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 화났다…'순환자원' 정부가 지정, 법안 진통

서동욱 이현수 박광범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4.23 08:59

[the300] [런치리포트-'자원순환사회법' 논란](종합)

폐기물 가운데 '순환자원'을 정부가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을 두고 재활용업계와 정부 여당이 맞서고 있다.

환경부는 4월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업계는 재활용시장 유통시스템을 정부가 쥐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발의된 자원순환 관련

5개 법안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돼 27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낸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안은 개별법이고, 나머지 3건은 전병헌·이윤석·이완영 의원이 발의한 기본법이다.

정부와 최 의원의 법안은 환경부가 폐기물 가운데서 순환자원을 골라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정부 주도의 유통시스템 구축이다. 반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법안은 민간의 기존 역할을 인정하면서 순환자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사진=뉴스1

◇정부안, 폐기물 규제 강화..업계 반발

2007년 정부 발의로 거론됐다가 유야무야된 자원순환사회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힘을 얻었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을 담아 2013년 10월29일 자원순환촉진법안을 발의했다. 그에 앞서 7월11일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환경부의 청원으로 이뤄졌는데 내용은 비슷하다.

최 의원의 안은 정부가 현행 폐기물관리법이 정하는 폐기물 가운데 순환자원을 선별해 지정토록 했다. 이에 따르면 업계가 특정 물품을 순환 자원으로 주장해도, 정부가 인정하지 않으면 폐기물로 분류돼 단속 대상이 되는 것이다. 법안엔 폐기물 지정에 따른 부담금제 및 벌칙조항 등이 함께 담겼다.

이와는 대척점에 있는 법안이 전 의원이 발의한 '자원순환사회촉진기본법'이다. 전 의원 안은 폐기물의 범위를 '기술적으로 더 이상 순환 이용될 수 없어 환경적으로 안전한 처리를 요하는 것'으로 축소했다. 동시에 순환자원을 폐기물의 선행개념으로 앞세웠다.

이는 현재 재활용자원이 폐기물로 규제되는 데 대한 재활용업계의 반발을 반영한 조치다. 업계는 90년대까지 재활용율이 20~30%대로 낮았지만, 현재는 비율이 80%로 늘었고 순환자원이 주류가 된 점을 들어 폐기물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부담금

업계가 정부 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국 폐기물에 붙는 부담금 때문이다. 현재도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부담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원순환법이 제정되면 규제가 강화되고 비용이 더 늘 것이란 우려다.

실제 정부안은 '폐기물 소각·매립에 따른 부담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다만 일정 기준 이상 에너지를 회수하는 경우, 자가매립지에 매립하는 경우,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폐기물부담금을 기 납부한 경우 등에 한해 감면조항을 명시했다.

정부는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또다른 조치로 '순환자원 인정제도'를 든다. 일정요건을 갖춘 경우 폐기물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개별적 신청을 통해 정부의 인정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매년 수수료를 내면서 다시 인정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지적한다.

장준영 한국자원순환재활용연합회장은 "정부 법안은 행정청 중심의 명령과 통제 중심의 정부 모형"이라며 "일본의 사례에서와 같이 관련부처 간 협의와 산업계 및 시민단체 등 각계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기본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모형 vs 시장모형, 자원순환 5개 법안 뜯어보니...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과 한국자원순환단체연대회의 등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올바른 자원순환법 제정 촉구와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전환 촉진법(안)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폐기물을 재활용해 자원이 순환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자원순환 관련 5개 법안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원론적 취지에 뜻을 같이한다.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라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개입과 업계 자율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차이점을 보인다. 재활용품 등 순환자원의 지정·관리 등에 정부 통제를 강조하는 '정부모형'과 업계의 자율에 맡기자는 '시장모형'으로 나뉜다.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2103년 7월에 대표 발의한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안'은 정부에 의한 시장통제가 명시돼 있다. 이법 21조는 정부가 순환자원 관리대상자에 대해 목표관리제를 실시하게 하고 사업자에게 사용촉진을 요구하는 등 정부 책임을 강조한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3년 11월 대표 발의한 '자원순환사회 촉진기본법안'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같은당 이윤석 의원이 2013년 12월 대표 발의한 '자원순환촉진기본법안' 역시 정부개입을 약화시키고 있지만 환경부장관에게 재활용 자원의 품질인증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정부에 '감시'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2월 대표 발의한 '자원순환사회형성 기본법안'도 정부 개입을 축소해 자원순환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전병헌·이윤석 의원 법안과 큰 차이가 없다.

2014년 10월 제출된 정부의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안'은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다. 정부안은 행정청 중심의 명령과 통제 중심의 정부모형으로 볼 수 있는데 최봉홍 의원안과 가장 유사하다.

