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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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금융회사란 특수성 때문에 상장회사란 점을 잊는 것 같다. " 국내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상장회사면 상법에 따른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 점을 망각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 연임 특별결의제 도입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특별결의를 강제할 지배구조법 개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의 선제적 도입을 주문하고 있단 점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가 없다"며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달라"고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금융지주의 CEO는 주총의 특별결의로만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요 금융지주 중 주총일이 가장 빠른 KB금융지주는 6주 전인 지난 11일 주총 안건 제안을 이미 마감한 상태다. 나머지 금융지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되기는커녕 발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3월 주총에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리는 것이 절차적으로 어려운 이유다.
미국 주식 투자자라면 인공지능(AI)의 파급력을 새삼 느꼈을 것 같다. 2년 뒤 AI로 인한 산업 재편에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고 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약 38%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보고서에 증시가 급락했으니 말이다. 'AI 시대'가 피부로 느껴지는 하나의 사건이라는 평가도 들린다. 의료 분야에서 AI는 선택 아닌 필수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환자는 늘어나는데, 의료진과 의료기관 확대는 한계가 있다. 결국 AI 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의료 자원의 고갈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달 전 시행 된 '시장 즉시 진입 의료기술'은 의료 AI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용 로봇 등의 발전을 가속할 촉매제다. 전에 없던 혁신의료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 획득 시 최단 80일 만에 의료 현장에 진입해 3년간 비급여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 기술력은 자신 있지만 인허가 지연과 수익 확보 실패가 무서워 시장 진출을 주저하던 '미래 기술' 업체에는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게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고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학계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논의가 돼 왔던 거기도 하고요. 도입을 해야 한다는 쪽이든, 절대 안 된다는 쪽이든 다 논리가 있어요.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곧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한 법조계 원로의 답이다. 딱 잘라 어느 쪽 의견이 옳다고 지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뜻한다.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현행 헌법재판소법 조항을 바꾸자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목적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확대 등이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에서 받은 최종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헌법재판소에 해당 판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법원 판결은 취소되고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 찬성하는 쪽은 한 번 더 억울함을 풀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좋다고 한다.
몇 해 전 대미 교섭에 관여하던 고위 공직자로부터 미국 워싱턴 D. C. 내 각국 공관의 입지에 대한 견해를 접했다. 그는 캐나다 대사관이 백악관이 아닌 미국 연방 의사당 코앞인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위치한 것이 의미심장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 의회 권한에 주목한 캐나다 측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시각이다. 미국 행정부는 법률안 제출권(발의권)이 없고 법안 발의는 미국 의회만 할 수 있다. 또 미국 의회는 세출 승인권이 있어 정부 재정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가한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백악관과 가까운 매사추세츠 애비뉴에 있다. 최근 쿠팡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미국에서 다층적인 로비망을 개설하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당시의 대화가 떠올랐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미국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쿠팡 조사에 관해 집중 질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원들이 한국의 쿠팡 조사 과정에서 이슈를 끌어올리는 복병으로 등장한 셈이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 목적 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KCIH)' 측은 지난달 대형 로펌 스콰이어 패이튼 보그스를 로비스트로 선임했다.
'아드 폰테스'(Ad Fontes)라는 라틴어가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이 중세 교회의 타락을 비판하며 외쳤던 구호다. 당시 유럽은 동로마제국 멸망이라는 충격을 겪고 흑사병이 반복적으로 창궐하며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여기에 교회도 분열돼 교황이 난립한 총체적 위기 시대였다. 그 위기의 구호가 작금의 경찰에서 나온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2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오로지 국민을 기준으로 업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기본이라는 원칙을 꺼내든 그의 말에서 조직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읽혔다. 경찰은 불법 계엄이 발생한 2024년 12월3일 이후 현재까지 사실상 비상 체제에 놓여있다. 조지호 전 청장이 계엄에 연루돼 탄핵소추됐고, 계엄이후 2명의 경찰청 차장이 1년 넘게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조 전 정창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며 경찰청장이 공식적으로 궐위 상태가 됐지만 후임 인선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고무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바이오 섹터는 연초부터 기대를 모았다. 대형 기술이전과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잇따른 변수들이 불거지며 시장은 다시 술렁였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에서 나온 소식이라 파장을 더욱 키웠다. 알테오젠의 실제 로열티율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술수출 물질의 개발 순위 조정이라는 변수를 맞았다. 한창 달아오르던 투자심리에 제동이 걸린 배경이다. 이 같은 흐름에 과거 바이오의 실패 사례가 재차 언급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기대와 실망이 반복돼온 역사를 갖고 있다. 굳이 특정 기업을 꼽지 않아도 신약 개발 기대감만으로 기업가치가 급등했다가, 가시적 성과 없이 신뢰를 잃은 기업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실체보다 서사가 앞섰던 시기의 기억은 여전히 시장에 각인돼 있다. 때문에 이번 악재 역시 '거품 붕괴'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과거와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인구절벽 시대가 왔기에 세가지(지휘·부대·전력구조 개편) 세트를 하루가 멀다하고 체크하는 과정입니다. " 지난 4일 국방개혁 세미나에서 안규백 국방장관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 군의 병력 부족 문제는 이미 심각한 현실이 됐다. 지난 2020년 65만명이던 군 병력은 지난해 45만명대로 급감했다. 정원 대비 인력 운영률은 90% 초반까지 떨어졌다. 병력 부족에 따른 현장의 위기감은 단순히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전방에서조차 체감상 기존 대비 70~80%의 인력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후방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 2024년 현역판정 기준을 상향한 것도 미봉책이 됐다. 복무에 부적합한 병력이 늘면서 관리·지도 업무 피로감이 상당하다. 한 관계자는 "복무부적격 판정을 받아 많이 나가는데 차라리 없는 것이 좋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는 가지만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간부라고 해서 인력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관학교 지원율은 하락세다. 전문하사 운영 규모는 지난해 3000명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첫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내놓은 정부가 2028년까지 '완전 국산'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100% 국내산 부품으로 채운 양자컴퓨터다. 그런데 이 계획의 최대 수혜자인 듯한 업계에서 외려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국산 100%요? 왜요?"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기본원리인 '양자얽힘'과 '양자중첩'을 활용해 계산속도를 크게 높인 컴퓨터다. 우리나라에도 양자컴퓨터 기술을 내세운 스타트업이 여럿 있지만 아직 미국 IBM이나 아이온큐처럼 '풀스택' 양자컴퓨터를 수출하는 곳은 없다. 국내 연구실에서 가동 중인 양자컴퓨터는 대부분 미국, 스위스, 핀란드 등 해외에서 비싼 값을 주고 부품을 들여온 형태다. 그러나 정부가 '2년'이라는 짧은 목표를 제시한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원천기술이 국내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냉동기·측정장치 등 핵심 부품을 자체설계해 수출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연구기관 주도로 개발 중인 초전도 양자컴퓨터에는 국내 대학이 설계한 QPU(양자처리장치)가 들어간다.
