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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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소취소하는 사람이 중수청장(중대범죄수사청장) 된다는 말 많잖아요. " 얼마 전 법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말인데 최근 후배 기자 입에서 같은 소리가 나왔다. '서초동 호사가들 특유의 냉소겠거니'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잠시 뒤에 '오죽하면 이런 얘기까지 나오나' 하는 씁쓸함이 스쳤다. 공소취소는 검찰이 기소 자체를 없던 일로 무르는 것이다. "우리가 기소를 잘못했다"고 선언하는 자기부정이다. 다른 검찰청에서 동일 피의자를 중복으로 기소하는 등의 착오를 바로잡을 때나 쓰일 뿐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공소를 거둬들인 전례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였던 시절, 쌍방울이 지사 방북 비용 등을 북한에 대납했다는 의혹이 뼈대다. 수사와 재판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많고 시끄러웠다. 여권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니 기소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실제 그렇게 볼만한 정황도 있다. 대검 감찰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사건 관계자를 지나치게 많이 불러 조사한 사실 등 부적절해 보이는 사정들이 드러났다.
유튜브의 시대다. 궁금한 것을 검색엔진이 아닌 유튜브에서 검색하기 시작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유튜브 생태계가 커질수록 유튜버들은 전보다 새롭고 관심받는 주제를 찾아나선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가 생기기 전엔 주목받지 못한 분야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가 게임이다.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던 게임은 이제 유튜브의 핵심 콘텐츠가 됐다. 유튜버들은 게임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한다. 스테이지 공략법부터 일반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의 유료아이템 구매, 새로운 게임소개, 출시 전 게임리뷰, 게임 내 여러 캐릭터 소개 등 게이머가 좀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도록 돕는 콘텐츠가 쏟아진다. 이런 분위기에 게임업계가 발을 맞추며 산업이 커졌다. TV나 도심광고처럼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게임 유튜버들을 통하면 타깃광고를 할 수 있어 저비용·고효율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중소 게임사도 대형 게임사와 비슷한 수준의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텍스트로만 이뤄지던 게임리뷰나 공략법이 영상으로 시각화하면서 정보공유도 훨씬 빨라졌다.
"그 정도의 브랜드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줄은 몰랐죠. " 최근 식음료·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공통적인 탄식이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가 봐도 논란이 될 법한 문구를 스타벅스 정도의 브랜드가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업계 내부에서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논란은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정치권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결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대국민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5대 5 합작법인으로 출발한 한국 스타벅스는 2021년 미국 스타벅스의 지분매각으로 이마트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신세계그룹에 완전히 편입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정 회장의 2022년 '멸공' 발언으로 호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그 어떤 기업보다 세밀하게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그 수많은 마케팅 기획 과정에서 이 부분을 공백으로 둔 것은 큰 패착이다. 신세계그룹은 조사결과 결제 라인 일부에서 문제가 된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3월 'AI 고속도로 구축 본격화'를 선언하며 GPU(그래픽처리장치) 추가 확보와 AI 컴퓨팅 자원 공급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진입로가 막혀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서도 전력계통영향평가 단계에서 '공급 불가'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른다. 최근 접수된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건수 총 736건 중 522건은 수도권이다. 그런데 본심사에서 58. 3%가 탈락했다. 수도권 전력망이 신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GPU는 확보하는데, 그 GPU를 돌릴 공간은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언은 넘쳐나는데, 인프라는 제자리다. 더 큰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는 도입된 지 2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법정 고시 없이 시범운영 중이다.
"어떻게 젊은 사람들도 한 당만 찍는지 모르겠어. " 최근 취재차 찾아 간 전북 전주의 한 택시기사가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곳인데 이른바 '묻지마 투표'가 지역 발전을 가로막다는 얘기로 들렸다. 이 택시기사는 "잘못했을 땐 싹 갈아 엎어야 정치권이 지역 발전을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선거 결과는 늘 한 쪽의 압승이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그나마 좀 사정이 낫다. 여야 후보가 예단하기 힘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야가 텃밭인 일부 지역에선 경선에서 승리한 몇몇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당선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캠프 관계자들도 벌써부터 '자리' 얘기로 들떠 있다고 한다. 올림픽 본선보다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가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과 같은 꼴이다. 이른바 '김칫국 선거' 행태의 근저는 자만심과 오만이다. 당만 보고 표를 주는 유권자의 '묻지마 투표'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되돌아간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 11일 밤 10시14분. 다음날 새벽 1시12분까지 한 사람의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물 55건이 잇따라 올라왔다. 약 3시간동안 평균 3. 2분당 1개꼴로 글을 올린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자신이 엑스(옛 트위터)에서 퇴출됐던 시기 직접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다. 여러 도전을 받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쓰고 댓글, 리트윗(인용)도 적극적이다. 깊은 밤 약 2시간 동안 160개 게시물을 연이어 올린 적도 있다. 그는 1946년생, 한국 나이로 만 80세다. 그는 게시물을 직접 올리거나, 보좌관 나탈리 하프가 작성을 도와 트루스소셜을 관리하는 걸로 알려졌다. 100% 직접 쓰지 않는다 해도 대단한 열정과 집중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즐겨 사용한다는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다. 중요한 건 그 내용과 스타일이다. 특정인을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저격하기 일쑤다. 최근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민주당 리더들이 오물에 빠진 모습의 AI(인공지능) 이미지를 올렸다.
