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 회장 "청년창업사관학교 살리고 벤처스튜디오 문턱 낮춰야"

최태범 기자
2026.09.30 14:15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제4대 협회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
'AC 산업백서 2026' 발간…연간 투자액 첫 1조 돌파, 외형성장·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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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사진=최태범 기자

"AI(인공지능)가 고도화될수록 청년 일자리는 줄고 창업으로 내몰리는 청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믿고 의지하던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를 없애는 것은 AI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이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초기투자AC협회) 회장은 29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 2026' 발간 및 제4대 협회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1년 출범한 청창사는 만 39세 이하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과 공간·코칭 등을 지원해 왔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청창사 관련 예산을 없애고 청창사가 사용하던 전국 거점과 시설·인력 등을 재창업자를 지원하는 '재도전성공학교'에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청창사 폐지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창업지원사업의 중복과 운영 비효율 문제가 있다. 전국으로 거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직영과 민간위탁 등 운영 방식이 혼재됐고, 일부에서는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등 관리 문제도 불거졌다.

전화성 회장은 "청창사는 2011년 개교한 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해온 프로그램"이라며 "토스와 직방 등을 배출한 동문 네트워크와 표준화된 액셀러레이팅 커리큘럼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창사가 사라지면 16년간 축적된 창업 교육·보육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민간 AC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청창사를 기존의 1년 단위 지원사업에서 '창업-성장-투자'로 이어지는 성장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회장은 "민간 AC 중심으로 보육과 투자가 이뤄져야 지금의 관 주도 체제가 장기적으로는 민간 주도로 바뀔 수 있다"며 "다음 달 8일 중기부 장관을 만나면 건의할 생각이다. 16년간 쌓은 노하우와 프로세스를 충분히 살리면서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C 연간 투자액 첫 1조원 돌파

협회가 지난해 말 기준 등록 AC 495개사의 2017~2025년 투자·보육 실적을 분석한 AC 산업 백서에 따르면 국내 AC의 연간 투자금액은 2017년 69억원에서 지난해 1조117억원으로 늘었다. 창업기획자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투자액이 1조원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투자를 집행한 AC는 295개사로 2017년 25개사의 11.8배다. 같은 기간 연간 투자 건수는 110건에서 2574건으로 증가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4조5291억원, 누적 투자 건수는 1만3751건이다.

전 회장은 "AC가 투자는 하지 않고 보육사업에만 치중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협회가 직접 데이터를 모으지 않았다면 AC가 연간 1조원 이상 투자하는 산업이라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 등 외형은 커졌으나 AC 업계 내부의 양극화는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누적 투자 실적이 있는 AC 400개사 가운데 투자금액 200억원 이상인 54개사가 전체 누적 투자금액의 75.8%인 3조4322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등록 AC 495개사 중 95개사(19.2%)는 투자 이력이 한 건도 없었다. 등록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투자 실적이 없는 곳은 30개사, 과거 투자 실적은 있지만 마지막 투자 후 3년 이상 활동이 중단된 곳은 39개사로 나타났다.

투자를 3년 이상 중단한 39개사 중 18개사는 보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나머지 21개사는 투자와 보육이 모두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협회는 이들 기관의 투자 중단 원인과 운영 현황을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다.

VC형·일반형으로 갈라지는 AC 업계

AC의 성격도 'VC(벤처캐피탈)형 AC'와 '일반형 AC'로 분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체 AC 투자금액 1조117억원 가운데 VC 라이선스를 함께 보유한 AC가 49.1%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투자 건으로는 이들의 비중이 전체의 16.5%에 불과했다.

이는 VC 겸영 AC가 적은 수의 대형 투자를 주도한 반면 일반 AC는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소액 투자를 여러 차례 집행했다는 의미다. VC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은 AC의 지난해 투자금액은 5153억원, 투자 건수는 2150건으로 집계됐다. 건당 평균 투자액은 2억4000만원이다.

협회는 VC형 AC가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와 스케일업을 담당하고, 일반형 AC는 초기기업 발굴과 보육을 통해 생태계의 기반을 넓히는 구조로 역할이 나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AC의 투자 역량은 팁스(TIPS)·모태펀드 운영사 등 정책 프로그램 참여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AC 투자금액 중 팁스 운영사가 집행한 금액은 7555억원으로 74.7%를 차지했다. 모태펀드 운용사의 투자금액은 6983억원으로 전체의 69%였다.

전 회장은 벤처스튜디오 제도의 보완을 AC 업계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벤처스튜디오는 투자자가 아이디어 발굴부터 팀 구성, 법인 설립, 초기 투자까지 직접 관여하는 기업 육성(컴퍼니빌딩) 모델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AC의 경영 지배 목적 투자가 제한돼 벤처스튜디오 방식의 사업 추진이 불가했다. 협회의 제안으로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신청·승인 절차와 세부 요건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판단이다.

자본력이 있는 AC만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 회장은 "작은 AC에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소규모 AC가 2억원가량을 출자하고 팁스와 연계해 벤처스튜디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요건을 풀어달라고 중기부에 건의한 상태"라고 전했다.

내년부터 AC 통계업무 협회가 맡는다

협회는 내년부터 창업진흥원이 담당해 온 창업기획자 통계업무를 넘겨받는다. 전 회장은 이를 임기 중 핵심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지금까지 협회는 창업기획자 전자공시시스템(DIAA) 등의 데이터를 직접 크롤링해 백서를 만들었다. 공시 담당 인력이 부족하고 일부 기관의 공시가 누락되거나 지연되면서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협회는 업무 이관 후 정책·데이터 담당 인력 3~4명을 배치해 공시를 매월 독려할 계획이다. 투자 의무 이행 등에 위험 신호가 포착된 AC에는 제재나 감사보다 '코칭' 방식으로 개선을 유도한다. AI를 통해 데이터 수집과 이상 징후 분석을 자동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C 회수 실적 집계도 과제로 남았다. 현행 공시에서는 투자금 회수 보고가 의무화돼 있지 않고, 개인투자조합 청산 정보는 다른 기관이 관리해 AC 업계 전체의 회수 성과를 파악하기 어렵다. 협회는 별도 실태조사를 통해 투자 회수 현황을 백서에 반영할 계획이다.

한편 전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홍종철 인포뱅크 아이엑셀 대표와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등록했다. 협회 설립 이래 첫 경선이다. 협회는 10월 중순 이사회에서 후보 1명을 뽑고, 내년 2월 정회원 총회에서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전 회장은 "지난 10년이 AC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산업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증명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며 "더 많은 투자를 넘어 더 나은 성장을 만들고 개별 기관의 성과를 넘어 창업생태계 전체의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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