14번. 국내 대형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아이온2' 출시 이후 현재까지 진행한 개발진 라이브 방송 횟수다. 과거 불통의 대명사였던 게임 업계가 최근 사소한 잘못에도 이용자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등 소통 행보를 강화해 주목된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돈 벌 궁리만 한다며 욕을 먹어 온 엔씨소프트의 라이브 방송 14번은 큰 변화다. 패키지 상품 오류와 어뷰징 플레이 대응 방안 등을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는 "과거에는 잘못의 정도가 10이 되면 사과했는데 지금은 1~2만 되도 사과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크리스마스에는 특집 방송으로 시청자 참여형 이벤트도 진행했다. 업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메이플 키우기' 확률 오류에 대한 넥슨의 대응이다. 기술적 오류가 아닌 휴먼 에러였음에도 넥슨은 이례적으로 전액 환불 결정을 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강대헌·김정욱 공동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게시하고 담당자를 문책했다. 넥슨 내부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는 반응이다.
이창호의 묵직한 중앙 장악, 이세돌의 날카로운 전투, 조훈현의 두터운 세력싸움. 한 세대를 풍미한 바둑기사들은 저마다 뚜렷한 색깔 '기풍'이 있었다. 요즘 바둑판에서는 '기풍'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프로기사들의 대국은 묘하게 비슷하다. 포석 패턴도, 행마의 리듬도, 실수하는 지점까지 닮아간다. 알파고 이후의 풍경이다. AI가 제시한 '최선'을 따르다 보니 개성이 희석된 것이다. 대국장에는 실시간 승률그래프가 뜬다. 관전자도 해설자도 바둑기사도 그 숫자를 본다. AI가 가리킨 길에서 벗어나면 창의가 아닌 실수가 된다. 바둑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을 쓸 때도, 전략을 짤 때도, 창작할 때도 AI에 묻는다. AI는 항상 확신에 찬 답을 내놓는다. 리스크가 적은, '평균적 최선'이다. 경쟁자도 AI를 쓴다. 같은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은 같은 패턴을 추천한다. 차별화는 사라지고 누가 먼저 AI 답안을 실행에 옮기느냐의 속도 경쟁만 남는다. 바둑에서 기풍이 사라진 것처럼 비즈니스에서는 전략의 다양성이, 콘텐츠에서는 독창성이 희미해진다.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은 ○○○이잖아. " 요즘 여의도에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얘기를 나눌 때 자주 들리는 말이다. 이 대통령이 마음에 둔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경선에서 유리하다는 정치적 해석이 이어진다. 이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다. 당장 선거 개입 논란이 불 보듯 뻔한데 그럴 리 만무하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그런 것 같다"는 추측만 넘쳐난다.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한 낭설이 넘치고 그럴 듯 해 보이기도 하지만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관전자들의 평가는 자유다. 말 많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선거철 대통령의 '의중'을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선거에 나선 '선수'들이 이른바 '명심'(이 대통령의 의중)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인지는 몰라도 너도나도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우고 '명심'이 내게 있다고 홍보한다. 선거를 120일 앞둔 지난 3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공부 열심히 해서 로스쿨 가서 김앤장 1억원 초봉 받는 것보다 아버지 잘 만나서 10억원 받아 투자하는 게 더 돈 잘 버는 시대다. " 대학 교단에 서는 A교수는 최근 제자들에게 이같은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근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기보다 자산 가격이 올라 부를 축적하기 쉬운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꿈의 코스피 5000피 달성에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저평가돼 있던 한국기업의 가치가 정상화되는 건 환영할 일이다. 기업의 주가가 올라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 신기술 투자 등 생산적 금융으로 돈이 흐르고, 고용 확대로 가계 소비가 증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75%에 달하는 반면 실물경제 성장률은 1%에 머문 '괴리'는 선순환에 의문을 품게 한다. K자형 양극화 심화도 그 중 하나다. 10년 전(2016년 1월) 은행 정기예금에 100만원을 넣었을 경우 현재 115만~12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는 반면, SK하이닉스 주식을 샀을 경우 2000만원이 넘는 액수를 손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