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窓]중드와 중티 그리고 OTT와 키치

[투데이窓]중드와 중티 그리고 OTT와 키치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6.05.04 02:00

젊은층에 중국 드라마 인기 끄는 이유는
배신·폭력 판치는 OTT 장르물에 싫증
K콘텐츠엔 사라진 아날로그감성에 열광

'중티'라는 말은 압축어로 '중국 티 난다.'는 말로 본래 중국 드라마에서 비롯했다. 중국 드라마에서 뵈는 주인공들은 과한 몸짓이나 표정, 분장이나 스타일을 말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를 촌스럽다거나 촌티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단계가 되었다. 여기에는 글로벌 OTT의 한계와 K 콘텐츠가 잃어버린 모습도 담겨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중국 드라마는 국내에도 일찍부터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해왔고 케이블 TV에서 하나의 장르가 된 지 오래 되었다. 다만 주로 예전 스타일의 고전극이나 무협지, 사극 장르가 많았다. 이런 고정 시청자 층은 주로 중장년 남성들이 많아서 크게 주목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들이 주목하기에 언론 매체에서도 집중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러한 중티의 특징으로 키치적인 스타일이 언급된다. '키치(kitsch)'는 독일어로 보기 이상하고 저속한 사물의 미학 가치를 뜻한다. 진본을 흉내 낸 하찮은 모조품이나 저렴한 상품 등을 포괄하게 되었다. 진정한 가치 없이 과장이나 허풍을 보이는 점도 지적되곤 한다. B급 문화의 한 갈래라고 여겨졌지만 B급 문화가 그렇듯이 키치의 긍정적인 점도 있는데 기존 예술의 권위와 형식성을 해방시킨다. 아울러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당당하고 솔직하게 밝힌다. 피상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쉽고 재밌고 유희적으로 표현을 한다. 아울러 대중적인 욕구에 충실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고 직관적이다.

사실 중국 드라마의 약진은 글로벌 OTT의 소강상태와 한국 드라마의 한계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OTT들은 자극적인 장르물을 주로 제작 유통했다. 이런 콘텐츠에서는 자칫 정상적인 관계나 설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친구 관계나 가족이라도 음모와 배신, 사적 욕망의 갈등과 충돌이 일반적이며 항상 폭력과 살인이 낭자하다. 서사는 비비꼬아 이해가 어렵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 드라마도 마찬가지고 여기에다가 강력한 사실주의에 기초하는데 로맨틱 코미디나 액션물을 막론하고 모두 공통적이다. 진지한 감정은커녕 좀 더 감정이 진한 설정이나 전개를 유치하거나 부담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점은 아날로그 감성을 배제하는 경향이 되었다. 한국의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도 진지한 로맨스 영화는 사라졌을 뿐더러 신파 콘텐츠도 사실상 없다.

이는 젊은 층들이 예전 고전 로맨스 재개봉에 쇄도하는 이유가 되었다. 우리에게 사라진 면은 중국 콘텐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나칠 정도로 오버하는 감정, 진지한 로맨스는 오히려 일정한 콘텐츠 스타일이 된다. 이는 콘텐츠 자체의 특징만이 아니라 패션이나 메이크업, 행동 방식에서하나의 개성이 될 수 있다. 특히, Z세대들은 이러한 스타일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한국의 드라마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는 그동안 모든 사회적 관계의 이면에 초점을 맞추고 관계를 재구성했다. 그것이 일정정도 충격과 놀라움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같은 작품들은 더 이상 소구력을 갖지 못한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나 '21세기 대군부인'과 같은 작품이 눈길을 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큰 인기를 끈 것도 기존의 OTT장르물이 갖고 있는 한계와 피로증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사실주의 콘텐츠에 머물러 있다. 등장인물들은 정형화 되어 있거나 현실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다. 특히 미래 세대들은 이러한 열정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 보지 못했다. 사랑은 냉소적이고 회의적이며 배신에 대비를 해야 했다. 오히려 그들이 유치하고 과장된 감정의 콘텐츠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가 된다. 비록 연탄처럼 활활 타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비현실적일 지라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픈 마음들이 중드로 향하고 그것이 중티라는 이름으로 트렌드가 된 맥락을 봐야 한다. 그러니 연탄재가 촌스럽다고 함부로 찰 수 없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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