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도 기회가 있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북미 전기차 시장 위축과 중국의 굴기 등으로 위기를 맞은 K배터리가 애플리케이션(앱) 다변화로 경쟁력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인공지능(AI) 인프라 등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단 전략이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 겸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우리 배터리 산업은 거센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선 배터리의 영토를 과감히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도 "배터리의 신수요처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기차를 부스 전면에 내세웠지만 올해는 이를 다양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LG에너지솔루션 부스 한쪽엔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6'에서 화제를 모은 LG전자의 홈로봇 'LG클로이드'와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로봇 '카티 100'이 등장했다. 항공·큐브위성 등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활용 사례도 공개됐다.
삼성SDI는 참가 업체 중 최대 규모로 ESS를 전시했다. 부스 중앙에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원장치(UPS)와 배터리 백업 유닛(BBU)용 배터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ESS용 일체형 배터리 솔루션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의 풀 라인업을 소개했고, ESS 안전성을 크게 높인 화재 예방 소프트웨어 '삼성 배터리 인텔리전스(SBI)'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SK온은 자사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위아의 물류 로봇을 중앙에 배치했다. 또 셀투팩(CTP) 기술과 SK엔무브의 액침 냉각 플루이드 기술을 결합한 'CTP 통합 패키지 솔루션'도 전시했다.
특히 올해 행사에선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눈에 띄었다. 삼성SDI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부스에서도 관련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소재사들도 나섰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고체용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에코프로는 전고체용 양극재와 고체 전해질을 선보였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기술 수장들도 미래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고 밝혔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열린 '더배터리컨퍼런스'에서 "소재와 셀, 팩,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등 배터리 전 영역에서 특허의 양과 질 모두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며 "연구개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D(연구개발)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특화된 각형, 전고체 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해 ESS와 UAM, 로보틱스에 필요한 배터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런 솔루션 제공을 통해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CTO)은 배터리 활용처 확대와 함께 안전성 확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셀 내부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한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난연 분리막과 난연 용매 기반 불연성 전해액을 적용해 극한 환경에서도 화재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