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연대경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전담조직 정비는 지역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민선9기 출범 이후 광역지방자치단체 5곳이 관련 조직을 정비했지만 실질적인 신설·강화가 이뤄진 곳은 4곳에 그쳤다. 경기도는 오히려 기존 국 단위 조직의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정책 확대 기조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민선9기 출범 이후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사회연대경제 전담조직을 정비한 곳은 부산·대구·인천·전남광주·충남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부산·대구·전남광주·충남 등 4곳은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관련 기능을 강화했으며, 인천은 기존 부서의 명칭만 변경했다.
부산·대구·전남광주는 과 단위 전담조직인 '사회연대경제과'를 신설했다. 대구는 지난 8월 3일 기존 민생경제과에서 관련 업무를 분리했고, 부산은 지난달 23일 중소상공인지원과의 업무를 이관했다. 전남광주는 지난 7일 전남 일자리경제과와 광주 노동일자리정책관이 담당하던 업무를 통합·조정했다.
충남은 8월 10일 국 단위 '사회연대경제국'을 신설하고 산하에 사회연대경제정책과와 사회적경제육성과를 배치했다. 기존 경제정책과가 담당하던 기능을 국 단위로 승격했다. 반면 인천은 8월 24일 기존 '사회적경제과'를 '사회연대경제과'로 이름만 바꿨다.
조직을 정비한 5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부산·인천·전남광주·충남 등 4곳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이끌고 있으며 대구는 국민의힘 소속이다. 반면 같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는 사회혁신경제국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재정난 대응과 행정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의 일환이다.
경기도가 지난 21일 입법예고한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따르면 사회혁신경제국의 업무는 경제산업실로 이관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2018년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하고 2022년 말 국 단위 사회적경제국으로 확대했지만 이번에는 국 단위 조직을 없애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사회연대경제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지방정부의 조직·인력 확충을 독려하고 있다. 행안부는 6월 26일 지방정부에 전담조직 설치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7월 9일 관련 사업 담당 인력 확충을 위한 기준인건비를 지원했다. 지난달 18일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도 전담조직과 인력 확보를 요청했다.
다만 조직 설치 여부는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판단에 달려 있다. 지방자치법 제125조에 따라 행정기구와 공무원 정원은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행안부가 전담조직 신설을 강제할 수는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선9기 출범 이후 5개 시·도에서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정비하는 등 과거보다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체계가 강화됐다"며 "기본법 제정으로 지방정부의 역할이 확대될 예정인 만큼 전담조직과 인력 확보를 지속적으로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지역의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총괄·조정하기 위해서는 전담조직을 비롯한 추진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특히 경기도를 비롯한 광역 지방정부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중앙정부와의 연계성 등을 조직 설치·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의 조직 정비가 아직 더딘 수준이라며 내년 3월 16일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시행에 앞서 추진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본법 시행 이후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 실적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는 "지방정부의 조직개편 속도가 더디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기본법이 시행되면 지방정부의 추진 실적이나 시책에 대한 평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직개편을 서둘러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