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넘어 문화로'…우리은행 소비자보호 체질 바꿨다

백지현 기자
2026.10.29 15:29

[인터뷰]이경희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위원장
KPI 체계 손질·CCO 배타적 사전합의권 보장 등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 체계 변화/그래픽=김현정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발표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은행권의 소비자보호 체계 무게추가 사후조치에서 사전예방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 중 가장 먼저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컨트롤타워를 만든 우리은행에선 영업직원 성과평가(KPI) 체계 개편과 더불어 최근 AI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 여러 제도를 영업현장에 발빠르게 도입했다.

이경희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금융소비자보호위원장은 2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단순히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다짐만으론 부족하다"며 "성과평가 체계를 비롯해 소비자보호 문화, 최고소비자보호책임자(CCO)의 견제 권한 등 제도와 문화가 내재화돼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초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했다. 앞서 2024년 홍콩 H지수 연동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 이후 금융감독원이 작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발표한지 반년만에 나온 조치다.

위원회는 소비자보호 경영전략 및 정책을 심의하고 최종 승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엔 경영진 중심의 금융내부통제위원회가 심의·의결을 도맡았지만 사외이사로만 꾸려진 새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이다. 이 위원장은 "실무 집행 라인에서 결정하던 사안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범주 안으로 들어왔다"며 "거버넌스를 격상해 소비자보호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CCO의 사전합의 프로세스를 강화해 소비자권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사안을 추진할 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금융상품의 설계·개발부터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사전예방적 점검체계도 구축했다. 사고 발생 이후의 사후조치에 머무르지 않고 상품 출시 전부터 잠재적인 소비자 피해 요인을 선제적으로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위원회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먼저 손질한 부분은 직원 성과평가 체계다. 판매실적이 직원의 성과평가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에서는 고객의 이익보다 단기적인 판매실적을 우선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예금상품 판매실적을 평가할 땐 수익성 배점에 상한을 두고 상환시 계좌 수익률 등 고객만족도를 반영하는 지표도 마련했다.

이 위원장은 "판매 실적 위주에서 소비자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포커스를 재설정했다"며 "모범관행의 형식적 이행에 머무르지 않고 영업 현장을 이끄는 성과보상체계 전반을 이사회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제도 개선안을 발굴하는 내부워킹그룹도 운영 중이다. 증시변동성이 심했던 8~9월엔 '시장 변동성 대응 워킹그룹'을 통해 전직원 대상 긴급 연수를 열고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고배리어 구조 상품 출시를 제한하는 등 단계별 시나리오를 설계했다. 9월부터는 내부통제 강화 워킹그룹을 통해 소비자보호 관련 내규를 개정하고 있다. 회의체 운영을 강화하고 CCO 거부권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아울러 AI 에이전트 활용 서비스 도입에 대비해 'AI 금융소비자보호지침'을 신설했다.

이 위원장은 타행과의 차별점에 대해 "사전예방을 전사적 협업 체계로 안착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부서와 리스크를 점검하는 내부통제 부서가 한 테이블에 모여 상품 출시 전 검토부터 판매 후 모니터링까지 사전예방 장치를 보다 촘촘히 마련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 강화가 자칫 금융 접근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고객 편의성을 살리는 것도 과제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에서도 소비자보호가 고객에게 불필요한 거래 장벽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살피고 있다"며 "금융사기 탐지나 민원 분석처럼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은행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고객이 금융서비스를 더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혁신을 주문하고 점검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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