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 뜰 것이란 믿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한식이 세계 식문화의 주요 카테고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2년 신입사원 간담회에서 사업을 시작했을때 얘기를 꺼내며 K푸드의 미래를 예견했다고 했다. 30년전 햇반이 탄생한 배경에도 이 회장의 이런 믿음이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즉석밥이란 카테고리는 국내에 없었다. 그때 이 회장은 100억원을 투자해 7년의 개발 시간을 들여 1996년 12월 햇반을 만들었다.
지난해 햇반 브랜드 기준 매출은 1조18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출시 후 30년간 누적 매출은 약 10조원, 즉석밥 누적 판매량은 68억개를 넘었다.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60% 이상으로 '햇반'은 즉석밥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CJ제일제당이 즉석밥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89년부터다.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 진출, 맞벌이 증가로 간편식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당시 '밥을 슈퍼마켓에서 사 먹는다'는 발상은 허무맹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발 5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첫 시도인 알파미(급속 탈수 쌀)는 밥맛이 떨어져 중단됐고 두 번째 시도인 동결건조미는 쌀알이 부스러져 상품화하지 못했다.
이후 1994년 식품연구소가 무균포장 방식의 즉석밥 개발에 국내 처음 성공했다. 그러나 클린룸 등 생산 설비에만 100억원이 필요했고 상품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내 반대 목소리가 컸다. 그때 이 회장이 나섰다. 즉석밥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직접 사업을 밀어붙였다. 이천쌀로 지은 시제품으로 대규모 소비자 조사를 거친 뒤, 1996년 3월 100억원 투자를 확정했다.
1996년 12월12일 출시된 햇반의 광고 카피는 "제일제당에서 밥이 나왔어요"였다. 출시 15일만에 2억5000만원어치가 팔렸고, 판매량은 1997년 470만개에서 1998년 720만개로 늘었다. 이후 1·2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연간 판매량은 2011년 1억개, 2015년 2억개, 2017년 3억3000만개로 늘어났다.
햇반은 2010년 자가 도정 시스템을 도입해, 현미 상태로 들여와 저온 보관한 쌀을 공장에서 직접 도정한 뒤 바로 밥을 짓는 '당일 도정' 체계를 갖췄다. 미역국과 카레, 짜장 등을 곁들인 복합밥과 흑미밥·발아현미밥 등 잡곡밥으로 시장도 넓혔다. 2009년엔 희귀질환 환우를 위한 저단백밥, 2015년 '햇반 컵반', 2021년 프리미엄 '햇반 솥반'을 출시하며 플랫폼화 했다.
햇반은 CJ 식품사업의 첫 해외 수출 제품이기도 하다. 1997년 LA 수출 이후 만두 등과 함께 K푸드 글로벌전략제품(GSP)의 한 축을 담당했고 이제 'K라이프스타일'의 일상을 채우는 대표 제품이 됐다. 햇반 브랜드 매출 중 해외 비중은 2021년 8%에서 2025년 15%로 크게 늘었다.
CJ그룹 관계자는 "햇반은 최고·최초·차별화라는 이재현 회장의 '온리원'(ONLYONE) 정신을 대표하는 제품"이라며 "지난 30년은 햇반이 물음표에서 시작해 보통명사가 된 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