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건설, 공론화보다 결단이 시급하다

머니투데이
2026.09.23 04:00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앞으로 3개월간 '원전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한 찬반 투표에서 벗어나 미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서 원전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발표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시민의 토론을 바탕으로 결정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확보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시도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시민참여단에 진보 성향이 과다 대표되거나 제공된 정보의 균형이 깨졌다는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장기 에너지 정책을 비전문가인 시민의 결정에 의존했다는 비판 또한 뒤따랐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에 대한 공론화였지만 결정문에 권고사항으로 '원전 축소'라는 에너지 정책 방향이 포함되면서 이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다른 원전 정책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공론화 역시 특정 성향의 시민단체나 정치적 이해관계자가 과다 대표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에너지 현실이 원전 건설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토론을 벌이고 그 결과를 반영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수요를 반영할 경우 2040년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는 158.4∼165.0GW에 달한다. 기존 전망치보다 26.6~26.8GW 상향됐다. 증가분은 원전 19기 설비 용량에 해당한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확산에 대응하려면 원전을 핵심 전원으로 하는 현실적인 전원 믹스가 필요하다.

원전은 단순히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원유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원전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가고 있다. 네팔 홍수에서 보듯 전 세계를 덮친 기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무탄소 전원인 원전이 필수다.

대형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15년 이상이 소요된다. 지금 시작해도 2040년이라는 시한을 맞추기 빠듯하다. 원전 건설 여부로 공론화를 벌일 게 아니라 입지를 신속히 선정하고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상과 설득을 준비할 때다. 원전은 정권이 정치적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야 할 결단의 영역이다. 공론화라는 이벤트 뒤에 숨어 "시민이 결정한 사안"이라며 책임을 피하려 하면 안된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앞으로 약 3개월간 원전 공론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6.9.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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