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TF "김건희 명품백 조사 당시 尹 관저 회동 확인"

정인지 기자
2026.05.08 11:43

조사관, 종결처리 반대했지만 前 사무처장이 개입
이재명 대통령 헬기 이송도 '기관 송부'에서 '행동강령 위반'으로 틀어
재심의 제도 없어 과거 결정은 유지..."사과의 말씀"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권익위원회 정상화 추진 TF 운영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5.08. /사진=조수정

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김건희씨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벌인 결과, 정승윤 전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본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못해 권익위는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의뢰키로 했다.

8일 정일연 권익위원장은 서울 정부청사에서 '권익위 정상화 추진 TF(태스크포스)' 운영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TF는 국회·언론 등에서 논란이 된 주요 사안을 점검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추진됐다. 위원장 직속으로 지난 3월16일부터 이날까지 54일간 총괄팀, 과거사 조사팀, 제도개선1·2·3팀 등 총 5개 팀으로 운영됐다.

조사에 따르면 정 전 사무처장은 김건희씨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담당부서 의견과 달리 판단 유보, 추가 보완지시 등을 해 사건 처리를 지연했다. 또 사건처리 진행 중 심야시간에 정 전 사무처장이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과 1시간 가량 비공식 회동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김건희씨와 만났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사건처리기한이 60일인데 60일이 되는 2024년 3월18일에 관저에서 접촉이 있었다"며 "접촉 과정에서 어떤 대화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 안에서 (수행원들이) 일부 그 내용을 들어 TF 조사단에 응했다"고 말했다.

또 해당 사건 처리를 결정할 권익위 전원위원회(전원위) 상정 의안을 회의 전날 위원들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하고, 전원위 회의 2시간 전에 위원인 권익위 정무직·상임위원과 비공식 회의를 소집해 처리방향을 종결로 언급했다.

상정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과 회의 시 논의되지 않은 사항 등도 추가해 담당부서가 아닌 정 전 사무처장이 의결서를 직접 작성했다.

권익위는 정 전 사무처장에게 내용증명 우편 등을 통해 본인 의견을 요청했지만 수취거절 등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현재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의뢰키로 했다.

권익위는 명품가방 사건 종결에 반대 의견을 가졌던 담당 국장이 순직한 데도 정 전 사무처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권익위는 위원회 차원에서 고인 및 유가족에게 부당한 처우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정 전 사무처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행위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헬기 이송 특혜 논란'도 재조사한 결과 정 전 사무처장이 2024년 7월8일 전원위 의안과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포함해 위반 통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담당부서는 부산소방본부 직원에 대해 제도개선 취지의 '기관송부' 의견이었으나, 행동강령 위반 통보로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권익위는 병원 관계자 추가 진술을 고려할 때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과 헬기 이송은 두 병원 간 협의를 거친 공식 결정사항이었고, 헬기 요청도 권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등 행동강령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부적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유감표명'과 함께 제도개선을 통해 특정인이 지위·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병원 의사들의 진술이 당시와 많이 바뀌었는데 과거가 맞는지 지금이 맞는지는 저희로서도 대답하기 어렵다"며 "객관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이런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 접수된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이른바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담당부서가 '제3의 기관(감사원·경찰청)으로의 송부' 의견을 보고했으나 정 전 사무처장이 거부했다. 또 전원위 안건 상정 시 분과위 의결서의 '판단내용과 결론'을 삭제해 전원위 위원들이 실무부서 판단내용을 제공받지 못하게 했다. 권익위는 류 전 방심위원장 등이 사적이해관계자 신고의무를 미이행한 정황 등이 있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외에 유철환 전 국민위원장이 '대웅제약 민원 셀프접수 논란' 등 민원 개입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친과 친분이 있는 민원인의 청탁을 받고 담당국장에게 민원처리 방향을 지시한 정황이 있었다. 민원인이 유 전 위원장 집무실을 약 3회 방문해 '시정권고'라도 해달라고 청탁한 정황을 근거로 들었다.

또 유 전 위원장이 직전 2년 이내 재직했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민원인에게 직접 소개한 정황이 파악돼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의혹과 관련해 고발 및 과태료 부과를 통보키로 했다.

권익위는 앞으로 유사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의안 상정 시 사건 담당부서의 판단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제도 개선할 예정이다. 안건에 대한 공정한 심의·의결이 어려운 위원의 경우 회피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한편, 무기명 투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 권익위원장은 "권익위는 재심의 절차가 없어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 부득이하게 과거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심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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