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시한부' 특허 파장…과잉규제에 멍드는 면세산업

오승주 기자
2015.11.16 03:03

현실 무시한 졸속 입법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 발목…"투자·고용 등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항변도

면세점 특허권 심사를 5년마다 원점에서 다시 하도록 개정한 관세법의 파장이 컸다. 정치권이 과도하게 면세산업을 규제하면서 시장경제 왜곡까지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면세특허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관세청은 지난 14일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신세계와 두산이 특허권을 획득해 시내면세점 시장에 새롭게 진입했지만 23년간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해 온 SK네트웍스는 면세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롯데도 그룹의 상징인 서울 잠실 123층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문을 닫게 됐다.

현행 면세사업자 선정은 5년마다 이뤄진다. '5년 시한부 특허' 규정은 2012년 11월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주도로 탄생했다. 이후 법안은 수정과 대안을 거쳐 2013년 1월 본회의를 통과한 뒤 공포됐다. 정치권이 면세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8조3000억원 규모(2014년 기준)으로 2007년(2조6442억원)에 비해 7년만에 3배 넘게 성장했다.

불황에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고 국회의원들은 시장 논리를 떠나 '면세점=재벌특혜'라는 인식을 부추기는 내용의 면세업 규제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8월 현재 국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 6개가 계류 중이다. 김관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호텔롯데, 호텔신라 등 면세점 대기업은 원천적으로 면세점을 열수 없도록 하는 관세법 개정안까지 내놨다.

업계는 어렵게 따낸 면세 특허를 5년마다 원점에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구조에선 고용이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항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모든 물품을 사업자가 사입(직접 구매해 판매)하고 물류를 일원화하는 등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며 "대기업을 배제하겠다는 구상은 면세시장 현실을 무시한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은 규제를 풀어 면세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반면 한국은 국회가 앞장서 면세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8%의 세금환급(사후면세점)을 받는 물품에 식품과 음료, 약품, 화장품 등 소모품도 포함했다. 중국은 2013년 11개 신규면세점 문을 연데 이어 기존 면세점 리모델링을 통해 연평균 3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권 규제는 정부 개편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면세점 산업 독과점 해소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방안 △면세점 특허수수료 인상 등을 골자로하는 면세산업 개편안을 준비중이며 내년초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전담팀(T/F)을 꾸리고 용역도 진행중인데 국회의 눈치를 살피면서 T/F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각각 적합한 사업장을 구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허수수료 인상도 조세소위의 논의 결과에 따라 정부방침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병권 호원대 교수는 "면세산업은 규제보다 시장 논리를 적용해 묘안을 찾는 것이 발전적"이라며 "정치권이 개입해 기업에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일부 대기업을 겨냥한 '경제계 길들이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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