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찾은 충남 당진군 장항리대한전선당진공장. 공장에 진입하자 당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던 높은 타워가 우뚝 서 있었다. 전선을 만드는데 필요한 초고압설비인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ation)타워다. 지상 160.5m의 높이로 설계돼 당진은 물론 세계 전선 타워 중에서도 으뜸이다.
이 타워에선 피복을 입히는 절연작업 등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되는 380kV(킬로볼트)급 초고압 케이블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윤수 대한전선 전무(총괄공장장)는 "타워가 높을수록 휘어짐을 최소화하고, 부산물을 많이 제거해 양질의 전선을 빠르게 많이 뽑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달궈진 구리선을 타워 끝까지 올린 뒤 내려오면서 부산물을 제거하고 절연하는 기술이 전선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면서 "특히 전선마다 온도 등의 환경을 조절해 건조하는 기술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34만㎡의 부지에 세워진 대한전선 당진공장은 2011년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단일전선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주력 생산제품인 초고압 케이블 공장을 비롯해 △동판을 녹인 뒤 구리선을 뽑아내는 소재공장 △고압·중저압 전력케이블 공장 △통신케이블 공장 등이 한곳에 있다.
전력 케이블은 전기동을 용광로에 녹인 동봉을 전선의 도체로 가공해 얇은 가닥을 합치는 '연선' 공정을 거친다. 이후 피복을 입히는 절연, 절연체를 꼬아 주는 연합 작업 등을 거쳐 완성된다. 각 공정마다 불량 방지 시스템도 갖추고 있으며 안전한 제품을 출하하기 위해 모든 제품을 전수조사한다.
회사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공장 설립 당시엔 공장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당진공장은 지난 5년간 평균 8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김 전무는 "경기 안양 등에 흩어져 있던 공장을 당진으로 모은 뒤 생산성을 43% 정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생산력을 바탕으로 대한전선은 글로벌 10위권 전선업체이지만 초고압 케이블 분야에선 '빅 5' 안에 든다. 올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개의 초고압케이블 전력망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는데 규모는 총 5200만달러(약 63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중동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주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회사 분위기 역시 한층 좋아졌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우수직원을 포상하고 당진공장 현장으로 가족들을 초청해 대한전선의 부활 모습을 알렸다. 김 전무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루고자 하는 임직원들의 의지가 충만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