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가 기업 남녀 직원의 중위임금 격차 등을 공개하는 '고용평등공시제' 도입을 추진한다.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불법 유해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교제폭력 사망 사건에 대한 사례 분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한다.
성평등부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실시된 2026년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올해 하반기 주요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성평등부는 우선 노동시장 성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고용평등공시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연내 마련한다. 공시되는 항목은 직급·고용형태별 남녀 근로자 수와 남녀 평균 근속 기간, 고용 형태별 남녀 평균임금·중위임금 격차 등이 될 전망이다. 공시 대상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으로, 성평등부는 내년 3월부터 제도가 시행될 수 있게 추진한다.
고용평등공시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도록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가진단 도구를 마련하고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인센티브 제도는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자율적으로 공시에 참여한 기업과 성별 격차 개선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설계할 방침이다.
디지털성범죄 대응도 한층 강화한다.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는 불법 유해사이트에 대해 성평등부 장관이 직접 차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약 3만5000개의 불법 유해사이트를 심층 분석해 광고수익 차단과 사이트 개설 행위 처벌 강화 등 제재 방안도 마련한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조기 탐지·신고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교제폭력·스토킹 등 여성폭력 대응의 실효성도 높인다.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마련된 관계부처 합동 '스토킹·교제폭력 강화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 강화 방안에는 전국 261개 경찰서와 189개 가정폭력상담소 간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해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집중 모니터링과 전문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건의 원인과 대응 과정을 종합 분석하는 '친밀관계 폭력 사망 사건 사례 분석'도 처음으로 실시한다. 사례 분석을 통해 법·제도상 공백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부처가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도록 제도적 기반도 확충한다. 현재 9개 부처에 설치된 성평등정책 전담 부서를 24개 부처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성평등정책 전담 부서가 있는 9개 부처는 교육부·법무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노동부·대검찰청·경찰청·농림축산식품부다. 앞으로 추가될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 등이다.
성평등부는 성평등위원회에 정책 개선 권고 기능을 신설해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공론장, 국민제안, 현장소통 결과 등을 바탕으로 '(가제)성별 균형 성평등 정책'도 마련한다. 해당 정책에는 남성의 돌봄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긴다. 이번달부터 시행된 공공생리대 비치 사업인 '모두의 생리대'는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내년 전국 확대 추진한다.
위기청소년 지원도 촘촘해진다. AI를 활용해 자살·자해·마약 등 위험신호를 조기에 탐지해 고위기 청소년을 발굴하고 '1388 전화상담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긴급 대응력을 높인다. 청소년회복지원시설도 올해 18개에서 내년 20개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청소년자립지원관 역시 올해 13개에서 내년 14개로 늘린다.
아이를 양육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가족 지원 정책도 손질한다. 아이돌봄사의 돌봄수당을 인상하는 등 처우를 개선하고 보수교육 내실화, 민간서비스 컨설팅 등을 통해 아이돌봄사의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 오는 10월부터는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 지원의 소득 기준을 폐지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주거 지원을 확대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생활비·의료비·교육·취업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성평등부는 총 31개의 대통령 지시사항 중 현재까지 28개를 완료해 90% 이행률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을 출범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게 주요 성과로 꼽힌다. 청소년상담1388 상담 인력 확충과 아이돌봄서비스·한부모가족 지원 확대로 돌봄·양육 부담도 완화했다.
임신중절약 '미프진' 제도 개선 문제는 성평등부가 중심이 돼서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미프진을 두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기자단 사전 브리핑에서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대통령님의 절절한 마음과 의지가 더해져서 이런 논의가 더 활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성평등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