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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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용산까지 꺼냈겠어요. " 정부 관계자의 말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자신도 애초 용산공원에 집을 짓는 데 반대했다고 했다. 오랜 기간 국가공원으로 조성해온 땅을 주택 공급을 위해 다시 들여다보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에 집은 부족하고 당장 활용할 땅은 마땅치 않다. 대통령의 공급 확대 의지도 강한 만큼 용산공원까지 주택 공급 카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 4일 머니투데이가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검토를 처음 보도한 뒤 논의는 삽시간에 용산공원 전체로 번졌다. 이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두 차례 만나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SETEC 등을 묶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도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탄천이라고 해서 답이 간단한 건 아니다. 김 장관은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기는 것보다 "어디로 이전할지가 더 어렵다"고 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같은 약속을 어겼는데 판결은 정반대로 갈렸다. 스타트업 식탁이있는삶과 알피는 2018년 '기한 내 상장(IPO)한다'는 조항을 담은 벤처투자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 모두 상장하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법원 판결은 엇갈렸다. 식탁이있는삶의 김재훈 대표는 투자자에게 18억원을 지급하게 됐고, 알피의 박정규 대표는 투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게 됐다. 판결을 가른 건 계약서다. 법원은 IPO의 성패가 아니라 계약서를 심판한다. 알피 계약서에는 '상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과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문구가 동시에 적혀있었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해당 문구가 '성실히 노력할 수단 의무'라고 판단했다. 한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같은 사건이어도 계약서마다 조항이 어디에 연결됐는지, 의무가 누구에게 부과됐는지, 옆 조항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다르다"며 "이에 따라 판결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 의원 대부분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 대해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한 전언이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 데 이어 각종 특별기구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통 강화를 위한 '민주당TV' 준비 태스크포스(TF), 민생정치를 위한 '불금정치 골목민생단' 등이 출범했다. 범여권 대통합추진단, 정치제도개혁추진단 등 신설 기구와 단장도 줄줄이 발표했다. 소속 의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로마 군단 같은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게 김 대표의 복안이다. 소속 의원 모두가 역할을 맡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당내 통합과 당·정·청 일체감 회복을 위한 전략적 조직 쇄신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쇄신 기구를 설치하고 의원 모두에게 일을 맡긴다고 전당대회에서 갈라진 당이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민주당TV가 단적인 예다. 출범도 전에 강성 지지층 반발에 부딪혔다. 방송 시간이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과 겹친다는 이유로 강성 당원들 사이에선 '김어준 죽이기', '땡석뉴스'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도체만 나라를 먹여 살리는게 아니고 정유도 한국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 최근 만난 정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원유 수급이 계속 불안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중동 내 설비가 공격을 받으면서 공급이 끊긴 윤활기유(엔진오일·산업용 윤활유 등의 원료)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윤활기유 수출액은 지난 6~7월 연달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수출을 늘린 결과다. 그간 관련 설비를 고도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키워온 것도 주효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글로벌 시장에 윤활기유를 수출하면서 공급망의 빈자리를 메운 건 '기업의 힘'이었다. 하지만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일은 '기업의 몫'으로 남겨졌다. 일단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는 정유업계에 해당 시장 다변화를 주문했고, 각 정유사들은 앞다퉈 북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기름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한때 156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힘을 잃은 설명이 있다. '엔화 동조화'다. 원화는 반도체 호황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강세로 돌아섰지만 엔화는 미·일 당국의 공동 개입에도 다시 달러당 159엔선으로 밀렸다. 시장개입은 일시적인 쏠림을 완화할 수 있지만 통화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낮은 실질금리지만, 일본이 금리를 충분히 올리기 어려운 배경에는 국가부채가 있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경기부양과 고령화, 각종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일본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금리를 올리면 국채 차환 비용이 늘고 국채가격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도 감수해야 한다. 부채가 중앙은행의 선택지를 좁히고 낮은 실질금리는 다시 통화 약세를 고착시킨다. 일본의 엔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한국의 재정여건은 아직 일본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방향은 심상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일반정부부채 비율이 올해 GDP 대비 54.
