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인이 돼 마주한 사회는 아버지 세대가 살아냈고 성취했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제 동료와 후배들은 선배 세대가 이룬 민주주의의 바깥에서 철저히 고립돼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회찬과 심상정, 두 굵직한 진보정치인의 '빅매치'로 당초 예상됐던 정의당 대표 선거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2세대 진보정치'를 주장하고 나선 조성주(37) 후보의 출마선언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의 변, 감동적이다. 이런 청년층의 도전, 각 야당에서 많이 일어나면 좋겠다"며 그의 연설문 전문을 링크하기도 했다.
◇ "2세대 진보정치는 1세대의 '업그레이드'판이 될 것"
20일 서울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조성주 후보는 진보정치가 더 이상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기억에 매몰돼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회찬, 심상정, 노항래 선배보다 경륜과 실력이 부족하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2세대 진보정치에 맞는 리더십은 오히려 노동조합의 밖에서 노동운동을 해 온 경험을 가진 제가 더 알맞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서울시 노동전문관 등으로 활동해온 그는 기존의 노동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문제를 연구해왔다. 특히 청년유니온에서 '30분 배달제 폐지 운동',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운동' 등을 이끌며 청년들의 고용안정과 노동권을 처음 공론화하기도 했다.
조 후보는 "이제는 정의당이 대변해야 하는 대상이 많이 달라졌다"며 "1세대 정치는 노조의 주장을 받아서 대변했다면 2세대 진보정치에선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무원노조, 전교조 등이 있어도 그것으로 대변되지 않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연령과 문화의 차이로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아이폰이 1세대, 2세대로 점차 발전하며 나왔던 것처럼 '2세대 진보정치'란 리더십과 조직, 정책의 '업그레이드'판이란 의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 "집이 있는 50대와 고시원·자취방에서 사는 사회초년생들 사이에는 단순히 문화적인 차이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런 세대 문제는 조직에 해로운 갈등이 아니라 잘 다루면 사회가 좋아지는, 우리가 풀어가야 하는 좋은 갈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진보정당, 기존 정치세력이 아닌 정치허무주의와 싸워야"
조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정의당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과 싸우는 정당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신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현재와 싸우지 않는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정당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는 "누군가와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은 허구적인 갈등을 대변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진짜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사라지게 된다"며 "누군가를 대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정당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의 선명성 역시 과격한 운동이나 거친 언사를 통해서가 아닌 어떤 집단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대신 그는 진보정당이 정치 허무주의나 정치혐오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진보정당의 중요한 역할은 정치 허무주의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대안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정치·사회를 바꾼다며 거시적인 이슈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우리 삶과 연계된 문제를 바꾼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