하도록 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CEO 성과평가에 민원·분쟁 관련 지표를 반영한 금융사는 77곳 중 40곳(51.9%)에 그쳤다. 7곳은 CEO와 임원, 부서의 KPI에 관련 지표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할 때 금융회사별 민원·분쟁 처리체계를 점검하고 업권별 금융협회와 함께 민원 발생 건수와 콜센터 운영현황 등에 관한 공시기준도 개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