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한국과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트럭을 받아들인다"고 한 것은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미국산 자동차가 이미 국내에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음에도 판매가 비교적 저조한 것이 한국의 안전·환경 등 규제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수차례 비관세 장벽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2월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자동차 인증과 같은 세금 이외의 무역장벽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에는 SNS(소셜미디어)에서 8가지 '비관세 부정행위'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환율 조작, 원가 이하의 덤핑 등과 함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기술 기준'이 포함됐다.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면서 자동차 등 미국산 주요 제품의 외국 현지 판매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자동차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을 포함해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도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은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한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자국 기준을 충족한다면 수입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으로 이듬해부터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 준수 시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동차 대수를 연간 제작사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늘린 바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거쳐 5만대 상한을 없애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다른 자동차 관련 비관세 장벽 완화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관련 협상이 예상된다. 한국 환경부는 전기차와 관련해 미국 EPA 대비 저온 주행 항목에서 더 가혹한 조건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같은 자동차라도 한국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낮게 인증돼 보조금에서도 불리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기준 완화·철폐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 요구대로 주요 비관세 장벽이 사라지면 국내 자동차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기아 등 국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국내 판매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은 연비, 디자인, 부품 수리비 등에서 경쟁력이 낮아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지 비관세 장벽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