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추진 안한다…안전수칙 중심으로 전환

김승한 기자
2026.09.23 11:46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두의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정부가 지난해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담았던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문화 정착' 방침을 철회하고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등 안전수칙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 국민 토론과 전문가 검토 결과 줄 서기 방식보다 안전수칙 준수와 이용 환경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9일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국민 200여명과 전문가가 참여한 '모두의 토론회' 결과를 반영해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문화 개선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한 줄 서기나 두줄 서기를 의무화하거나 공식적으로 권장한 적은 없었다"며 "다만 지난해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두줄 서기 문화 정착'을 추진 과제로 담았고, 이후 효과와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와 국민 토론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사고 원인과 이용 행태, 설비 관리 및 제도 개선 등을 주제로 전문가 발제와 국민 토론이 진행됐다.

장계련 한국산업관계연구원 본부장은 실제 이용 행태는 한줄 서기와 두줄 서기가 비슷하며 개인의 이동 효율과 전체 이용자의 이동 효율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허윤섭 한국승강기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으면 발판에 충격이 가해져 설비 수명이 단축되고 유지보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참여단은 토론 과정에서 큰 짐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비켜달라고 요구하기보다 기다려주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잡이 잡기를 유도하기 위한 위생 개선과 안전 안내 표지 확대, 바닥 조명 설치 등 이용 환경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토론회 전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강화됐다. '신속한 이동'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36.6%에서 23.2%로 감소한 반면 '안전한 이동'을 선택한 비율은 63.4%에서 76.8%로 13.4%포인트 증가했다.

두줄 서기에 대한 찬성 의견은 31.4%에서 45.9%로 늘었지만, 정부는 특정 줄 서기 방식을 일률적으로 권장하기보다 안전수칙 준수와 이용 환경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64.4%에서 69.1%로 증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상당수는 한줄·두줄 서기 방식 때문이 아니라 뒤에서 비켜달라고 강요하거나 사람을 밀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줄 서기 방식 자체보다 사람을 밀거나 강요하지 않는 안전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토론회의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에 따라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담긴 '안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위한 두줄 서기 문화 정착'을 '3대 안전수칙 생활화 및 이용 환경 개선을 통한 자율적 안전문화 정착'으로 수정했다.

앞으로는 일률적인 두 줄 서기 캠페인이나 규제는 추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줄 서기를 권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용객이 많거나 주행거리가 긴 위험 구간에는 공공근로자나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안전한 이용을 지원한다.

또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지키기 등 3대 안전수칙을 중심으로 공익광고와 숏폼 콘텐츠를 제작·배포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안전교육도 확대한다. 손잡이 소독기와 바닥 표시, 안내 표지 설치 등 이용 환경 개선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박형배 행안부 안전예방정책실장은 "국민께서 주신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에스컬레이터가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되도록 하겠다"며 "국민들도 3대 안전수칙 생활화 등 자율적인 안전문화 정착에 함께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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