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이라는 게 랜덤으로 숙소에 불시에 밤 11시에 와서 하고 길거리 걸어가는데 그냥 선수촌 안에서도 하고……한국인은 가장 적대되는 중국이나 일본 검사관들이 그냥 태릉에 7시에 기습적으로 와서 예를 들어서 '박태환이 어디 있냐. 나를 거기로 데리고 가라'라고 해서 박태환한테 연락을 안 하고 바로 도핑담당관이 가서 시료채취할 수 있게……" (2013년 12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박태환 선수가 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의 도핑테스트에 적발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약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스포츠(축구·야구·배구·농구·골프 등) 선수의 경우 도핑테스트가 경기단체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무방비상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2012년 8월 교문위 소속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프로선수의 도핑테스트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도핑테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해 선수들과 도핑 관리자들의 의식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도핑방지법'은 프로선수를 범죄시하는 '과잉입법'이라는 반론에 부딪혀 2년반동안 국회에 계류됐다. 현행법상으로도 프로선수 또한 도핑방지 대상에 포함돼 있으며 경기단체들이 샘플 테스트 및 징계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제15조(도핑 방지 활동)에서는 '국가는 도핑을 예방하기 위해 선수와 체육지도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실시해야 하고, 체육단체 및 경기단체의 도핑 방지 활동을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법안이 규정한 대상에 '프로스포츠단체'를 추가하고 35조 5의2를 신설해 '프로스포츠선수에 대한 도핑 검사'를 명시하고자 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도 법안 개정 취지에 공감했다. 문체부 제1차관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며 "대통령령에 따르면 번거롭고 늦어질 수가 있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규정을 통하는 것으로 수정제안한다"고 밝혔다.
반면 교문위 위원들은 '과잉규제'라는 입장을 지켰다. 교문위 전문위원 또한 "현행법에서 '경기단체'에 프로스포츠 단체를 포함하고 있다"며 "'선수'도 경기단체에 선수로 등록된 자를 뜻해 프로스포츠선수를 포함하고 있다"고 법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해당 법안은 2013년 6월 상임위에 상정된 이후 3차례 논의됐지만 매번 같은 반대에 부딪혀 통과가 무산됐다. 2014년 12월 4일, 3번째 법안소위에서는 해외에서 '프로선수'를 특정해 도핑테스트 규제를 하고 있는 사례가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법안 통과는 또한번 좌절됐다.
이 의원은 이러한 반론들이 스포츠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프로단체의 경우 야구협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도핑테스트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따르면 프로축구의 경우 지난해 7월 31일을 기준으로 도핑테스트를 받은 선수가 1명에 불과했다. 프로단체들은 임의 '샘플링'을 통해 KADA에 도핑테스트를 의뢰하고 약물 복용 적발시 별도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최근 5년 동안 프로선수가 내부 제재를 받은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반면 박태환과 같은 아마추어경기 선수들은 오히려 국제법상 강한 도핑 규제를 받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매일 도핑테스트를 받을 시간(60분)과 장소를 정해 KADA에 통보해야 한다. KADA는 1년에 2500건 정도 불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며 이는 세계반도핑기구 방침에 따라 관리된다. 박태환의 경우 지난해 초 KADA의 불시 도핑테스트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국제 경기를 뛰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 주로 프로선수들이 나간다"며 "프로 선수들이 평상시에 도핑 관리를 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세한 농구나 배구는 물론이고 스포츠토토 기금 등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축구단체도 도핑테스트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교문위 법안소위는 법안에 '프로선수'를 특정하지 않는 대신 "경기단체에 등록된 선수는 도핑방지위원회의 도핑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는 것으로 개정안을 수정가결했다.
KADA 관계자는 "프로단체에 도핑테스트를 권장하고 있지만 비용 등 문제가 있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아마추어든 프로든 스포츠는 공정해야 하기 때문에 도핑방지법의 법제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