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머니투데이가 의견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총 306 건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건강과 밀접히 관련된 분야에서 부당광고로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 2만4254건으로 3년 전보다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적발돼도 실질적 제재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일반식품의 경우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온라인 부당광고로 5만9891건 적발됐지만 부당이득 환수를 위해 과징금이 부과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다. 단속은 늘었지만 경제적 제재는 미미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과장광고로 재차, 삼차 적발되는 업체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엔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인 '숏폼' 형태의 부당 광고가 난립하는 추세다.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치면서 부당광고는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허위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연예인을 등장시켜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홍보하는 영상을 보고 제품을 구매해 사용했다가 증세가 악화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 호소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직 국세청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건 여권 내부에서도 의아하다고 할 만큼 파격적이다. 경제성장수석의 정책실장 승진에 이어 조세 전문관료 출신 기용은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을 정책실행에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임광현 비서실장 중용에 대해 국세청장, 비례대표 의원, 청와대 근무 등 당·정·청을 거치며 행정 정무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정치적 중량감과 상징성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과 민생 역량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를 잘 따르는 '비서형' 실장이 되지 않겠냐는 예상이 적잖다. 의정활동 경험이 짧은 관료 출신이 최고권력자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종전 국정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3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지금 청와대에 필요한 2인자는 순종적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의 변화와 결단을 간언하는 참모의 모습이다. 심야에도 쏟아지는 '폭풍X' 속 대통령의 국정 인식이 모두 온전한 것인지, 생중계 국무회의의 만기친람·일방통행식 지시는 온당한 것인지 따져 볼 일이다.
21세기 글로벌 교역의 핵심 지대으로 떠오른 환태평양 자유무역협정(FTA) 가입을 10년 가까이 미룬 대가가 혹독하다. 무리한 농지개혁을 추진하다 악화된 농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는 관련 다자간 협정 참여를 또 연기할 방침이라, 한국 경제의 통상 기회비용은 더 커질 판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관세 장벽을 낮추고 회원국 간 교역을 촉진하는 다자간 FTA로 2018년 공식 발효됐다. 일본·캐나다·호주·멕시코 등 환태평양 11개국에 영국이 합류해 총 12개국이다.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국책 산업연구원이 14일 내놓은 'CPTPP 발효 전후 우리나라의 경쟁력 분석' 보고서만 봐도 이 경제블록의 광대한 규모와 우리가 입을 기회손실을 가늠할 수 있다. 협정 발효 직전(2012~2018년)과 발효 후 코로나 이후 기간(2021~2024년) 을 비교했더니 CPTPP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지표가 절반 가까운 품목에서 떨어졌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한국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이 대거 포함된 점이 놀랍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고 대출도 옥죈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투기 수요 차단과 시장안정이 당초 목적이었지만 실제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수도권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계속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87주 연속 올랐다. 역대 최장기간 상승이다. 전월세난은 더 심각하다. 10월 첫째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전보다 9. 96% 상승한데다 매물은 거의 실종됐다. 세대수 1000 ~ 2000세대 이상 대단지에서도 매물 찾기는 쉽지 않다. 갭투자를 할 수 없도록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 탓에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이라도 더 늘어야 하는데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실제 입주가 가능한 주택 준공 실적(1 ~ 8월)은 서울과 수도권 기준으로 전년보다 20%안팎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총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최근 인식은 우려스럽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가 3. 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전망(2. 6%) 대비 0. 7%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한국 성장률은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초호황을 빼고 보면 장기 전망은 180도 달라진다. 국책연구기관이 2030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론할 정도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한국을 대만과 함께 AI(인공지능) 하드웨어 핵심 교역국으로 지목했다. 두 경제권은 AI 관련 컴퓨터 하드웨어 순무역의 62%를 차지한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6. 7%에 달한다. 대만의 IT·반도체 수출 비중은 훨씬 높은 80%에 육박한다. 미국 빅테크 투자와 기술규제 같은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정도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IMF가 올해 대만 성장률 전망치를 5. 2%에서 10. 7%로 대폭 올렸음에도 산업 편중과 대외 의존도 증가가 우려되는 이유다. 한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니어재단, 한국경제학회가 12일 '한국경제: 지금 서 있는 곳, 가야 할 길'을 주제로 연 경제포럼에서 반도체를 빼면 한국 경제가 이미 정체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코스피시장에 약 2달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패닉 장세가 펼쳐졌다. 한 때 5900선까지 밀렸다가 오후 들어 일부 낙폭을 만회해 간신히 6000선을 지켰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종료하고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기술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소식이 투매의 도화선을 당겼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돌파했음에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국 증시가 마주한 위기가 단순한 실적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들어 반도체 단일 산업의 독주에 힘입어 빠르게 상승했던 코스피는 고점(9385. 59) 대비 36% 하락했다. 과도한 반도체 쏠림 구조가 만든 극단적인 변동성이다. 대만 증시도 마찬가지로 TSMC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만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는 등 우리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대만이 글로벌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반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과 시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정유 4사의 주요 경영진들이 12일 나란히 국회 국정감사 증언대에 섰다. 