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쿠팡 때리더니..'청산 위기' 홈플러스 사라는 정치권, 왜?

유엄식 기자
2025.12.22 16:40

회생계획안 제출 D-7, 법원 청산 결정시 2만명 실직 위기
정부 징벌적 과징금·영업정지 강력 제재 시사 후 정치권 '사회적 책임론' 부각
낮은 시너지 효과·우발 부채·고용 승계 등 걸림돌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약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논란을 일으킨 쿠팡에 대해 정부가 영업정지를 검토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청문회에서 쿠팡의 영업정지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2025.12.18.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홈플러스가 약 6개월간 진행한 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오는 29일 예정된 법원 회생계회안 제출 시점도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최후의 '빅딜 카드'로 쿠팡이 거론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정치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권 안팎에선 3370만개 고객 계정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한 쿠팡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연매출 5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유통업계 1위 쿠팡이 매출 90% 가량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2만명 직원 고용 문제가 걸린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이번 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단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그동안 홈플러스 M&A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때마다 인수 의향이 없단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에도 쿠팡 내부에선 "공식적으로 홈플러스 인수를 제안받은 사실이 없다"며 발을 뺀 모습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지난달 말 정보유출 사태 이후 쿠팡의 국내 사업 여건이 '악화일로'란게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쿠팡 사례를 수 차례 언급하면서 관계 부처에 고강도 경제적 제재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위원회는 이번 사건 조사와 동시에 징벌적 과징금, 영업정지 등 다양한 처벌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쿠팡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이런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단게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 '빅딜론'의 배경이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홈플러스 인수 카드는 현실성이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이하 MBK)는 홈플러스의 부동산 담보 여력 등을 고려할 때 현금 투자 1조원 이하로 인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인수 이후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우발 채무 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며 "핵심 인수 조건인 전 직원 고용 승계는 쿠팡뿐 아니라 어떤 기업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쿠팡이 그동안 9조원을 투자해 전국 물류망을 갖췄기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사 인수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특히 한국인인 박대준 쿠팡 전 대표가 물러나고, 후임에 미국인 해럴드 로저스가 선임된 것도 정치권의 빅딜 카드 협상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는 앞서 홈플러스를 유암코(연합자산관리)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적 구조조정 전문기관에 맡겨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찾는 방안을 검토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악화된 재무 상황을 볼 때 이런 중장기 차원의 해법은 실효성이 낮단 지적이다.

실제로 홈플러스 자금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대형 할인 행사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했고, 납품 물량 회복이 지연돼 자금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회사 경영진이 지난 16일 직원들에게 12월 급여 분할 지급을 통보한 건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회사 정상화를 기대하며 묵묵히 일해왔던 직원들도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자 동요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 관계자는 "기업회생 결정 이후 조주연 대표를 비롯해 부사장급 이상 10여명의 고위 임원 중 퇴직자는 단 1명"이라며 "최고 경영진부터 사태 해결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청산 결정을 유보하면 홈플러스는 남은 부동산 자산 매각과 임대점포 폐점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MBK가 남은 임대 점포 폐점부터 진행할지, 보유 자산을 매각할지 그 방향성이 중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MBK가 여론 반발에도 일단 임대 점포부터 문을 닫으면 그나마 회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 있지만, 보유 자산 매각을 시작하면 사실상 분할 청산 단계를 밟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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