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0억' 강남 빼곤 살림 빠듯...서울시·자치구, '곳간 배분' 다시 짜나

정세진 기자
2026.07.06 05:00

서울연구원, 자치구 조정교부율·필요금액 산정방식 등 연구
서울시 조례 따라 시 보통세 22.6%를 자치구에 인구·면적 등 기준으로 교부
강남구 제외 24개구 '조교부금' 없으면 행정수요 충족 못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개조 프로젝트 '다시,강북전성시대 2.0'을 본격 가동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선 9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간 '곳간 배분'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부족한 재원을 보전하는 조정교부금의 적정 교부율과 산정방식을 따지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강남구를 제외한 자치구들이 자체 재정수입만으로 기준재정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가운데 복지·안전·생활 기반시설(SOC) 등 현장 행정수요가 늘면서 시-구 재정 배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5개 자치구 중 자체사업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로, 자체사업비는 5790억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은 40.3%다. 25개 자치구 평균은 20.7%다. 반면 중랑구는 15.0%, 노원구는 14.7%, 은평구는 14.4%에 그쳤다. 자체사업비 비중은 구청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보여주는 보조 지표로, 자치구별 재정 운용 여건 차이를 보여준다.

이 같은 차이를 보정하는 대표적 장치가 '조정교부금'이다. 조정교부금은 자치구 간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고 기본 행정서비스 수준을 맞추기 위해 서울시가 배분하는 재원이다. 현행 조례상 시는 보통세 예산액의 22.6%를 조정교부금 재원으로 확보한다. 이 중 90%는 일반조정교부금, 10%는 특별조정교부금으로 나뉜다. 일반조정교부금은 인구, 면적, 복지 대상자 수 등으로 산정한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을 비교해 자치구별 재정부족액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배분된다.

2026년 기준 서울시 자치구 자체사업비/그래픽=이지혜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는 시로부터 조정교부금을 받아 곳간을 채우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조정교부금을 받은 뒤에도 재정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의 본예산 기준 교부 후 기준재정수요충족도는 2021년 100.1%, 2022년 101.2%, 2023년 101.6%였지만 2024년 96.2%, 2025년 97.2%로 낮아졌다. 조정교부금이 자치구 재정부족액을 보전하는 장치인 만큼, 현행 교부율과 산정방식이 변화한 행정수요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커진 셈이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조정교부금의 적정 교부율 및 합리적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학술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 기간은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다. 주요 과업은 적정 교부율안 제시, 기준재정수요액 재산정, 균형발전수요액 산정지표 개선 등이다. 쟁점은 교부율을 얼마나 조정할지와 산정방식에 생활인구 등 새로운 행정수요를 얼마나 반영할지다.

앞서 강남구 주민자치위원장 22명이 공동대표로 청구해 주민 3만1453명의 유효서명을 받은 주민조례안은 조정교부금 재원을 현행 보통세의 22.6%에서 27%로 높이고, 기준재정수요액 측정항목에 생활인구와 문화지수, 자치구 산하기관 근로자 수 등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조례안대로 교부율을 27%로 올릴 경우 2026년 본예산 기준 약 8772억원이 자치구로 추가 이전될 것으로 시는 추산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추가 소요액은 총 4조1518억원 규모다. 자치구 재정부족액을 충당하고도 잔여액이 발생해 가산교부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봤다. 해당 조례안은 교부율 인상 근거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복지·안전·생활SOC 등 현장 행정수요가 커진 만큼 조정교부금 산정방식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수빈 전 서울시의원은 "복지와 인프라 등 필요한 사업 상당수가 자치구 소관으로 돼 있다"며 "기준재정수요를 맞추는 상황에서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의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연말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시와 자치구 간 재원 배분 논의는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현행 22.6% 교부율 유지 여부와 산정지표 개편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부율 인상은 자치구 재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서울시 전체 재정 균형과 자치구 간 형평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교부율이 높아질 경우 광역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