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이사회 회장 겸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LG 계열사 CEO들을 연달아 만나며 국내 기업과 협력 강화 의지를 보였다. 국내 기업이 전장·배터리·반도체 등 미래차 핵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3일 저녁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전장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의 만남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승지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개조한 삼성그룹의 집무실 겸 영빈관이다. 삼성그룹의 미래 방향과 전략적 결정을 내린 상징적 의미를 가진 곳이다. 이 회장 취임 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이 방문한 바 있다.
이날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하만 사장 등 전장사업 관계사 경영진이 동석했다. 양측은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전장 부품, 디스플레이 등은 물론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 전반에서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이 직접 만난 만큼 삼성과 벤츠 간 전장 생태계 협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2016년 오디오·전장 자회사 하만의 M&A(인수합병) 직접 주도한 것을 시작으로 전장 사업을 미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7월 테슬라와 맺은 자율주행 반도체 수주다. 계약규모는 총 165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 또 올해 초 이 회장이 BYD 본사를 방문한 후 지난 4월부터 삼성전기가 BYD에 대규모 MLCC(적층세라믹컴패시터) 공급을 시작했다.
이날 회동 또한 삼성SDI, 하만, 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사 전장 사업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만은 벤츠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이미 공급 중이다.
특히 삼성SDI는 글로벌시장에 인정받은 각형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외에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벤츠는 최근 전차 라이인업 강화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가 벤츠와 차세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할 경우 독일의 3대 프리미엄 완성차인 벤츠, BMW, 아우디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국내 기업과 추가적인 베터리 협력에 대해 "벤츠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원한다"며 "여러 파트너와 함께 일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벤츠와 일하고 싶다면 혁신, 최첨단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칼레니우스 회장은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의 전장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기반 협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조주완 LG전자 CEO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 자동차 부품 관련 계열사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면담 후 "LG와 여러 기술 분야에서 아주 깊고 오래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며 "LG처럼 기술의 폭과 깊이를 모두 갖춘 기업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혁신과 최첨단 기술"이라며 "벤츠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마다 가장 자연스럽게 찾는 파트너 중 하나가 LG"라고 강조했다. 이어 "LG와 협력관계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전기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자동화 기반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생산 체계 구축 등 벤츠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협력 확대 방향을 논의했다. LG는 전기차 부품,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율주행 센싱 등 그룹 차원의 차세대 전장 솔루션을 소개했다.
특히 LG의 전장 역량을 하나로 묶은 '원 LG' 전략이 양사 협력의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현재 LG 4개 전장 계열사는 내연기관차, 전기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아우르는 핵심 부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며 벤츠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조주완 CEO는 "LG는 그룹 전반적으로 벤츠와 큰 수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이 안정되면 LG전자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에서 더욱 성공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논의된 기술 범위를 언급하며 "매우 다양한 기술을 논의했다"며 "SDV, AI, 차량 내 에이전틱(agentic) AI뿐 아니라 LG가 강점을 가진 에너지 저장 분야까지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칼레니우스 회장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14일에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는 '미래 전략 콘퍼런스'에 참가해 벤츠의 한국 시장 전략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