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 만든 생태계"…사회문제 해결사들 '성수동'에 모인 이유

성수(서울)=김승한 기자
2026.08.18 16:00

[로컬의 재발견, 삶을 바꾸는 연대]⑨서울 '루트임팩트'

[편집자주] 양극화와 지방소멸 등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을 아우르는 '사회연대경제'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사회연대경제가 가치창출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해 7월 열린 임팩트 베이스캠프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수료생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루트임팩트

"사회문제는 한 조직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 찾은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는 '협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대학, 공공기관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 연결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곳. 사회연대경제가 기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2012년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이런 연결을 만드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한편, 2017년 성수동에 문을 연 헤이그라운드를 통해 다양한 조직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왔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백현지 루트임팩트 매니저는 "사회문제는 특정 조직이나 업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공공, 대학, 시민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풀어야 한다"며 "그래서 '업계'보다 '생태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공간이 아니라 '협력'을 만든다

루트임팩트는 헤이그라운드를 단순한 공유오피스가 아닌 '커뮤니티 오피스'라고 부른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주 조직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백현지 루트임팩트 매니저.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실제 환경 분야 입주 조직이 모여 행사를 함께 여는 등 하나의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루트임팩트는 이러한 연결이 성수동이 국내 대표 소셜벤처 거점으로 성장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성동구의 사회적기업은 2014년 10곳 수준에서 2023년 530여곳으로 늘었고, 성동구와 함께 다양한 협력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루트임팩트는 최근 조직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서 협력의 '판'을 만드는 방향으로 역할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임팩트닷커리어'다. 사회문제 해결 조직과 구직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공동채용 프로그램에서 출발해 현재는 채용 정보뿐 아니라 조직 소개와 커뮤니티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물리적 거점이 헤이그라운드라면, 온라인에서는 임팩트닷커리어가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백 매니저는 "예전에는 청년과 조직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플랫폼과 대학, 다양한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직접 지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협력으로 문제 해결 보여줄 때"
헤이그라운드 전경. /사진제공=루트임팩트

루트임팩트는 앞으로 돌봄과 지역, 기후를 핵심 과제로 삼고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개별 조직을 지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른 지역과 분야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공공과 민간, 대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모델을 실험하고 이를 토대로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연대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기대를 나타냈다. 루트임팩트는 사회연대경제를 하나의 틀로 묶고 민관 협력을 확대하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양한 주체가 새로운 협력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매니저는 "사회문제는 서로 다른 주체가 경계를 넘어 협력할 때 새로운 해결책이 나온다"며 "앞으로도 대학과 기업, 공공, 지역을 연결해 더 많은 사람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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