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김해공항 인근 '강동동 6통 마을'…"가덕신공항 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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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9 06:34

"주민 대다수 가덕신공항 찬성…군용기도 가덕도로 가야"
주민 66명 배상 판결에 아쉬움 토로…추가 소송 가능성도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과 불과 600여m 떨어진 강동동 6통 마을.2021.2.3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김해공항이 확장되면 여기서 정말 살 수 없습니다. 가덕신공항이 반드시 세워져야 합니다."

수십년간 김해공항에서 나오는 소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산 강동동 6통 마을 주민들은 매일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에 지친 기색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운항이 줄었지만, 50년 이상 평생을 비행기와 함께 지내와 '난청'과 '이명'을 앓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3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강동동 6통 마을.

김해공항과 불과 600여m 떨어진 이곳은 '딴치마을'이라고도 잘 알려졌지만, 정확한 명칭은 '6통 마을'이다. 1~6반으로 구성된 6통 마을은 온통 비행기 소리로 가득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김우상 6통 통장과 15분간 이야기를 나눈 사이 무려 8대의 항공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하늘길을 갈랐다.

김 통장은 "아침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늦으면 밤 12시까지 하루 종일 소리가 울린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 사람들은 이제 만성이 돼버렸다"며 전화하는 도중에 비행기가 뜨면 '조금 기다리소'라고 한다. 공군 제트기가 하나 떠도 패닉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구청장한테도 여기에서 일주일만 살아보라고 건의한 적도 있다"며 "그러면 이 소음이 얼마나 심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통장은 "저희는 아버지가 있었을 50~60년 전부터 여기서 살아왔는데, 여태껏 보상 하나 없었던 점도 큰 문제"라며 "보청기라도 지원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전했다.

안전 문제도 지적했다. 공군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며 연습할 때마다 '비행기 안 부딪히려나' 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2년 4월15일 승객과 승무원 129명이 숨진 돗대산 사고를 현장에서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부산 강동동 6통 마을의 하늘 위로 군용기 1대가 날고 있다.2021.2.3 /뉴스1 노경민 기자©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 6명은 "여기 사람들은 비행기 시끄러운 건 말도 못 한다", "전국에서 여기보다 시끄러운 곳이 있다면 나와봐라", "아침에 아기를 재워야 하는데 비행기 소리 때문에 놀라서 난리도 아니다" 등의 불만을 토해냈다.

주민 대다수는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해공항의 항공기를 가덕신공항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 주민 여론이다.

대부분 항공 전문가들은 가덕신공항 건립 시 활주로 1개를 우선 설치해 김해공항 국제선 수요를 감당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가덕신공항 건립 시 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며 "이전한 김해공항 부지를 새로운 산업 용지로 대체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국제선뿐만 아니라 국내선과 군용기까지 이전을 바라고 있다.

김 통장은 "정작 제일 시끄러운 비행기는 군용기다. 이게 가덕도로 가야 한다"면서도 "빨리 짓는다고 해도 10년 안에 완공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일부 6통 주민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김해공항 손해배상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주민 147명 중 85웨클(WECPNL, 항공기 소음 단위) 이상 소음에 노출된 66명은 3년치 보상금을 받게 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만족할 만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백남규 김해공항 소음대책주민협의회 회장은 "법원 판결은 85웨클을 기준으로 하지만, 주민들은 80웨클도 매우 시끄럽다며 기준 인하를 원하고 있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동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현식 강서구의회 부의장은 "딴치마을뿐만 아니라 김해공항 근처에 사는 일부 주민들까지 난청이나 이명을 겪고 있을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

이 부의장은 "평생 소음에 시달린 만큼, 2014년 이전의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난청 피해에 대해 세부적인 표본조사를 진행해 국가에 보상을 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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