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원 첫 돼지열병 발생…“감염 멧돼지 나올 때부터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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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17:38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9일 오전 강원 화천군 서면의 농가 진입로에서 방역요원이 출입차량의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2020.10.9/뉴스1 © News1 김정호 기자

(화천=뉴스1) 김정호 기자 = “방역차량이 아니면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습니다.”

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강원 화천군 상서면 한 양돈농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방역당국이 통제선을 이중을 설치하고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막고 있었다.

통제선에서 300m 가량 떨어진 발생 농장에서는 굴착기 2대가 구덩이를 파고 있고, 그 옆으로는 살처분 돼지를 담을 FRP 재질의 대형용기가 놓여 있었다.

해발 800m 넘는 고산들로 둘러싸인 발생 농장 인근에서는 방역요원을 제외한 민간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산자락 곳곳에서는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이 걸려 있는 농경지가 눈에 띄었다. 발생 농장 바로 앞으로 흐르는 하천은 갈수기인 가을철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제법 있었다.

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강원 화천 상서면 한 양돈농장 주변으로 해발 800m 넘는 고산들이 줄지어 있다.© 뉴스1

주민들은 감염원이 멧돼지와 이 일대에 흔하디 흔한 까마귀에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인적이 드물어 포획될 위험이 적은데다 먹이와 음용수까지 구하기 용이해 멧돼지가 집단으로 서식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7월 28일 발생 농장에서 불과 250m 떨어진 지점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됐었다.

이 일대를 근무지로 하는 도로관리원 이봉재씨(61)는 “도로 변에서 멧돼지 발자국을 자주 본다”며 “멧돼지가 사람을 피해 밤에 다니기 때문에 마주친 적은 없지만 멧돼지가 이동한 흔적은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발생 농장이 있는 상서면을 포함 화천지역에서 발견된 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는 이날 현재까지 290마리에 달한다. 또 올해 들어 화천지역에 잡힌 멧돼지는 1223마리에 이른다.

발생 농장 인근에서는 까마귀가 3~4마리씩 무리지어 다니기도 했다. 특히 먹이를 찾아 민가와 농경지를 옮겨 다니는 까마귀 떼가 심심찮게 목격됐다.

주민 나창복씨(51?다목리)는 “감염원은 멧돼지나 까마귀 아니겠냐”며 “두어 달 전 사과밭에 설치해 놓은 포획틀에 잡힌 멧돼지 두 마리와 길가에서 발견한 멧돼지 사체 한 마리 모두 (ASF)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긴 까마귀 소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썩은 고기를 좋아하는 까마귀가 많으면 그만큼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편 방역당국은 확진 판정이 나온 이날 오전 5시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의 돼지농장?도축장?사료공장?출입차량?관련 축산시설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령했고, 이어 발생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940마리를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발생 농장 500m~3㎞ 이내 있는 1개 농가의 1075마리와 3㎞∼10㎞ 이내 있는 1개 농장의 450마리 등 모두 1525마리도 살처분할 예정이다. 발생 농장에서 어미돼지가 출하된 철원 소재 도축장은 긴급 폐쇄됐다.

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강원 화천 상서면 한 양돈농장 진입로 주변 농경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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