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연금 수급 전 소득공백을 줄이기 위해 법정 정년 하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정년 숫자만 올려서는 실제 고용기간을 충분히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 상당수가 정년 전에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데다 정년제 적용이 기업 규모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26일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55~79세가 생애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을 그만둔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퇴직 사유는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이 24.9%로 가장 많았고 건강 악화 22.1%, 가족 돌봄 15.2% 순으로 나타났다. 정년퇴직은 13.2%에 그쳤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정년연장이 이뤄지더라도 그 혜택은 고르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분석 결과 향후 5년간 영향권에 드는 55~59세 정규직은 176만7000명으로 이 중 정년제가 없는 사업장에 다니고 있는 근로자는 62만8000명이다. 이들은 정년제를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국회미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정년퇴직자의 33.6%가 1000인 이상 사업체 출신이었다.
과거의 정년연장 제도도 숫자만 높이는 정책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낸 'BOK 이슈노트'에서 2016년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늘어난 고령자 고용은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임금체계 조정 없이 정년만 늘어나다보니 조기퇴직 유도, 신규채용 축소 같은 부작용도 생겼다. 고령 근로자가 1명 늘 때 23~27세 근로자는 0.4~1.5명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이유로 '퇴직 후 재고용'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재고용은 새 근로계약을 맺으며 임금과 근로시간, 직무를 조정할 수 있어 기업은 숙련인력을 활용하고 근로자는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의 지난 6월 초안도 정년연장과 함께 재고용 의무 대상 연령을 2035년 65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다만 재고용 대상을 누가, 어떻게 정할지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는 "전원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재고용이 아니라 기업이 숙련된 고령자 등 원하는 사람을 선별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