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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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죠. " 고(故)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을 두고 한 경찰관은 이같이 말했다. 부실 수사 논란에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더 말을 보태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답답함은 고스란히 읽혔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20일 새벽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경기 구리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가 화를 입었다. 소음 문제로 옆자리 일행과 시비가 붙었고,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단 폭행을 당했다.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식당 안팎으로 끌려다니며 폭행이 이어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1월7일 뇌사 받정을 받았고, 장기 기증 이후 숨졌다. 가해자 일행은 6명이지만 초기 수사에서 입건된 건 1명뿐이었다. 경찰은 입건된 1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불구속 송치했다. 유족의 항의로 보완수사가 이뤄졌지만 추가 피의자 특정과 영장 재청구까지 4개월이나 걸렸다. 상해치사 혐의로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됐지만 이마저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봐서다.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터질 때마다 기업들은 비슷한 대책을 내놓는다.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 점검을 강화하겠다, 모니터링을 보완하겠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늘 빠지는 질문이 있다. 그 시스템을 실제로 돌리고 로그를 읽으며 이상징후를 초기에 잡아낼 사람이 충분하냐는 질문이다. 이제 보안사고는 장비가 없어서 일어나는 시대가 아니다. 솔루션은 이미 웬만한 기업에 다 들어가 있다. 문제는 운영이다. 정보보호는 기술보다 운영에 가깝고 운영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25 정보보호 공시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 757개 기업의 평균 정보보호 전담인력은 11. 2명이다. 정보기술 인력 대비 정보보호 전담인력 비중도 평균 6. 7%에 그친다. 기업들이 AI(인공지능)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말하지만 그 기반을 지키는 인력은 생각보다 얇다. 업종별 격차는 더 크다. 정보통신업의 평균 정보보호 전담인력은 25. 4명, 금융 및 보험업은 22. 8명이다. 반면 건설업은 3. 4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2.
"이런 표는 처음 봅니다. " 정부의 자동차 정책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왔던 한 자동차업계 인사가 오는 10일 IPO(기업공개) 수요예측을 앞둔 채비라는 회사의 증권신고서를 보고 한 말이다. 증권신고서는 채비 측이 대기환경보전법상 보급 목표를 토대로 만들었다. 하지만 법에는 차량 판매대수가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채비 측은 여러가지 가정을 자체적으로 정해서 회사의 IPO 가치를 산정했다. 국내 전기차 신차 판매량이 2025년부터 매해 똑같이 유지된다는 자체 가정을 바탕으로 법에서 목표로하는 전기차 비율을 곱해 전기차 시장규모를 정한 것. 정부와 소통해 왔던 전문가조차 처음 보는 내용이 IPO 기업가치의 기준이 된 배경이다. 기자는 최근 채비 측이 전제로한 시나리오가 10%포인트만 빗나가면 채비가 2028년에 목표로 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반토막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채비는 보도 이틀 후부터 세 차례 정정을 거쳐 공모가 산정 기준인 2028년 추정 EBITDA를 10% 낮췄다.
인공지능(AI)을 신약 개발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국내 업계는 한껏 고무됐다. 'IT 강국' 경쟁력이 신약 개발에 더해지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AI 신약'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고, 자본시장 역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 국산 AI 신약은 당초 기대와 달리 제한적 성과에 그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무대에선 AI로 발굴한 후보물질이 인체 대상 임상에 진입하며 일부는 임상 2상까지 도달했다. 국내는 여전히 전임상이나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술수출 역시 초기 후보물질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격차는 기술력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도 후보물질 발굴 역량은 확보했지만, 이를 실제 신약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병원과 기관별로 데이터가 분절돼 있고 표준화도 부족했다. 결국 개발 속도와 임상 진입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업계가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와 인프라 구축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보완수사권 없으면 검사가 힘들어지나요? 오히려 편해지는 거죠. "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검찰이다. 그래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니 든든한 마음이 들지는 않느냐고 하자 한 간부급 검사가 초연하게 말했다. 이런 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했다. 냉소적인 반응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보완수사권이 존폐 논란은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검사들 의지대로 되지도 않을 일이라고도 했다. 또다른 검사는 "보완수사권 주지 마라"는 반응도 보였다. '될 대로 돼 보라지' 하는 심술, 심술을 넘어선 체념과 냉담도 읽힌다. 실제 일선 검찰청의 상황은 암담하다. 당장 휘몰아치는 일을 소화할 사람도 부족해 조만간 사라질 조직을 아쉬워할 여유도 없다. 간부급 검사는 "지금 당장은 일할 검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최근 많은 검사가 무력감을 느끼는 지점이다. 현재 검사들은 평시 대비 3분의 2 정도 업무에 투입돼 있다.
요즘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다. 단순히 7년 만의 신작이어서가 아니다. AAA급 콘솔게임으로 처음부터 북미·유럽시장을 겨냥해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붉은사막'의 성과에 따라 대한민국 게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 '붉은사막'에 대한 평가는 출시 초반 흔들렸다. 출시 직전 전문가 평단인 메타크리틱에서 기대이하의 점수를 줬고 펄어비스 주가는 바로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출시 직후에도 스팀에서 복합적인 평가를 받자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붉은사막'은 출시 나흘 만에 업계 추산 손익분기점인 판매량 300만장을 넘었다. 이어 12일 만에 400만장을 돌파했다. 스팀에선 동시접속자 27만명으로 펄어비스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유저들의 평가도 초반 '복합적'에서 현재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붉은사막'의 초기평가와 주가흐름이 부진했던 것은 국내 유저의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주식도 게임출시 직후 일단 팔았다가 잘되는 걸 확인한 후 되사는 경향을 보인다.
