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부터 반도체까지…영토 넓히는 롯데정밀화학 셀룰로스[R&D인사이드]

김도균 기자
2026.10.08 05:30

(16)최낙운 롯데정밀화학 연구개발부문장

[편집자주] 최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도 한때는 상상에 불과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실험대 위에 올리고 실패를 반복하며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때로는 산업의 방향을 바꿔왔다. 이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진을 머니투데이가 만나봤다.
롯데정밀화학 셀룰로스/그래픽=이지혜

지난달 17일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중앙연구소. 롯데정밀화학 연구진이 수조처럼 생긴 용출기에 하얀 알약 두 개를 떨어뜨렸다. 한쪽에서는 곧바로 기포가 일었지만 다른 한쪽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용출기가 수조 속 용액을 일정한 속도로 회전시키자 기포가 일었던 알약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녹아버렸다. 반면 다른 알약은 원래 모습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알약이 쉽게 녹지 않고 형태를 지킨 비밀은 알약을 감싼 롯데정밀화학의 셀룰로스 소재 '애니코트'에 있었다. 애니코트는 천연펄프를 원료로 만드는 롯데정밀화학의 식물성 소재다. 최낙운 롯데정밀화학 연구개발부문장은 "애니코트는 물을 꽉 잡아주는 보습성과 겔층 형성능력 등의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이라며 "이런 기능을 살려 약 성분이 원하는 시점에 녹아 나오도록 하는 서방형 제제나 캡슐 등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제약 회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면서 롯데정밀화학은 생산 규모도 키웠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12월 식의약용 셀룰로스 생산능력을 기존 1만2000톤에서 1만8000톤으로 늘리는 증설을 마쳤다. 이는 연간 생산 능력 기준 세계 1위 규모다. 최 상무는 "머지않아 판매량 기준으로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중앙연구소 내 롯데정밀화학 연구진이 사용하는 용출기. 셀룰로스로 코팅된 왼쪽 알약은 녹지 않은 반면 코팅이 안된 오른쪽 알약은 바로 녹아버린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셀룰로스는 현재 롯데정밀화학의 대표적인 스페셜티(고기능성) 소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식의약용 제품은 사람이 직접 섭취하는 제품에 사용되는 만큼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해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도 까다롭다. 최 상무는 "원료인 펄프 가격의 10배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셀룰로스는 천연 유래 물질인 펄프를 원료로 하는 만큼 자연으로 돌아가면 분해되는 특성도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이 점에 주목해 토양 보습제 '셀로팜'을 개발했다. 약 3년 전 개발을 시작했으며 올해부터 경기권을 비롯해 신안의 파와 의성의 마늘, 안양의 고추, 김제의 감자, 금산의 깻잎 등 지역별 특화 작물을 대상으로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산불지역 산림복원, 조림, 조경사업에도 적용하기 위해 각 지자체 및 산림조합과 협력해 다수의 실증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최 상무는 "셀로팜은 셀룰로스가 가진 물을 꽉 잡아주는 보습성을 토양에 응용한 사례"라고 소개한 뒤 "기존 토양 보습제에 쓰이는 아크릴계 고흡수성수지는 생분해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있어 농업용으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중앙연구소. 최낙운 롯데정밀화학 연구개발부문장(상무)이 셀룰로스를 활용한 농업용 보습제 '셀로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롯데정밀회학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적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의 산림 복원이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이 주요 대상이다. 최 상무는 "몽골처럼 사막화가 진행된 지역에 방풍림을 조성하는 ODA 사업 등에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며 "중동처럼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지역에서 나무를 심을 때도 셀룰로스의 보습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주목하는 새로운 활용처는 배터리와 반도체다. 롯데정밀화학의 계열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동박을 만드는 과정에도 셀룰로스 소재가 사용되고 배터리 음극재에 흑연을 붙이는 과정에서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실리콘 웨이퍼 연마제에도 쓰인다.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새로운 산업의 공정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소재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게 최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산업 기술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찾아내고 셀룰로스의 기능을 활용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성숙한 산업뿐 아니라 배터리나 반도체처럼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에서도 사용성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중앙연구소. 셀룰로스를 활용한 농업용 보습제 '셀로팜'./사진제공=롯데정밀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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