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막장 버려야 산다"…이경규가 밝힌 K-숏폼 글로벌 전략

김건우 기자
2026.09.26 09:00

[인터뷰] 이경규 에이디지컴퍼니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경규 에이디지컴퍼니 대표 /사진제공=에이디지컴퍼니

국내 드라마 시장이 제작비 급등과 방송사 편성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극심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제작 편수가 급감하면서 주연급은 물론 연기력을 갖춘 주·조연급 배우와 '연기돌'들마저 차기작을 잡지 못해 1~2년씩 긴 공백기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다. 반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정반대다. 숏폼과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등 몰입형 포맷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안착했고,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기성 배우들이 숏폼 무대에 뛰어들며 전용 시상식까지 열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숏폼 드라마를 '한물간 연예인이나 무명 신인만 나가는 B급 플랫폼'으로 낮춰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정통 K-드라마 문법과 파격적인 구독 비즈니스 모델(BM)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캐나다, 브라질,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 다국적 인재들과 함께 글로벌 K-마이크로드라마 플랫폼 '순샷(SoonShot)'을 이끄는 이경규 에이디지컴퍼니 대표를 만나 시장의 돌파구를 들었다.

데이터가 검증한 구독의 역발상

순샷은 국내 서비스를 배제하고 철저히 해외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유저를 빠르게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매출 기준 미국이 60%를 차지하지만 브라질·인도네시아·필리핀·멕시코을 거쳐 스페인어권 전역으로 영토를 넓혔다. 누적 이용자는 지난해 말 15만명에서 8개월여 만에 115만명으로 급증했다. 올 한 해에만 100만명이 넘는 해외 유저가 순샷으로 유입된 셈이다.

순샷의 핵심 무기는 회당 1~2분 단위로 유저의 감정선과 결제 이탈 시점을 분석한 '시청 데이터'다. 릴숏, 드라마박스 등 기존 중국계 플랫폼은 웹툰처럼 '단건 결제' 구조에 맞춰 불륜·치정·복수 등 자극적인 막장 소재를 1분 단위로 욱여넣는다. 완주 비용이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를 웃돌아 유저 이탈이 심하고 정기 구독 유치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순샷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글로벌 관객의 실질적인 결제를 이끄는 것은 자극이 아닌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이 살아있는 '정통 K-로맨스'라는 점을 포착했다. 검증된 서사 중심의 50부작 드라마를 매주 목요일 정기 편성하며 충성도 높은 시청 습관을 구축했다.

수익 모델은 월 9.9달러, 연 39달러의 '정기 구독제'다. 중국계 플랫폼의 연간 결제액(약 120달러)보다 싸지만 유저 유지율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회차마다 유저를 쥐어짜는 통행료식 과금은 한 번은 통해도 두 번은 먹히지 않는다"며 "순샷은 한 달에 얼마를 뽑아내느냐가 아니라, 유저가 1~2년 머무르며 축적하는 누적 매출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표도 이 같은 전략의 성과를 입증한다. 전체 활성 유료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1년 치를 선결제하는 연간 구독을 택했다. 결제 전환 유저의 48%는 첫 시청 후 1시간 이내, 77%는 당일 결제를 마쳤다. 월간·연간을 합산한 월 구독 유지율은 3개월 연속 70% 안팎을 유지 중이며, 결제력이 가장 높은 미국 시장에서는 80%를 웃돈다. 이용자 1인당 평균 체류 시간 역시 26분에 달한다.

고객 획득 비용 회수 기간은 브라질 1.8개월, 필리핀 2.2개월, 미국 2.3개월로 모두 2개월 안팎에 불과하다. 순샷은 매출 60%를 담당하는 미국과 회수 속도가 가장 빠른 브라질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 지하철 스크린 2000여개와 66개 도시 1000여개 미용실 스크린 네트워크(월 1900만회 노출)를 활용하는 등 공격적인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순샷은 이 같은 정기구독 비즈니스 모델 검증과 글로벌 지표 성장을 바탕으로 최근 프리시리즈A 라운드에서 약 3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K-마이크로드라마 플랫폼 '순샷(SoonShot)'
예능 버리고 '100% K-로맨스' 집중

순샷은 서비스 초기 예능 포맷 테스트 등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장르를 '100% 정통 드라마'로 단일화했다. 이 대표는 "예능은 유튜브 등에서 무료로 볼 수 있고, 문법도 다르다"며 "글로벌 유저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핵심 동력은 한국적인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이 오롯이 녹아 있는 정통 K드라마 서사"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고질적 난제였던 '캐스팅 병목'은 실리적인 제작 시스템으로 풀었다. 기존 미니시리즈 주·조연급이나 연기돌 배우들이 숏폼 출연을 꺼리던 심리적 장벽을 '6회차 단기 촬영(약 1~2주)'과 '숏폼-롱폼(장편) 교차 모델'로 해소한 것이다. 배우들은 차기작 공백기 동안 부담 없이 참여해 알짜 수익을 확보하면서 연속성 있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콘텐츠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상파 제작사와도 연대한다. 순샷은 SBS미디어그룹 산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S와 첫 오리지널 드라마 5편의 공동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신혜선, 양세종, 안효섭 주연의 인기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필두로, SBS의 검증된 메이저 IP(지식재산권)와 제작 인력을 투입해 고품질 숏폼 드라마를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장편 드라마 감독들이 차기작 휴지기에 숏폼을 연출해 작품 완성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짰다"며 "자극적인 막장 복수극 대신 남녀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선을 살린 정통 로맨스 톤을 유지해 배우들의 커리어에도 확실한 플러스가 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 진화"

순샷이 배우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유인은 '해외 팬덤 형성'이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대작의 주연이 아니더라도, 순샷을 통하면 해외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즉각적인 글로벌 인지도와 판권 파급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아이돌 출신 배우 차준호가 주연을 맡은 로맨스물 '시혼궁녀'는 순샷 플랫폼 1위를 기록한 뒤 브라질 상파울루 지하철 대규모 옥외광고 메인 크리에이티브로 활용되며 현지 팬덤을 급속도로 확장시켰다. 단순 스트리밍을 넘어 배우의 해외 매니지먼트 교두보 역할을 해낸 셈이다.

메이저 제작사들과의 파트너십도 넓히고 있다. 순샷은 팬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쇼박스의 숏폼 전문 레이블 '쇼바이트'와 손잡고 독점 라인업을 강화했다. 쇼바이트의 신작 '사신'과 배우 이상엽 주연의 액션물 '퇴사했더니 탑스타가 내게 집착한다' 2편의 글로벌 독점 배급권을 확보했으며, 현재 70편 수준인 유통 라인업을 내년까지 200편으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시청 경험을 인터랙티브(쌍방향)로 바꾸는 기능도 이미 플랫폼 안에서 돌아가고 있다. 시청 중 원하는 구간을 밈(Meme)이나 숏츠로 가공해 틱톡·릴스 등에 실시간 공유하는 자체 '리믹스(Remix)' 툴을 비롯해 극 중 주인공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캐릭터 챗 기능을 탑재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부가 수익은 배우 및 제작진과 투명하게 배분하는 정산 체계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 방송사들의 드라마 편성 축소로 활로를 모색하는 제작사와 배우들에게 숏폼은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글로벌 징검다리"라며 "단순 시청을 넘어 밈 바이럴, 캐릭터 챗, 해외 팬미팅으로 확장되는 팬덤 참여형 플랫폼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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