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비우고, 조선소 누비고"…산업현장 파고드는 K-피지컬 AI

송정현 기자
2026.08.26 16:30

KDB 넥스트라운드-피지컬AI…산업은행·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공동 개최
라이드플럭스, 무빈, 디든로보틱스, 메디인테크 IR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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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된KDB 넥스트라운드 행사에서 홀리데이로보틱스의 프라이데이가 손 관절 움직임을 시연하고 있다. /영상=송정현 기자

"연내 서울에서 운전석에 아무도 탑승하지 않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 IR센터에서 열린 'KDB 넥스트라운드-피지컬AI(인공지능)'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는 자율주행 시장에서 국내 도심 환경에 최적화한 기술을 앞세워 추격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라이드플럭스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로보택시와 미들마일 물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 출발부터 도착까지 전 구간을 자율주행하는 '독투독(Dock-to-Dock)' 기술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유상 화물운송 허가를 받은 데 이어 무인 자율주행 허가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연내 서울에서 운전석에 아무도 탑승하지 않는 무인택시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차량을 직접 운영하는 데서 나아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반복 매출을 창출하는 사업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날 KDB 넥스트라운드 행사에서는 라이드플럭스를 비롯해 제조·물류·모빌리티·의료 등 산업 현장을 겨냥한 국내 피지컬AI 스타트업들이 기술력과 사업화 전략을 선보였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디든로보틱스, 무빈, 라이드플럭스, 메디인테크 등 4개사가 IR에 참여했다.

IR에 앞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홀리데이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프라이데이'를 현장에서 시연했다. 프라이데이는 손가락 관절을 움직이고, 드릴을 작동하는 등 산업 현장에 필요한 동작을 선보였다.

송기영 홀리데이로보틱스 대표는 키노트 스피치에서 한국의 제조업 기반이 피지컬AI 상용화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한국은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이 1220대에 달할 정도로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로봇 밀도가 높은 국가"라며 "한국에서 먼저 상용화하고 여기서 쌓은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선소 누비는 로봇부터 의료로봇까지…산업현장 파고드는 피지컬AI
지난 25일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KDB 넥스트라운드 행사에서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가 IR발표에 나선 모습./사진=송정현 기자

이날 현장에서는 조선소를 누비는 로봇부터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수술 로봇까지 다양한 분야의 피지컬 AI 기업들이 IR에 나서 기술력을 선보였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는 "조선업이나 선박처럼 척박한 환경일수록 자동화가 시급하지만 기존 로봇의 설계 범위를 벗어나는 현장이 많다"고 말했다. 디든로보틱스는 기존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조선·선박 등 비정형 산업 현장을 공략한다. 이를 위해 철제 구조물에 특화한 자석발 기반 사족보행 로봇 '디든 스파이더'와 휴머노이드형 로봇 '디든 워커'를 개발하고 있다. 구동기와 자석발 등 핵심 하드웨어도 자체 개발했다. 향후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양산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발표에 나선 최별이 무빈 대표는 피지컬AI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휴머노이드가 사람과 함께 일하려면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할 수 있는 모션 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빈은 라이다(LiDAR)와 카메라, AI를 활용해 별도 센서를 몸에 부착하지 않고도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는 마커리스 모션캡처 기술을 개발했다. 회사는 지난해 제품 양산에 들어가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북미 시장에서 나온다.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로봇 내시경을 넘어 치료·수술 영역으로 기술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메디인테크는 한국전기연구원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기계식 내시경을 로봇화한 연성 로봇 내시경을 개발했다. 서울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서 약 55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마쳤으며 국내 국립소방병원을 비롯해 태국·필리핀·몽골 등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의사가 조향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방향을 찾고, 찾은 방향으로 로봇이 움직인다"며 "향후에는 AI가 병변과 주요 혈관·신경 등을 인식하고 로봇이 병변까지 접근해 조직을 절제하는 비침습 수술로봇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피지컬AI엔 긴 호흡의 자본 필요"…투자업계도 지원 강조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KDB 넥스트라운드-피지컬AI'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피지컬AI가 실제 산업으로 확산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자본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태정 산업은행 부행장은 "피지컬AI는 AI가 디지털 영역을 넘어 제조·물류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분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과 미래를 함께하는 투자자들을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도 "피지컬AI 산업은 이제 태동기에 접어들었다"며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와 효율적인 성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올해 국민성장펀드 대형리그 운용사로 선정됐으며 연내 1조원 규모의 신규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KDB 넥스트라운드는 한국산업은행이 혁신기업의 투자 유치와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시장형 벤처투자 플랫폼으로 올해 출범 10년 차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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