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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애플이 앱 사용자 추적을 차단하는 정책을 꺼냈다. 이용자 행동을 추적하던 '타게팅 광고'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듬해 메타의 시가총액 200조원이 하루만에 날아가기도 했다. 반대편에 아마존이 있었다. 회원의 구매 이력을 스스로 쥐고 있던 아마존의 광고 매출은 그 무렵 유튜브를 넘어섰다. 광고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 앉은 순간이었다.
펄스애드는 그 흐름에 올라탄 회사다. 아마존 입점 브랜드의 사업을 대신 굴리는 AI 광고·판매 운영 플랫폼 '펄슨(Pulson)'을 서비스한다. 펄슨은 데이터 분석과 실행 계획 수립, 광고 성과 확인과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AI에이전트다. 윤거성 펄스애드 대표는 "10년 전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던 광고의 주 무대가 이젠 이커머스로 옮겨왔다"며 "이젠 아마존에서 광고를 하지 않으면 노출도, 구매 전환도 일어나지 않는 시대"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모바일 앱 광고 플랫폼 창업을 거쳐 지그재그에서 사업총괄을 맡으면서 입점 셀러를 3500개에서 2만5000개로, 거래액을 4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키웠다. 광고 기술과 셀러의 성장 지원을 모두 경험했다. 지그재그가 카카오에 인수된 뒤 잠시 캐나다에 머물 때 아마존에 입점한 지인의 어려움을 목격하며 다시 창업하기로 마음 먹었다.
2024년 3월 펄스애드를 설립한 뒤에는 직접 고객의 아마존 계정을 운영했다. 아마존의 셀러들이 겪는 어려움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운영 과정에서 아쉬웠던 기능 등을 넣으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업그레이드하길 반복했다. 우선 제품을 만들고 기민하게 수정·보완해나가는 '애자일'한 개발을 2년 동안 이어간 끝에 '펄슨'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췄다.
윤 대표는 "직접 고객 계정을 운영하며 알게된 것 중 하나는 '광고만 취급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잘 팔리는 상품에 광고를 몰아주면 재고가 순식간에 바닥난다. 재고가 끊기면 매출도 끊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재고를 채우고 광고를 재개해도 학습이 끊긴 알고리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른바 '콜드 스타트'다.
그래서 펄슨은 아마존 검색 광고 시스템에 물류·재고, 주문·정산 정보까지 통합했다. 주문과 재고 현황에 따라 광고 노출을 알아서 조절하게 만든 것. 펄슨 하나로 아마존 광고는 물론 구글·메타·틱톡에 거는 광고까지 함께 관리한다. 이들 광고가 향하는 종착지가 결국 아마존이어서다.
펄스애드는 LG전자, 삼양식품과 다수의 굵직한 K뷰티 브랜드의 아마존 사업을 돕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회사를 설립해 현지 사업을 확장하며 뉴욕에 기반을 둔 젤네일, 아이래시(속눈썹) 분야 유명 뷰티브랜드 '키스(KISS) 그룹'까지 고객으로 품었다. 펄스애드는 7개국 마켓플레이스에서 이들 브랜드의 아마존 거래액 1조600억원어치를 운영하며 분석해 펄슨을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 고객사를 확보한 과정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셀러들에게 이메일을 살포하고 매달 밋업(MeetUP)을 열면서 네트워크를 쌓았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메일을 더 잘 열어본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한글과 영어를 섞어 보내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키스'의 경우 이메일을 받은 분이 마케터는 아니고 물류 담당자였다"며 "이 분이 사내 이커머스팀에 저를 소개해주며 연을 맺게 됐고, 이젠 북미에서 저희의 가장 든든한 고객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펄슨을 이용한 고객사의 자동화 수준은 60~80% 수준이다. 펄슨은 반복적인 분석과 운영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수행하고, 담당자는 전략과 주요 변경 사항을 검토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있다. 윤 대표는 "지금도 '딸칵' 한번으로 된다고 주장하는 마케팅 도구는 많지만 단일 브랜드에 월 1억원 넘는 예산을 거기다 투입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고객이 광고 의도를 전달하고 전략을 승인하기만 하면 되는 수준까지 펄슨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펄스애드는 당분간 아마존을 중심으로 제품과 고객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77%로 2위 월마트(7%)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이다. 창업 초기부터 미국 시장과 아마존을 주요 무대로 삼아온 만큼, 이곳에서 고객 브랜드의 운영 문제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윤 대표는 "앞으로 2년 안에 '아마존만큼은 글로벌에서 펄스애드가 진짜 잘한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업무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그가 내다보는 10년은 모바일 시대의 반복이다.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수많은 앱이 쏟아지고 그중 유니콘이 나왔듯 이제는 아마존과 월마트, 쿠팡 같은 이커머스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AI 덕분에 브랜드를 만드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마켓플레이스 셀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 안에서 10조원짜리 소비재 브랜드가 여럿 나올 텐데, 그들의 성장을 돕는 중간 플랫폼도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할 것"이라도 내다봤다.
윤 대표는 광고 기술과 이커머스 사업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으로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그재그에 있을 때는 판매자들이 온라인에서 더 큰 사업을 만들도록 도왔다면, 펄스애드에선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며 "국가와 채널이 늘어날수록 복잡해지는 운영 업무를 AI가 함께 맡아, 브랜드가 더 큰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펄스애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