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쓰는 K화장품" 입소문…파리·런던서 보름만에 1만명 몰렸다[르포]
-유럽 오프라인 유통사업 성장세
#프랑스 파리 1지구에 있는 샤틀레역에서 내려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거리를 따라 걸어가니 'moida'란 간판이 걸린 K뷰티 전문 편집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창문 위쪽에 한글로 '모이다'라고 적혀있는게 눈에 띄었다. 통창으로 보이는 내부에선 미디어월을 통해 한국산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인근에 루브르 박물관과 사마리텐 백화점이 위치해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 매장은 한국 화장품 유통 플랫폼인 실리콘투가 지난 5월 파리에 낸 프랑스 첫 오프라인 편집숍이다.
실리콘투는 유럽 최초 직영점의 입지로 현지 고객은 물론 관광객 유입 효과가 큰 파리 중심가를 택했다. 글로벌 뷰티의 중심지에서 K뷰티의 우수성을 알리고 유럽 전역으로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파리점은 실리콘투에 있어 유럽 시장 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곳이자 미래 유통 전략을 보여주는 핵심 거점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3일(현지시간) 금요일 점심 시간에 찾은 매장엔 평일인데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가게 안 고객들은 익숙한듯 입구에 놓인 바구니를 들고 곳곳을 둘러보며 K뷰티 제품을 체험하고 있었다. 왼편 매대엔 토너와 세럼, 크림 등 카테고리별로 제품이, 오른쪽 벽면엔 'peau sensible(민감형 피부)', 'peau grasse(지성 피부)' 등 피부 유형별 추천 제품이 놓여있었다. 실리콘투가 엄선한 K뷰티 제품을 피부 유형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배치해둔 것이다. 직원들도 고객별로 맞춤형 상담을 해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현지인들 사이에선 "마치 한국에 온 것 같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파리 일대에 베트남·중국인 등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유행하는 한국 화장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K뷰티 편집숍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고객들이 모이다 매장으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이날 매장에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고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알제리인 손님인 아미나(amina·34세)씨는 "레티놀같은 기능성 제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월등히 훌륭한 한국 제품만 이용한다"며 "이전엔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보니 온라인 리뷰를 보고 제품을 샀는데 이젠 직접 발라보고 구매할 수 있어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모이다는 이미 SNS상에서 한번 가봐야 할 인기 장소로 떠오른지 오래다. 여행차 파리에 왔다 매장에 들른 캐나다 국적의 포비(phoebe·26세)씨는 "SNS를 보고 찾아왔다"고 운을 뗀 뒤 "최근 들어 한국 제품을 사용 중인데 3개월 써보면 변화가 바로 느껴진다"면서 "건강한 피부로 만들어줘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파리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닥터엘시아'의 크림과 '티르티르'의 쿠션, '바이오던스'의 마스크팩 등이다. 주로 질감(텍스쳐)이 가벼우면서도 흡수가 빠른 제품들의 반응이 좋았다.
실리콘투는 2015년부터 K뷰티 역직구몰인 '스타일코리안닷컴'을 운영하며 해외 소비자들과 만나왔다. 이후 꾸준히 유럽 시장을 공략한 결과 현지 소비자들이 K뷰티를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일상적인 스킨케어 선택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단게 회사측 설명이다. 유럽에서 한국산 화장품이나 모이다 매장을 소개하는 현지 매체가 늘어났단 점도 고무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실리콘투의 성장세는 뜨겁다. 최근 지역별 매출 규모나 성장세가 가장 앞선 곳이 유럽이다. 실적 견인의 핵심 지역을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분기 유럽 매출액은 1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5% 급증했다. 이는 2분기 전체 매출액(2653억원)의 절반에 해당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봐도 해외 매출 비중은 유럽이 36.9%로 가장 컸다.
특히 스킨·로션 등 기초제품군에서 만족한 유럽 고객들이 색조 화장품까지 사들이기 시작한 것도 요즘 들어 달라진 풍경이다. 프랑스의 30대 직장인인 오드리(audrey)씨는 "회사와 가까운 데다 많은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자주 들린다"며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을 자주쓰는데 최근엔 립 제품들도 질감이 좋고 고급스러워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런던에서도 마찬가지다. 모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K뷰티 편집숍으로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었다. 실리콘투는 현재 채링크로스(Charing Cross) 거리와 웨스트필드 쇼핑몰에서 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방문한 채링크로스 소재 모이다 매장 일대는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케어 브랜드인 '코스알엑스(COSRX)'의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로 인해 들썩였다.
