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방안은 당초 일정보다 3개월 이상 늦게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제출한 초안을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친다"며 반려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수정안이 마련됐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줄이고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12일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며 6개월 이내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12일 통합안을 냈지만 공정위는 소비자 권익보호에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청했다.
이번 통합안의 핵심은 아시아나항공 회원들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기존 최대 유효기간인 10년까지 별도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10년인 점을 고려하면 합병과정에서 마일리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소비자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마일리지의 전환비율에만 집중하던 업계와 시장의 예측과 달리 아시아나 마일리지 형태 10년 유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함께 제시한 점이 색다르다"며 "일률적인 마일리지 전환이 아닌 개인별 상황에 맞게 선택권을 부여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마일리지 전환비율도 파격적이다. 1차안을 낼 때 대한항공은 탑승·제휴마일리지 구분 없이 단일 전환비율을 적용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비율은 1대1에 못 미쳤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별도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비용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전환방식에 차등을 뒀다. 탑승마일리지는 1대1, 제휴마일리지는 1대0.82로 전환키로 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1대0.7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1마일당 약 14.5원, 아시아나를 약 10.8원으로 평가한다. 이를 환산하면 전환비율은 1대0.7 수준이다.
공정위는 또 아시아나가 마일리지 소멸을 전제로 지속적으로 마일리지 사용처를 축소해온 것도 문제 삼았다. 과거 이마트, CGV, 소노벨(옛 대명콘도) 등에서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들 사용처와의 제휴중단으로 고객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통합 이후에도 10년간 유지될 아시아나 마일리지 사용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너스 항공권 및 좌석승급 서비스 외 쇼핑 등 비항공권 분야에서 사용처 확대를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대한항공 측은 "자체제작 브랜드 굿즈, 공산품 및 모바일쿠폰 등의 일반상품과 숙박 및 테마파크, 영화관람권, 기내 면세점 바우처를 비항공 상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에서만 운용 중인 복합결제 방식을 아시아나에도 도입한다. 복합결제란 항공권 일반석 구매시 항공운임의 최대 30%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는 제도다. 소액의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들은 마일리지를 활용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공급(판매)가격 인상도 제한했다. 두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신용카드사에 판매해왔는데 합병 후 경쟁자가 사라지면 공급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적립 마일리지가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2034년 12월11일까지 대한항공 마일리지 공급가격을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복수의 카드사들과 제휴관계를 유지토록 했다.
다만 통합에 따른 항공사간 마일리지 부채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말 기준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는 2조7681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 9523억원까지 합하면 총 3조7025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별도 관리가 유지돼 단기적 채무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관리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