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방임이 영유아 살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방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과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방임은 신체학대에 이어 아동학대 사망 원인 2위다. 다만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망설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에서 생후 20개월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는 105시간 이상 아기를 혼자 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놀이공원, 찜질방, 다른 가족 집 등을 방문하면서 아이를 방치한 것은 물론 가족들에게는 아이를 앞집 주민이나 지인에게 맡겼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이유식을 먹이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하루에 한두번만 우유를 먹여 사망당시 아기의 마지막 몸무게는 4.7kg에 불과했다.
2021년에도 30대 친모가 3세 딸을 홀로 둔 채 외출했다가 77시간 만에 귀가해 아이가 탈수로 사망했다. 친모는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번개 모임'을 하며 피해 아동을 집에 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아파트 화재로 부모 없이 집에 남겨져 있던 초등학교 3학년(10살), 6살 유치원생 자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부모가 야간 점포를 운영해 일하러 나간 것으로 추정됐지만 방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판례에서는 친부가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21분까지 6세 동생을 혼자 두고 외출한 것에 대해 방임행위로 판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무단으로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은 경우,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 친모가 집주인에게 자녀를 맡겨둔 채 나간 경우 등에 대해 방임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임에 대한 보호자들의 의식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0~5세 영유아의 아동방치 비율(30분 이상 집에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일주일에 1일 이상인 경우)은 2013년 9.3%에서 2023년 4.5%로 낮아졌지만, '거의 매일' 비웠다는 응답은 0.4%나 됐다. 방치시간은 77.85분으로 2018년(67.70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해외의 경우 일정 연령 이하일 경우 혼자 있을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영국은 12세 미만 아동은 보호자 없이 방치 금지이며, 5세 미만의 경우 더욱 엄격히 처벌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주에 따라 각각 14세, 16세 미만으로 규정한다. 싱가포르도 12세 미만 아동은 혼자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방임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해 상황에 따라 처벌 여부와 강도가 달라진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생명과 관련한 경우를 우선적으로 방임(행위에) 포함하기 위해 검토를 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미온적인 입장이다.
김나영 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어린 아이들은 본인이 학대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알리기 어려워 사례가 발굴되기 더욱 어렵다"며 "아동의 피해가 드러나야만 처벌할 수 있다면 사후관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