정유사들은 최근 미국-이란전쟁의 여파에 따른 고유가 상황에서 두가지 사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체간 담합으로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동시에 유류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손실을 떠안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여러 시험대에 올라 내부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질책까지 받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정유사 중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올해 3월까지 4년간 휘발유·경유·등유 제품가격, 판매정보 등을 교환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시장점유율 50%에 육박하는 두 업체의 담합으로 영향받는 매출액은 약 44조원에 달한다는게 공정위 설명이다. 업체들이 공정위 조사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공개 발언대에 서게 됐다. 선별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의원들의 압박성 질의가 이어지면 이들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처럼 비친다. 공정위의 제재가 확정돼 거액의 과징금이 물려지더라도 법원에서 뒤집히거나 조사결과 자체가 부정당하는 일이 많은데도 말이다.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간 팬스타 아크로 호가 11일 부산 자성대 부두에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8월 22일 부산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한 지 50일 만이다. 우리 선박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10년 만이지만, 컨테이너선 투입은 처음이다. 해상물류의 핵심인 컨테이너를 날라 북극항로의 산업항로 가능성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다만, 경제성 확보를 위해 할 일이 많다. 북극항로는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海氷) 면적이 줄어 생긴 안타까운 결과물이지만, 한국·중국·일본 동북아 강국들에 축복이 될 수 있다. 우선 거리·시간 상 이점이 분명하다. 시험운항 루트인 북동항로(NEP)는 베링해에서 바렌츠해에 이르는 러시아 북쪽 연안 5600km 구간을 포함한다. 이번처럼 부산~로테르담을 북동항로(1만3000km)로 오갈 경우 기존 수에즈 루트(2만4000km)보다 편도 기준 열흘가량 단축된다. 지정학적으로도 유리하다. 병목 구간인 수에즈 운하를 덜 이용하고, 호르무즈 사태 등 전시 원유조달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이 계속 확대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빚을 갚다가 사정이 악화돼 채무 조정에서 탈락한 이들의 부채를 새도약기금에서 매입해주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연체채권에 대한 금융사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도 시행된다. 이같은 정책의 부작용과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서만 채무 면제 후 다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이 3만5000명선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새도약기금으로 올해 7월까지 11조7378원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했다.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이 장기간 갚지 못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을 사들이는 형식으로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였다. 기준변경으로 매입대상은 계속 확대돼 기금의 추가부담은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금의 재원을 맡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부채비율은 연말까지 35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빚에 시달려 정상적 생활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는 필요하다.
마약사범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며 도입한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부실한 사후 관리로 처벌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변질했다. 이 제도는 치료와 재활 의지가 강한 대상자를 선별해 6개월간 모니터링과 상담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한다. 마약 중독을 단순 처벌이 아닌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도입 당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큰 기대를 걸었다.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거나 재범을 저지르면 즉각 기소유예를 취소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154명, 지난해 195명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를 피했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운영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기소유예 기간에 다시 마약에 손을 대기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사례가 속출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중국인 A씨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기간에 연락을 끊고 국내에서 불법체류를 이어가다 재범을 저질렀다. 내국인 B씨와 C씨도 기소유예 기간 중 필로폰과 펜타민을 투약한 사실이 적발됐다. 법무 당국은 기소유예자 숫자만 관리할 뿐 중도 이탈자와 재범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5차 발사에 성공했다. 예정 시각에 이륙한 누리호는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5기와 큐브위성 9기를 목표 고도에서 차례로 분리하며 다중위성 수송 능력을 보여줬다. 독자적으로 만든 로켓이 국가에 필요한 위성을 운송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러나 발사 성공이 곧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은 지난해에만 165회 발사됐다. 로켓 1단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고 여러 고객의 위성을 함께 싣는 정기 서비스도 제공한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운용 경험을 쌓고 있는 셈이다. 로켓의 크기나 엔진 성능뿐 아니라 발사 빈도와 신뢰성, 비용에서도 격차가 크다. 이를 좁히려면 반복 발사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해야 한다. 정부는 2032년까지 매년 누리호를 발사할 방침이다. 위성 개발 일정을 이에 맞추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기업이 안정적으로 인력과 생산설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도 반복 제작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낮춰야 한다.
서울남부지법이 지난 2일 코스피 상장사 주연테크와 코스닥 상장사 케이엠제약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상폐요건 강화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별도의 소명 기회 없이 상폐하도록 한 규정이 비례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이 된 기업이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시총 기준을 넘지 못하면 퇴출되는 요건을 문제로 꼽았다. 올들어 정부는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시가총액과 동전주 요건 등 형식적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혁신기업의 진입을 늘리되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취지다. 코스닥 시총 상장유지 기준은 지난해말 40억원에서 올해 1월 150억원, 7월 200억원으로 상향됐다. 불과 7개월 만에 5배로 높아진 것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시총이 상장유지 요건에 미달하거나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238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