"성매매 요구를 한 건가. 그것만 답하면 된다. "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30년 전 사건을 두고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답하고 묻는 국회의원과 취재진 입에서 '성매매'라는 단어가 여과없이 오르내린다. 공방은 국민의힘의 의혹 추가로 확산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과거 폭행 논란에 유흥업소 여종업원과의 외박 요구 의혹이 더해졌다. 야권의 공세는 하루 만에 폭로전 양상으로 번졌다. 피해자 육성 증언까지 공개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상호와 사진까지 등장했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인지, 30년 전 사건의 재심인지 유권자들은 헷갈려 한다.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범여권 후보들 사이에서 진흙탕 싸움이 오간다.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김용남 민주당 후보의 과거 세월호·이태원 참사 발언 등을 문제 삼자 김 후보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선 하정우 민주당 후보의 이른바 '손털기'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낙상 카메라 기자 외면 의혹이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공격 대상이 됐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급등은 물가 압력을 높였고, 2. 5%라는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 7%로 주요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업들의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을 언급한 배경에도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결코 장밋빛으로만 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인 'K자형 양극화' 때문이다. 반도체 등 IT 산업과 비IT 산업 간의 극심한 온도 차는 성장의 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만난 앨버트 박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반도체 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하방 압력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비IT 부문과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이 실물 경제에 전이되는 '2차 파급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돈 번다고 욕 먹던 때가 오히려 나을 정도였죠. "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만난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횡재세' 논란이 불거졌다.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만큼 사회적 부담도 져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정유업계는 곧바로 대규모 적자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앞서 털어놓은 업계의 푸념은 이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월28일 발생한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 4사(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는 올해 1분기 합산 기준으로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놨지만 막상 웃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실적의 상당 부분이 '재고평가이익'이라서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만 봐도 1조2310억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인 6434억원이 재고 관련 이익이었다.
"한 달 사이에 매물 1만개가 증발했네요. 지금 올라와 있는 매물이 사라지면 더 줄어들 것 같아요. "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인의 말이다. 체감 시장을 반영하듯 매물 감소에 대한 불안이 드러난다.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실제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해 시장 유동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강하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부활을 예고하고 4월까지 강남권과 한강벨트에서는 급매 성향이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매물 출회가 멈추고 보유가 강화되며 거래가 위축되는 것이다. 사실상 '잠김'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전세시장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매도 대신 임대 유지가 늘고 기존 세입자와의 재계약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며 전세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요즘 지게차 운전기능사 시험을 알아보고 있어요. 결국 몸으로 일하는 직업이 살아남을 것 같아서요. " 국내 굴지의 IT(정보기술) 대기업 직원의 입에서 나온 한숨 섞인 말이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직군으로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꼽히는 시대다. 어떤 직원은 모임횟수를 늘렸다고 한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관계쌓기'가 더 중요해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기자도 이 불안에서 예외는 아니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가 '고용불안'이다. 기술기업들의 해고현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 fyi'에 따르면 지난해 12만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해고된 인력은 10만1550명에 달한다. 고학력과 고임금 근로자가 AI 대체직군에 그만큼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지식과 학벌로 쌓아올린 중산층 신화가 균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AI 전환(AX)을 서두른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기술)기업 20여곳을 조사한 결과 선언이나 구호가 아닌 실제 성과의 수치로 변화가 나타났다.
"여긴 난장판이군요. "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 언론 브리핑 주인공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었다. 마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적질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더니 쿠바 문제, 교황 레오14세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처럼 굵직한 이슈를 다뤘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은 루비오 장관의 '데뷔'를 보러온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특히 위트 섞인 문답이 돋보였다. 앞다퉈 질문 공세가 쏟아지자 루비오 장관은 "난장판"으로 응수했는데 취재진은 "웰컴 투 화이트하우스"라고 맞받았다. '화이트하우스(백악관)는 원래 그렇다'는 뼈있는 대화였지만 날카롭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리한 질문에 정색, 비난으로 응수하기 일쑤였는데 루비오 장관은 달랐다. 루비오 장관은 유력한 공화당 대선 주자다. 언론에 나서길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 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차기 대선은 JD 밴스 부통령에게 양보하겠다던 그가 이날 브리핑에 나온 것을 두고 더힐은 "대선 경선에 나온 듯하다"며 "정치적 함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