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식약처, 규제 병목을 완화해야

최성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2026.05.04 02:00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현장의 불만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가 최근 의약품, 의료기기 허가·심사 인력 195명을 충원했다. 이번 식약처의 인력 증원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주재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 핵심 조치의 일환이다. 인력 확충을 통해 규제 병목을 완화해 의약품의 평균 허가·심사 기간을 408일에서 240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선진 주요국의 허가·심사 인력을 보면 미국 FDA는 8000여명, 유럽의약품청(EMA)은 4000여명, 일본 의약품 및 의료기기청(PMDA)는 600여명이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369명이다. 국내 허가 건수가 선진국 대비 80% 수준임에도 인력 규모는 미국의 4%, 유럽의 9%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외국에 비해 전문 심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심사 인력의 상당수도 계약직이다. 허가·심사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정식 공무원으로 채용은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감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력만 늘린다고 바로 허가 혁신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늘어난 인력만큼 또 다른 일을 만들어내고 조직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관료제의 병폐 중의 하나인 파킨슨의 법칙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식약처는 지난달 20일 충원된 인력에 대해 신규 임용을 마치고 전문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분야별 사례 중심 실습교육과 선배 공무원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첫발을 내딛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수요자 중심의 행정이다.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행정 마인드,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는 재량행위는 가급적 해주는 쪽으로 검토하고, 민원처리 기간을 끝까지 채우지 말고 가능한 빨리 처리를 하자. 기업은 시간이 돈이다. 안되는 것일수록 납득이 가도록 설명을 해주고 가능하면 대안과 방법을 제시해 주라.

둘째, 현장에 답이 있다. 이론에 치우친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문제를 해결하라.

셋째, 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 행정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신기술, 신소재 제품의 경우 기존의 지침, 가이드 등 낡은 틀에 얽매이지 말고 규제혁신, 적극 행정을 하기 바란다.

넷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이다. 항상 국민의 눈높이가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

좋은(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 정책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 시행해야 한다. 이번 인력 확충이 허가 단축, 더 나아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채용 공무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과 기존 심사 인력에 대한 전문 역량강화 교육 등도 강도 높게 병행해야 한다.

이번 200여명의 심사인력 증원이 신약, 바이오시밀러, 신기술 의료기기의 허가·심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바이오헬스 산업 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모쪼록 식약처가 식품, 의약품 안전감독 기관을 넘어 규제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전 식약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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