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수익구조가 신차를 '한 번 팔면 끝'인 제조 중심에서 차량 생애주기 내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성능 등을 판매하는 반복 매출 모델로 바뀌고 있다. 기아에 이어 현대차가 유럽에서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와 차량용 와이파이를 묶은 장기 구독 상품을 내놓으면서 이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유럽에서 장기 구독형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패키지'를 출시했다. 넷플릭스, 헤이스택 뉴스뿐 아니라 게임과 어린이용 콘텐츠, 노래방 등을 차량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구독 기간은 1년과 3년으로, 가격과 서비스 범위는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이번 상품은 월 단위 결제를 넘어 3년짜리 장기상품을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객이 차량 출고 이후에도 블루링크 스토어에서 콘텐츠와 통신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해 신차 판매에 집중됐던 수익 구조를 차량 이용 기간 전체로 넓히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구독사업은 연결 서비스에서 콘텐츠와 편의·성능 기능, 향후 자율주행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블루링크와 기아 커넥트로 원격제어와 길 안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영상·게임·디스플레이 테마 등 비교적 저렴한 상품부터 고가의 주행 기능까지 판매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전환도 이러한 사업모델을 뒷받침한다. 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무선 업데이트할 수 있게 되면서 출고 당시 없었던 기능도 나중에 추가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커넥티드 서비스 가입자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향후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능이 본격 적용되면 차 한 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매출도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기아가 차량용 디지털 상품을 먼저 다각화했다. 기아는 유럽에서 음악 스트리밍과 영상·게임·노래방·소셜미디어, 와이파이 등을 조합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운영한다. 일부 시장에서는 전기모터 성능을 높이는 '부스트'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 출고 이후 추가로 활성화하는 기능도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디즈니·마블·픽사·스타워즈·미국프로농구(NBA) 등 외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테마까지 상품화했다. 콘텐츠와 테마처럼 가격 부담이 낮은 상품으로 차량 내 결제를 유도하고 성능·편의 기능으로 상품 단가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완성차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는 스트리밍과 위성지도 등에 필요한 '프리미엄 커넥티비티'를 구독 형태로 판매하고 BMW는 주차 보조와 디지털 콘텐츠 구독 상품을 판매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차량 출력과 토크를 높이는 기능을 디지털 상품으로 내놓았다.
완성차업체들이 구독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생산량과 별개로 기존 판매 차량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GM은 지난해 말 온스타의 글로벌 가입자가 1200만명, 핸즈프리 주행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 가입자가 62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GM은 앞서 온스타와 슈퍼크루즈 등 소프트웨어·서비스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이 약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자동차산업은 하드웨어 중심 단발성 수익구조였으나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스마트옵션과 모빌리티 서비스가 중요한 수익창출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