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정치권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강성보수 진영의 분노가 특히 거세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육영수 여사 암살의 '정권 배후설'을 실체가 뚜렷한 사실처럼 그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영화는 의혹을 밀어붙이듯 전개된다. 여러 사건을 잇는 인과관계도 헐겁다는 인상을 준다. 고증 측면에선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여사 총격의 배후로 당시 대통령을 의심하는 서사는 도발적이다. 보수층이 극렬히 반발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이들은 진영 밖에서도 자신들의 분노에 공감해주길 바랄 것이다.
다만 국민들이 이런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비판은 내용 못지않게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역사 스피커'로서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다. 지난 8월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가리켜 "소요사태"라고 했다. "광주정신은 역사의 퇴영물"이라고도 발언했다.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의 저항이란 정립된 평가를 뒤집으려는 주장에 '국회 토론회'라는 권위만 얹혔다. 앞서 원내지도부는 토론회 취소를 권고했고 이후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유권자의 기억에 더 크게 남은 것은 국민의힘 간판을 단 토론회였다는 점이다.
역사왜곡이란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영화 '건국전쟁2'도 마찬가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다양한 관점은 모두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편'이 편안해 하는 관점은 표현의 자유로 존중하면서 불편한 해석은 배척한다면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역사를 대하는 바람직한 기준도 될 수 없다. 역사 서술에 대한 반론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관련 창작물에도 얼마든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진보도 보수도 성역이 아니다.
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공적 영역에서 내세우면 숱한 연구와 사법절차로 검증된 견해를 뒤집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영화 같은 미디어가 국민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지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힘이 그보다 작을까. 국민의힘이 먼저 내부의 역사관을 돌아보고 설득력을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