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애니메이션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거대 중국자본이 영세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토종 캐릭터들이 잇따라 중국의 손에 넘어가거나 넘어갈 상황에 처해서다.
16일 관련업계에 RG애니메이션스튜디오는 중국 최대의 완구기업 알파그룹에 토종 애니메이션 ‘빼꼼’의 원작을 700만달러(80억3000만원)에 매각했다.
RG애니메이션스튜디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스페인 애니제작사 BRB인터내셔널이 공동 제작한 빼꼼은 백곰 빼꼼이 도시에서 벌이는 수많은 사건을 담은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원작 매각과 관련, 공동 제작사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알파그룹은 자회사 알파빼꼼을 설립하는 등 빼꼼관련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빼꼼은 이달 1일부터 중국 국영 CCTV의 어린이채널을 통해 방영 중이다.
김강덕 RG애니메이션스튜디오 대표는 "중국내 빼꼼의 인기가 높아 그동안 여러 중국기업들이 관련사업제안을 해왔다“며 ”이번에 알파그룹과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빼꼼을 비롯해 대표적인 토종 캐릭터들이 잇따라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서 업계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올들어서만 ‘또봇’의 완구기업 영실업이 홍콩계펀드로 주인이 바뀌었고, ‘넛잡 땅콩도둑들’을 만든 애니메이션제작사 레드로버도 중국기업에 매각됐다.
또한 뽀통령 ‘뽀로로’의 공동저작권자인 오콘도 중국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진행중이다. 투바앤도 '라바'의 중국 판권을 중국 기업에 양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토종 애니메이션이 이처럼 중국자본에 흔들리는 것은 국내의 왜곡된 유통시장구조와 열악한 투자환경 탓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비현실적인 방영권료는 국내 애니메이션시장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30분물 애니메이션 제작에 1억~2억원이 투입되지만, 지상파방송이 지급하는 방영권료는 현재 제작비의 1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제작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제작비용이 훨씬 늘어났지만, 방영권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방영권료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방영권료가 적다보니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작품을 내놓는 순간부터 적자에 허덕인다. 작품이 대박을 터뜨릴 경우 라이선스사업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극히 소수일 뿐이다.
이렇다보니 민간투자회사는 시작부터 적자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지원금 역시 현재로선 산업을 육성하는데 있어서 역부족이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생존차원에서라도 중국자본의 투자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열악한 제작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해법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발기금 중 애니메이션 지원금이 현재 수십억원에서 200억원 수준으로만 늘어나도 제작비용의 40~50%가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넛잡 등을 관람하는 등 현정부가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며 "방발기금 관련부처들이 애니메이션산업 발전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