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손잡는 유럽차..현대차·기아에 기회되나

이정우 기자
2026.06.16 05:40
유럽 신차 시장 점유율/그래픽=최헌정

유럽연합(EU)이 역내 제조역량 강화를 위해 산업가속화법(IAA)을 제안하는 등 '메이드 인 EU'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은 중국 기업과의 지분 투자, 합작법인, 기술협력 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추면서도 중국 자본의 지배·통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현대차그룹이 틈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럽 신차 시장에서 SAIC(MG)와 BYD, 체리, 립모터 등 중국계 브랜드의 직접 판매 비중은 7.8%를 기록했다.

유럽 완성차그룹의 점유율은 59.4%에 달했지만 이들 기업 상당수도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계 주주 지분이 적지 않은 대표 사례로 꼽히고, 스텔란티스는 중국 립모터 지분 21%를 인수해 유럽 판매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볼보는 중국 지리그룹 계열 브랜드다.

유럽 1위 완성차그룹인 폭스바겐 역시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 지분 4.99%를 취득하고 공동 개발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용 전기차 개발에 샤오펑의 역량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럽 완성차 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EU가 추진하는 역내 제조 기반 강화 정책과 긴장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향후 IAA의 규제 적용과 시장 재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IAA를 제안했다. 2024년 GDP 대비 14%대인 제조업 비중을 2035년 20%로 확대하는게 목표다. 2029년 1월 이후 진행되는 공공조달 등에서는 전략산업별로 '유럽산' 및 저탄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자동차는 에너지 집약 산업·기후중립 기술과 함께 주요 적용 대상으로 포함됐다.

여기에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핵심 전동화 역량을 외부에 기대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자체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을 방어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의존과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유럽 내 생산 기반을 갖추면서도 중국 기업과의 지분·합작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현대차는 체코,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각각 생산 거점을 두고 있고, 기아 EV2·EV3·PV5 등 독자 전동화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1%, 34.7% 늘었다.

마건우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EU 내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하반기 IAA 통과 여부와 세부 요건 확정 과정이 판매량 개선 기대를 높이는 정책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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