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에서 비(非)반도체 부문 조합원의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내건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 부문 조합원만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약 1000명 이상의 탈퇴 요청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당초 100건 미만이었던 탈퇴 신청 건수는 지난달부터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달 28일에는 500건을 넘겼다. 이튿날에는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한 조합원들은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조합원의 이해관계만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을 탈퇴 이유로 밝히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내 유일한 과반 노조다. 조합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DS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DS 부문에 대해서만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대해서는 별도의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DX 부문은 가전과 모바일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한다.
DX 부문은 같은 삼성전자 소속인 DS 부문의 반도체 가격 인상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간 적자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올해 성과급은 DS 부문 임직원만 1인당 6억원 수준을 받게 된다. DX 부문 직원들 입장에선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초기업노조가 파업 기간 중 15일 이상 활동할 경우 수당 3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스태프 모집에 나선 것 역시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조합이 지난 1월 쟁의 기간 조합비를 1만원에서 5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기로 한 결정이 파업 현실화 가능성과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한 DX 부문 조합원은 "DX는 챙겨주는 것도 없는데 스태프에 선심을 쓰기 위해 조합비를 인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DX와는 상관없는 남의 투쟁을 위해 내 지갑에서 돈만 빠져나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하루 1000명에 달하는 탈퇴 요청 규모는 성장세를 이어왔던 초기업노조 창립 이래 유례없는 수치지만 노조가 DX 조합원 탈퇴를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DX 조합원이 탈퇴하더라도 과반 노조 지위 유지에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DS 부문 내부에서도 노조 가입 여부를 둘러싸고 편 가르기나 파업 참여 압박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른바 '노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DS 부문 내부에서는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대화가 단절되는 등 직원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가 조합비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DX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했다면 조합비 인상을 이렇게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DX 부문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향후 노조의 '대표성'에 대한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