"지금 나온 부동산 정책들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나요?" 취재 중 한 부동산 전문가에게 받은 질문이다. 연이어 발표된 세제개편안과 주택 공급대책을 놓고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기대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은 많지 않다. 정부는 집을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재, 즉 '바잉'(buying)이 아닌 실제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 '리빙'(living)의 대상으로 돌려놓겠다고 한다. 집의 개념을 투기에서 거주로 되돌리겠다는 취지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비거주 1주택자도 다주택자도 청년도 속 시원히 웃진 못한다. 누군가는 세금이 걱정되고 누군가는 전셋집이 걱정된다. 다주택자는 집을 팔지 말지 계산기부터 꺼내든다. 청년과 무주택자는 더 답답하다. 정부가 수도권에 '23만호+α' 공급을 제시했지만 발표된 물량이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23만호'가 실제 착공하고 준공해 내 보금자리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 강변 도시 카우프의 팔츠그라펜슈타인 성은 라인강 한가운데 작은 모래섬 위에 세워졌다. 봉건 시대에는 라인강을 지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는 요새였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작은 배를 타고 들렀다 가는 관광명소다. 이 성은 지난달부터 폐쇄됐다. 기록적인 가뭄 탓에 라인강에 배를 띄우기 어려워서다. 라인강 수위는 카우프 부근이 가장 얕다. 이곳 수위가 강 전체의 기준이 된다. 기존 최저기록은 2018년 10월의 25㎝다. 카우프 수위는 이달 4일 21㎝로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를 기록하더니 지난 10일 15㎝까지 떨어졌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는 이달 중 카우프 수위가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독일내항운송협회는 수위가 10㎝ 아래까지 내려가면 화물 운송이 막힐 수 있다며 "라인강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해 항만과 독일 남부를 잇는 강 본류가 끊긴다는 뜻이다. 라인강은 독일 공업지대를 지나 네덜란드의 북해 항만까지 이어지는 유럽 물류의 대동맥이다. 라인강은 연간 2억8500만톤의 화물을 나르며 독일 내륙 수운의 80%를 차지한다.
"'부정선거'란 용어의 뜻이 확장·오염되면서 보수재편 논의까지 막혔다. " 선거관리위원회 부실선거 관리 논란과 관련해 한 야당 의원이 한 말이다. 부정선거는 '정당하지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행해진 선거'를 뜻한다. 다만 부정선거란 용어는 '당락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고의·조직적으로 투·개표 과정에 개입해 선거 결과를 왜곡한 행위'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사용돼 왔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가 대표 사례다. 선관위 투표율 조작 의혹이 알려진 뒤 "뭔가 잘못된 선거라면 '부정선거'라고 하자"는 보수 야당 인사들이 늘었다. 선관위 사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문제는 투표율 조작이 득표수(개표) 조작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용어를 맥락에서 떼기 전 실제 투표지 집계의 변동, 특정 의도의 작용 여부, 정당 참관인의 행위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증거가 확실하면 부정선거를 인정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그렇게 단정할 근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부실이 많으면 부정이 된다"는 말은 질적으로 다른 두 사안을 섞으려는 정치 구호일 뿐이다.
인류 첫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등장은 불과 6년 전 일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 개발에 돌입한 지 약 11개월 만에 상용화까지 이뤄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한 셈이다. 막대한 자금 지원 덕도 있었지만 그간 쌓아온 플랫폼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속도였다. 팬데믹을 거쳐 급성장한 mRNA 백신 기술은 '미지의 감염병'을 대비할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mRNA 백신은 항원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생산과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작동한다. 바이러스 표면에 뾰족하게 솟은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체내에 미리 만들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원리다. 핵심 기술 기반을 갖추면 유전정보만 갈아 끼워 새로운 백신 설계와 생산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mRNA 백신의 이 같은 효율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암·희귀질환 치료제로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mRNA 백신 자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100억원을 벌고 50억원을 잃었다면, 남은 이익은 50억원이다. 그런데 증권사가 내야 하는 세금은 100억원을 기준으로 매겨진다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손실은 보지 않고 수익만 보는 '교육세의 함정'에 증권사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올해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를 제외한 상위 6개 증권사가 부담할 것으로 추정되는 교육세만 3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정부가 금융·보험업자의 수익 금액 중 1조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을 0. 5%에서 1%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답답해하는 건 단순히 세금이 늘어서만이 아니다. 교육세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고 이에 따라 LP의 활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는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 거래도 함께한다. LP 거래에서 수익이 나도 헤지 거래에서 손실이 나면 실제 남는 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교육세는 매매이익만 과세표준으로 삼아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나온 뒤 일부 완성차업체의 대관·정책 조직에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다. 내년 세제개편에는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킬 방안을 찾으라는 경영진의 주문이다. 주요 경제단체들마저 세제개편안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낸 상황에서 개별 완성차업체가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물밑 대응에 나선 셈이다. 업계가 이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국내생산세액공제의 취지에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를 신설했지만 자동차업계가 줄곧 포함을 요구해온 전기차는 대상에서 빠졌다. 국내 전기차 생산을 늘려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부품업계 일감을 지키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와중에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 등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국내 유입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해외에 이어 안방에서도 중국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데 정작 국내 생산을 유도할 정책 수단은 빠진 셈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도 이제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음)이 됐으니 재개발을 추진하는 노후 빌라를 사서 '몸테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 5년 전만 해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몸테크를 해보라고 권하던 감정평가업계 지인이 최근에는 재개발 빌라로 눈을 돌려보라고 했다. 도시정비사업이 서울의 핵심 주택공급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도권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은 6. 59% 상승했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상승률(3. 64%)의 두 배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구축마저 정비사업 기대감에 오르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통한 몸테크도 상당한 자금이 있어야 가능해졌다. 그러자 30대 또래 사이에서는 재개발 빌라 매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을 외치던 한 친구는 신혼생활을 보낸 인천 신축 아파트 전세를 빼고 서울 중랑구의 오래된 빌라를 샀다. 서울에서 반드시 내 집을 마련하겠다던 서울 출신 후배가 선택한 곳도 관악구의 노후 빌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