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간 '곳간 배분'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부족한 재원을 보전하는 조정교부금의 적정 교부율과 산정방식을 따지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강남구를 제외한 자치구들이 자체 재정수입만으로 기준재정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가운데 복지·안전·생활 기반시설(SOC) 등 현장 행정수요가 늘면서 시-구 재정 배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5개 자치구 중 자체사업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로, 자체사업비는 5790억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은 40.3%다. 25개 자치구 평균은 20.7%다. 반면 중랑구는 15.0%, 노원구는 14.7%, 은평구는 14.4%에 그쳤다. 자체사업비 비중은 구청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보여주는 보조 지표로, 자치구별 재정 운용 여건 차이를 보여준다.
이 같은 차이를 보정하는 대표적 장치가 '조정교부금'이다. 조정교부금은 자치구 간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고 기본 행정서비스 수준을 맞추기 위해 서울시가 배분하는 재원이다. 현행 조례상 시는 보통세 예산액의 22.6%를 조정교부금 재원으로 확보한다. 이 중 90%는 일반조정교부금, 10%는 특별조정교부금으로 나뉜다. 일반조정교부금은 인구, 면적, 복지 대상자 수 등으로 산정한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을 비교해 자치구별 재정부족액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배분된다.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는 시로부터 조정교부금을 받아 곳간을 채우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조정교부금을 받은 뒤에도 재정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의 본예산 기준 교부 후 기준재정수요충족도는 2021년 100.1%, 2022년 101.2%, 2023년 101.6%였지만 2024년 96.2%, 2025년 97.2%로 낮아졌다. 조정교부금이 자치구 재정부족액을 보전하는 장치인 만큼, 현행 교부율과 산정방식이 변화한 행정수요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커진 셈이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조정교부금의 적정 교부율 및 합리적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학술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 기간은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다. 주요 과업은 적정 교부율안 제시, 기준재정수요액 재산정, 균형발전수요액 산정지표 개선 등이다. 쟁점은 교부율을 얼마나 조정할지와 산정방식에 생활인구 등 새로운 행정수요를 얼마나 반영할지다.
앞서 강남구 주민자치위원장 22명이 공동대표로 청구해 주민 3만1453명의 유효서명을 받은 주민조례안은 조정교부금 재원을 현행 보통세의 22.6%에서 27%로 높이고, 기준재정수요액 측정항목에 생활인구와 문화지수, 자치구 산하기관 근로자 수 등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조례안대로 교부율을 27%로 올릴 경우 2026년 본예산 기준 약 8772억원이 자치구로 추가 이전될 것으로 시는 추산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추가 소요액은 총 4조1518억원 규모다. 자치구 재정부족액을 충당하고도 잔여액이 발생해 가산교부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봤다. 해당 조례안은 교부율 인상 근거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복지·안전·생활SOC 등 현장 행정수요가 커진 만큼 조정교부금 산정방식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수빈 전 서울시의원은 "복지와 인프라 등 필요한 사업 상당수가 자치구 소관으로 돼 있다"며 "기준재정수요를 맞추는 상황에서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의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연말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시와 자치구 간 재원 배분 논의는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현행 22.6% 교부율 유지 여부와 산정지표 개편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부율 인상은 자치구 재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서울시 전체 재정 균형과 자치구 간 형평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교부율이 높아질 경우 광역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