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30년까지 세계적인 메모리 칩 부족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개발 경쟁과 맞물린 메모리 칩 수요 급증으로 "주문업체와 공급업체의 갑을 관계가 뒤집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급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당분간 메모리 가격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공급 부족 문제는 웨이퍼(반도체 기판) 부족에서 비롯되는데 더 많은 웨이퍼를 확보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며 "웨이퍼 공급이 수요보다 20% 이상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곽노정) 최고경영자(CEO)가 D램 가격 안정화를 위한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데 대해서는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게도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예탁증서(DR)는 기업 주식을 해외 시장에서 유통하기 위해 발행하는 대체증권이다. 기업이 원주식을 국내 보관기관에 맡기면 이를 담보로 해외 예탁기관이 예탁증서를 발행해 해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경우 ADR이라고 한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제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길 계획이 있는지 묻자 이미 기반이 잡혀있는 한국 생산시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이고 한국 외 지역에 생산 능력을 구축하더라도 똑같이 시간이 걸린다"며 "한국은 이미 기반이 잡혀 있어서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총수가 엔비디아 GTC에 참석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황 CEO와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날 다시 GTC 현장에서 황 CEO와 만나면서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갔다. 황 CEO는 이날 SK하이닉스 전시부스를 찾아 양사의 대표 협력 전시 제품인 베라 루빈에 "JENSEN ♡ SK HYNIX"라는 사인을 남겼다.
지난달 회동에선 SK하이닉스의 6세대 제품인 HBM4를 포함해 다양한 AI 반도체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전시관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와 저전력 서버용 D램 모듈 신제품 'SOCAMM2'를 선보였다. 또 엔비디아의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모듈 '그레이스 블랙웰'에 SK하이닉스의 5세대 HBM3E를 탑재한 실물 제품도 전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 회장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들과 직접 교류하며 SK하이닉스의 AI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GTC에서의 행보는 HBM4를 비롯한 차세대 AI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