최봉홍 의원 안은 자원순환 목표관리에 미달할 시 자원순환부과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반면 정부 안은 자원순환 목표관리제를 시행하되 우수 사업장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이행 사업자에게는 개선명령 등 벌칙을 부과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업계 측은 자원순환 목표관리제에 대해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원순환 목표가 설정되면 설비 개선이 필요한데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재활용업계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5개 법안은 현재 환노위 법안소위에 회부돼 있다. 환노위는 법안소위에서 논의해 합의가 되면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각각의 법안은 순환자원의 활용이라는 취지에 큰 차이가 없어 합의에 이를 경우 상임위원장이 이들 법안을 대안반영 폐기한 뒤 같은 이름으로 재발의 할 가능성이 높다.

영세고물상, 자원순환법 반대 왜?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주최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공청회는 재활용업계 관계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최 의원이 20일 개최한 '자원순환법 통과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도 반대는 계속됐다.

재활용업계는 최 의원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과도한 정부 규제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순환자원 인정제(폐기물종료 인정제) △순환자원거래소 설치 및 운영 △소각·매립 부담금제 도입 등을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이중 '순환자원 인정제'는 환경부 장관이 인정한 물질을 폐기물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폐기물 종료를 인정받으려는 자는 신청을 통해 정부 인정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매년 수수료를 내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업계는 '순환자원거래소 설치 및 운영'도 '관치'로 규정하고 반발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순환자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순환자원거래소 사이트에 게재돼 처리돼야 한다. 민간이 담당해온 유통 영역을 정부가 도맡아 관리하는 것인데, 업계는 정부가 사이트를 통한 정보 제공에만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재안 전국고물상연합회 정책위원장은 "현행처럼 민간 자율로 맡겨 두면 될 순환자원을 환경부가 나서 관리하고 인증하겠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안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200만 고물상 업계 종사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안은 환경부 주도로 규제를 새로 만들게 돼 작은 정부와 규제 완화를 추구하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한다"며 "정부는 법안을 통해 환경에 유해한 폐기물만 관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안을 발의한 최 의원은 "자원순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뿐 정부 차원의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안 통과를 위한 공청회와 토론회까지 끝낸 상태에서 일부 개인업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아울러 "기존 안에서 부분적인 수정을 거쳤고 산업부와 환경부가 합의에 이른 상황"이라며 "어렵게 얻은 기회인만큼 4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부와 환경부는 2007년 자원순환사회 관련법안을 각각 발의한 뒤 부처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입법이 좌절된 바 있다.

독일·일본 등 일부국가, '자원순환사회 전환' 법으로 규정

독일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자원순환 관련 법제도를 마련해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폐기물은 최대한 재활용해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독일은 지난 1996년부터 '자원순환 및 폐기물의 친환경적 관리를 보장하는 법(자원순환법)'을 시행 중이다. 자원순환법을 기본법으로 하고, 그 아래 대상물질별로 개별 대통령령을 제정 및 운영하고 있다.

자원순환법은 폐기물 발생량 감축을 자원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놓고, 생산자책임재활용을 폐기물 관리정책의 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또 2020년까지 △생활폐기물의 65% △건축 및 철거폐기물의 70% 수준으로 재활용률 목표를 설정하고, 폐기물 관리에서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줄여 효율적인 관리 및 감독을 가능케 했다.

일본은 지난 2001년부터 '순환형사회형성추진기본법(순환형사회법)'을 시행 중이다. 순환형사회법 아래 '폐기물처리법' 및 '품목별 재활용법'을 운영해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순환형사회법은 '순환형 사회' 형성을 위한 국가시책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배출업체들에게 사업활동에 수반해 생긴 폐기물을 자신의 책임으로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단, 생활환경에 지장이 없고 일정 요건을 충족해 환경대신(우리의 환경부 장관)의 인정을 받을 경우, 재생이용은 허가를 필요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및 EU(유럽연합)에 속한 일부 국가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매립소각부담금'을 도입해 '매립제로화'에 나서고 있다. 매립소각부담금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영국, 일본 등 19개국이다.

반면 독일의 경우, '폐기물 직매립금지'와 같은 직접규제 방식을 도입해 지난 2010년 기준, 생활폐기물 매립률 0.42%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EU는 폐기물처리지침(WFD)에 따라 '폐기물 종료 인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기준을 준수할 경우, 법적으로 폐기물로 보지 않고, 재활용을 가능케하는 제도다.

폐기물종료 기준은 폐기물 종류별로 EU집행위원회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기준이 제정된 품목은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폐유리 등 4개다. 이 외에도 폐지, 생분해폐기물, 폐플라스틱, 골재 등에 대한 기준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편 우리나라가 지난 1993년 12월 가입한 '런던협약'은 육상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있다. 해양환경분야 최초의 지구차원의 협약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영국 국제해사기구(IMO)에서 개최되고 있는 런던협약 및 런던의정서 합동과학그룹회의에 참석, '2016년부터 육상폐기물 해양배출 전면 금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재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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