코스알엑스는 실리콘투와 함께 파리와 런던에서 처음으로 체험존과 게임존 등을 마련해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꾸민 팝업 행사를 개최했다. 파리와 런던에서 총 15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엔 누적으로 1만여명에 가까운 K뷰티 팬들이 다녀갔다. 런던 모이다점에서 만난 인도계 영국인 비디(Vidhi )씨는 "승무원 친구들이 사용하는 코스알엑스 제품 등이 좋아보여 한국산 화장품을 쓰게 됐다"며 "성분이 순하면서도 효과가 뚜렷해서 지금은 거의 한국 화장품만 쓴다"고 강조했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프랑스는 글로벌 뷰티의 중심지란 점에서 파리 매장의 성과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프랑스와 영국, 미국 내 매장 운영 경험을 고도화하고 현지 물류 역량을 확장해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유럽 중심 오프라인 채널 공략
2000년대 초반 K뷰티는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에 힙입어 1차 전성시대를 누렸다. 하지만 열기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중국 보따리상에 의해 깔렸던 한국산 화장품들이 외교 이슈 등과 얽히며 빠르게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반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K뷰티 열풍은 미국에서 같은 영미권인 영국으로, 이어 프랑스 등 유럽과 중동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K뷰티의 2차 전성시대는 단일 국가에서 성공한 1차와 달리 진출 국가를 넓히며 중장기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화장품업계에서 과거 1차와 2차 전성기의 명암을 갈랐다고 평가하는 요인 중 하나가 'K뷰티 전문 유통 플랫폼'의 등장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실리콘투'가 그 주인공이다.
◆ 한발 앞선 실리콘투 글로벌 전략
실리콘투는 한국산 화장품을 수출하는 유통사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폴란드, 베트남 등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역직구몰인 '스타일코리안닷컴'도 운영하면서 글로벌 유통사인 세포라와 울타, 코스트코 등과 손잡고 국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500여개에 달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200개 이상 국가에 도매나 소매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중소 브랜드의 제품 '생산'을 돕는다면, 실리콘투는 이 제품을 해외 온·오프라인에서 팔 수 있는 유통 부문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를 비롯해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 등과 같은 K뷰티 히트작들이 해외에서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실리콘투의 해외 유통 전략은 늘 한발짝 앞서 갔다.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성운 대표는 유럽 시장에 주목했다. 당시만해도 미국 이커머스 채널인 아마존을 중심으로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모두가 북미 시장을 주목하던 때였다. 당시 김 대표는 "미국 아마존 단일 채널에서의 성장으론 K뷰티의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선 1차 K뷰티 전성기 시절 모두가 중국 시장에 집중할 때 미국 시장에 뛰어든 것처럼 미국 외 넥스트 국가로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리콘투는 그해 하반기부터 프랑스·영국 등 유럽 각 국가별 법인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런던과 파리에서 법인을 설립해 오프라인 매장까지 진출한 실리콘투의 전략의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다. 올해 실리콘투의 매출 성장을 이끈 지역은 미국이 아닌 유럽이다.
현재 실리콘투는 미국 1호점을 비롯해 영국(2곳)과 프랑스(1곳), 인도네시아(2곳) 등 총 6곳의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였다. 특히 직영점인 프랑스 파리 매장은 K뷰티의 테스트베드이자 현지 고객과 브랜드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 K뷰티 성장에 오프라인 유통은 필수..미국·유럽 공략 지속
실리콘투는 지속적으로 한국 제품이 해외에서 노출돼야 K뷰티 열풍이 계속될 수 있단 점에서 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제품을 온라인에서 직관적으로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노출하면서 판매로 이끌고, 이런 과정에서 긍정적인 사용 경험이 온라인에서 공유될 수 있어야 구조적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단 판단에서다.
실리콘투는 내년에도 주요 지역에서 모이다 매장을 늘려간단 계획이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뷰티 문화의 성숙도, K뷰티에 대한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출 국가를 고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주요 거점 도시와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면서 K뷰티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모이다 매장의 경우 미국 플로리다와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내년 상반기 개점을 앞두고 있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현재 유럽 내에 안정적인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며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 등에 모이다 매장을 본격적으로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