"궁금한 건 뭐든지 질문해유. " 지난달 31일 더본코리아의 주주총회가 끝난 후 백종원 대표가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기자들과 소통 시간을 갖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그만큼 처음에는 가벼운 이야기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대화가 지난해 불거졌던 여러 사건들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백 대표의 반응은 사뭇 달라졌다. 몇몇 질문에는 예민한 표정이 스쳤고,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배어있었다. 할 말이 많이 쌓였던 모양이었다. 발언 속도가 하도 빨라지다보니 그의 말을 받아 치는 손가락이 얼얼해질 정도였다. 그는 "욕을 하도 먹어서 그런다"며 이해를 구했다. 더본코리아의 사업 방향을 설명할 땐 소신이 묻어났지만 대중의 시선을 언급할 때는 평소의 그와 다르게 정제된 언어를 많이 사용했다. "제 얘기 공감하쥬? 그래놓고 이상하게 쓸라구?" 특유의 화법을 섞어가며 부연 설명을 반복했다. 지난 1년간 더본코리아를 둘러싸고 쏟아졌던 논란들을 떠올리면 그의 반응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지난해 더본코리아가 당한 고발 건수는 160건이다.
"모두 허탈해 하죠. " 최근 기자와 만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소속의 복수 여권 관계자들이 입을 맞춘 듯 한 말이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반대했지만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푸념이었다. 정부·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기로 가닥을 잡았다. 법안 제정을 실무적으로 맡은 의원과 보좌진, 자문단의 강한 반대에도 정부의 강경한 규제안을 수용한 당 지도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 논리는 이렇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공공 인프라여서 소수 대주주 개인의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분 분산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가상자산 시장 성숙기에 가해지는 전형적인 사후 규제라며 반대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위헌성'을 문제 삼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 대체 수단을 제안했다. 돌이켜 보면 법안 논의 초기 단계엔 지분 제한 문제가 테이블에 아예 없었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1967년 과학기술처 발족을 기념해 4월21일을 '과학의 날'로 제정한 후 매년 각종 과학문화 행사가 열리는 달이 됐다. 올해는 행사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올해는 수도권, 부산, 전주로 확대됐다. 모든 국민이 지역과 상관없이 과학을 즐기게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궂은일'은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떠맡게 됐다. 출연연 실무진은 새해가 시작된 1월부터 예산과 인력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권역별로 각각 전시부스를 운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출연연의 경우 2~3명의 홍보인력으로 4월 한 달에만 3차례 전시를 진행해야 한다. 비용도 출연연 자체예산으로 지출한다. 형식상 '자율참여'인 탓이다. 많으면 수억 원의 예산을 축제에 투입하는 모양새다. 축제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출연연이) 성과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며 "부스 짓는 비용은 정부가 지원했다"고 했다.
지난달 26일은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한꺼번에 쏠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였다. 이날 74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주총을 열면서 주주들은 어느 기업에 참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별도로 진행됐다면 비중 있게 다뤄졌을 기업들의 주총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총을 하루에 몰아서 연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다. 현행 상법은 주총 개최 시점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사업보고서 제출과 감사 일정에 맞춰 매년 3월말에 주총일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산 후 3개월 내에만 주총을 개최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다. 다만 합법이라는 사실이 꼭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주총은 이사회 구성과 배당, 정관 변경 등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을 다루는 자리다. 각 기업의 주총에 참석할 권리는 보장돼 있지만 일정이 같은 날 집중되면 복수 기업에 투자한 주주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한 곳에 참석하면 다른 곳은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매일매일 증시가 요동치는데 혜택이 어떻게 될 줄 알고 가입하겠습니까. " 미국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지인은 RIA(국내시장 복귀 계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매년 연말마다 세액 공제 한도에 맞춰 매매해둘 만큼 절세에 관심이 많지만 RIA 활용은 꺼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RIA를 개설하더라도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추가 매수하면 비과세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이 떨어졌다고 했다.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투자자) 국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RIA가 지난 23일 출시됐다. 국내증시 부양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까지 동시에 노린 정책 상품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약 나흘간 2만5000여개의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출시가 예고됐던 정책 상품이지만 생각보다 관심도가 높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 반응이다. RIA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이란 전쟁 불확실성 속에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1517원대까지 치솟았고, 이날도 1515원에서 거래를 출발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이곳에 5년만에 가장 강력한 모래폭풍이 몰아쳤다. 뿌옇다 못해 주황빛으로 변한 모래바람은 찢어진 천 한 장으로 덮인 피난민 텐트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피난민은 이거라도 지켜보겠다며 온몸으로 텐트 지지대를 붙잡았다. 이 피난민은 프랑스24 인터뷰에서 "모든 물건이 모래로 뒤덮였다. 매트리스도 모래 투성이"라며 "이 텐트마저 없으면 우린 있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점령지 코앞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도시 헤르손에서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드니프로 강 건너편에서 러시아 군이 띄운 드론이 주민, 차량 위로 폭탄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글자그대로 제자리에 멈추면 표적이 된다. 헤르손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직후 함락됐다가 9개월 만에 해방됐다. 러시아 군이 남긴 지뢰를 터뜨려 제거하는 작업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헤르손 주민은 일본 아사히신문 특파원 인터뷰에서 "지뢰 터지는 소리조차 행복하게 느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포성을 피해 지하 놀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